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열 군데를 골랐다. 햇살이 길게 늘어질 때까지 앉아 점심을 먹고, 주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저녁을 먹었다.
라피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음식과 비스트로의 캐주얼한 분위기를 모두 표방하며 등장한 것이 프랑스의 ‘네오 비스트로’다. 방수미 대표와 이대륙 셰프는 네오 비스트로의 흐름 속에서도 라피네만의 색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6월 레스토랑을 열었다. 라피네의 목표는 이름처럼 ‘정제된 아름다움’. 그래서 커튼 한 장부터 커트러리 받침대까지 하나하나 직접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음식과 세심하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80여 종의 내추럴 와인도 준비했다. 규모는 작지만 리스트를 길게 마련한 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내추럴 와인의 트렌드를 손님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서다. 내추럴 와인뿐만 아니라 프렌치 요리 역시 아직 한국 사람들과는 좀 서먹한 사이라서, 이 셰프는 ‘50대인 어머니가 맛보아도 좋아할 음식’을 만들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프랑스 요리 중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국 식재료를 더했다. 채소와 허브에 욕심을 부리다 보니 따로 농장까지 차렸다. 그래서 라피네의 음식은 자연을 보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아름답다. 노릇하게 익은 아스파라거스 위에 수많은 허브와 꽃잎, 달걀노른자를 올린 섬세한 접시(사진 속 큰 접시)를 보고 미소를 숨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촉촉하게 익힌 대구에 브로콜리니와 감자 퓨레를 더하고 케이퍼와 캐비어로 긴장감을 더한 이 요리(사진 속 작은 접시)도 마찬가지다. 라피네는 단 한 번의 색다른 경험을 위해 모든 것을 철저히 설계한다. 레스토랑을 나설 땐 잘 만든 공연을 보고 일어설 때처럼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35-3
전화번호: 02-540-1182
웹사이트: @raffine_restaurant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프리랜서 에디터
- 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