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열 군데를 골랐다. 햇살이 길게 늘어질 때까지 앉아 점심을 먹고, 주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저녁을 먹었다.
이종국 백사 여의도의 미쉐린 투스타 ‘곳간’을 책임지던 이종국 셰프가 성북동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3층짜리 우뚝한 건물 안에 레스토랑이자 갤러리, 연구소이자 아틀리에가 모두 응집되어 있다. 이곳엔 그가 십수 년간 쿠킹 클래스, 컨설팅, 스타일링, 갈라 디너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해 온 한식에 대한 소신과 정수가 한데 모여 있다. 그 기운이 가장 크게 폭발하는 곳은 3층에서 즐기는 이종국 스타일의 한식 파인 다이닝이다. 그의 요리와 플레이팅에 홀린 듯 식사를 마치고 나면, 두 가지 생각이 번쩍 든다. 첫 번째는, 식사가 혁신적이라는 것. 이종국이 사용하는 그릇, 음식을 내는 방식, 좋은 식재료의 수준, 심지어 서버가 쓰는 유생 모자까지,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 고급스러워 보이려는 것과 확실히 선을 긋는 그야말로 ‘고급’이다. 다른 곳에서는 본 적 없어서, 그저 검색 몇 번으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어서, 혁신적이라는 표현이 당연하게 어울린다. 두 번째 생각은 음식의 맛이 익숙하다는 것. 전혀 새로운 맛이라서 놀라는 게 아니라, 이 맛이 딱 좋다는 걸 온몸으로 알 수 있는 맛이다. 그러니 다 먹고 나서도 개운한 만족감이 온몸을 맴돈다.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 95-1
전화번호: 02-747-0104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프리랜서 에디터
- 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