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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함을 지닌 여름 옷, 리넨 수트

2017.07.07윤웅희

Linen Suit “그는 평생 깨끗한 셔츠와 보는 사람의 눈을 아프게 할 만큼 하얀 리넨 수트를 입었다.” 마크 트웨인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그랜저포드 대령을 묘사하며 이런 표현을 썼다. 이 문장에 담긴 기품과 우아함은 어디서 오는가. 흰색 리넨 수트가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울림이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거다. 예전부터 여름 수트엔 리넨을 많이 썼다. 가볍고 시원한 데다 거친 듯 부드러운 질감이 여름과 한 몸처럼 잘 어울렸다. 그중에서도 밝은 색깔 리넨 수트는 오로지 고상한 취향을 가진 남자들의 여름옷이었다. 실제로 빅토리아 시대엔 지중해와 프랑스 남부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던 신사들이 크림색 리넨 수트를 즐겨 입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 이런 옷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터. 하지만 흰색 리넨 수트는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조금만 뭐가 묻어도 확 티가 나니 관리하는 데 손도 훨씬 많이 갔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회색이나 남색 같은 어두운 색깔을 선호한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이후로 굉장히 많은 기능성 소재와 여름용 옷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새하얀 리넨 수트의 정결하고 담백한 아우라를 대체할 순 없었다.

리넨 재킷 89만원, 리넨 팬츠 35만9천원, 모두 폴로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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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로 마크 트웨인은 1906년부터 흰색 리넨 수트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활용했다. 그는 “시커먼 옷만 입는 것보다 더 우울한 일이 있을까? 좀 차려입었다는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마치 까마귀 떼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2. 리넨은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서 만든 게 유명하다. 아일랜드 리넨은 치밀한 구성이 특징. 살짝 뻣뻣한 느낌이 있지만 주름은 잘 생기지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에서 만든 건 가볍고 부드럽지만 주름이 잘 생기는 편이다. 요즘엔 면이나 실크, 울과 혼방해 이를 보완한 수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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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이현석
    사진
    GETTY IMAGES KOREA,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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