Robert De Niro M-65 FIELD JACKET “언젠가 진짜 폭우가 쏟아져 거리의 쓰레기를 모두 쓸어버리는 날이 올 거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976년작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트래비스 비클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서 돌아와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사회에 안착하지 못하는 청춘. 트래비스 비클을 연기한 젊은 로버트 드 니로는 날카롭게 조각 난 유리 파편처럼 예민하고 위태롭다. 소외와 단절에 대한 울분,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검고 뜨거운 응어리가 통제할 수 없이 폭발하는 순간, 로버트 드 니로는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로 밀고 M-65 필드 재킷을 걸친다. 그러니까 이 옷은 홀로 일그러진 세계와 맞서려는 자경단원의 유니폼이었던 셈이다. M-65 필드 재킷은 원래 미군의 군복이다. 우리식 표현으론 ‘야전 상의’. 1965년부터 만들어 보급했기 때문에 M-65라는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 베트남전 당시 군인들은 이 옷을 입었다. 그러고 보면 패배 의식과 절망감, 광기에 사로잡힌 트래비스 비클에게 이 재킷만큼 잘 어울리는 옷은 또 없다. 토이즈 맥코이는 <택시 드라이버>의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트래비스 비클이 입었던 재킷을 복각했다. 네 개의 주머니와 오른쪽 소매의 킹콩 컴퍼니 패치, 지퍼가 있는 칼라와 벨크로 처리한 옷깃까지, 영화 속의 재킷과 똑같이 만들었다.
Did You Know It?
1 <택시 드라이버>에서 눈여겨볼 만한 또 다른 옷은 탱커 재킷이다. 영화 초반에 트래비스가 즐겨 입는 옷이며, M-65 필드 재킷과 동일하게 오른쪽 팔에 킹콩 컴퍼니 패치가 붙어 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폴 슈레더 Paul Schrader는 지난 2010년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에서 입었던 탱커 재킷을 텍사스 오스틴 대학 박물관에 기증했다.
2 M-65 재킷은 제작 시기에 따라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1965년부터 1966년까지 딱 1년 동안만 제작한 초기 모델은 1세대, 1967년부터 1971년까지 만든 건 2세대로 분류한다. 2세대 모델엔 견장을 추가했다. 현재 1세대와 2세대 제품은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3세대는 1972년부터 1988년까지 제작한 모델. 은색 지퍼를 황동색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트래비스가 입은 M-65 재킷은 2세대 버전에 패치를 붙인 것이다.
“제임스 딘 청바지와 비틀스의 비틀 부츠, 빌 커닝햄이 반평생을 입은 프렌치 워크 재킷과 조니 뎁이 쓴 선글라스, 요즘 부활한 토킹 헤즈의 빅 재킷까지. 영화, 음악, 책과 사진을 속속들이 뒤져 수집하듯 모았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스물일곱 명의 스타일 아이콘과 그의 아이템.”
- 에디터
- 윤웅희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사진
- GETTYIMAGES / IMAZINS, EVERETT COLLECTION
- 어시스턴트
- 김찬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