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접시에 가득 올린 이국의 향기.
이태원동 바오바 타이완
바오 하나만 파는 거네요? 이준우(대표), 윤수철(셰프) ― 바오는 중식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꽃빵에 속 재료를 채운 거예요. 간단해 보이지만 그만큼 속 재료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게 바오만이 가진 매력이자 가능성이죠. 주인공이 되기에 손색이 없어요. 주로 뭘로 채우나요? 삼겹살을 간장에 오래 익혀낸 동파육이 들어간 포크 바오, 4종류의 버섯과 트러플오일을 넣은 트러플 바오, 양고기에 올리브와 레몬을 넣어 맛과 향을 더한 램 바오를 만들고 있어요. 지금도 좋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바오를 개발하고 있어요. 리코타 치즈 샐러드 바오, 아이스크림 바오 등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겸할 수 있는 바오도 곧 추가할 예정이에요. 바오는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요? 기름지기 때문에 맥주를 곁들이는 분이 많지만 사실 산미가 있는 경쾌한 레드 와인과 특히 잘 어울려요. 아, 바오는 타이완의 길거리 음식에서 시작했어요. 손으로 들고 한입 가득 넘치게 베어 물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바오가 눈앞에 있다면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야죠.
회현동 헴라갓 스웨덴
헴라갓? 다니엘 위크스트란드, 오수진(대표) ― 헴 Hem은 집이라는 뜻이고, 라갓 Lagat은 식사라는 뜻이에요. 집에서 만든 듯, 저희가 매일 아침 준비하는 귀리 빵, 피클, 소스, 미트볼 등 스웨덴 음식을 만들어요. 다니엘은 스웨덴 남쪽 지방 출신이라고요? 스웨덴은 긴 나라예요. 북부와 남부의 음식 스타일이 꽤 다른 편이죠. 척박했던 북부와는 달리 남부는 유제품을 사용해 풍성한 맛을 냈어요. 수르스트뢰밍 같은 저장식품에서도 맛의 차이가 확연한 편이에요. 그 유명한 청어 절임이요? 다들 청어를 삭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음식으로 알고 있는데 남부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가볍게 초절임한 것에 가깝죠. 헴라갓에서는 동해안에서 잡아온 신선한 청어를 염장한 후 훈연해서 식초에 절여요. 이걸 빵에 얹은 후 향이 첨가된 보드카인 스납스 Schnapps와 함께 먹는 것이 주로 스웨덴의 명절 풍경이에요. 스납스는 어떻게 마셔야 맛있는 술인가요? 스납스를 마실 때는 스납스바이저 라는 노래를 꼭 불러요. 노래는 대부분 “이번 잔을 비우지 않으면 다음 잔은 없네” 같은 식인데 이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다 보면 한 병이 순식간에 사라져요.
이태원동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 감비아
가게 이름인 졸로프는 무슨 뜻이죠? 빈타(대표) ― 졸로프는 서아프리카의 왕국 이름이에요. 지금의 세네갈과 감비아가 졸로프 왕국에 속해 있었죠. 저희가 선보이는 음식은 서아프리카 중에서도 졸로프족의 음식이에요.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베네친, 도모다 등이 대표적이구요. 감비아는 아무래도 좀 생소해요. 어떻게 한국에서 가게를 시작하게 됐나요? 다들 그렇듯 공부하러 한국에 왔어요. 한국 친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줬는데 한 친구가 장난처럼 가게를 해보라고 말했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못 할 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밥이 그리워서 시작한 건 아니네요. 그것도 있죠. 특히 저에게는 고향의 맛이니까요. 베네친이라는 이름에는 ‘한 냄비’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큰 냄비에 만들어 여럿이 나눠 먹는 음식이라 대가족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음식이죠. 보통 베네친에는 닭고기나 생선을 곁들여요.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앞으로는 아프리카 음식보다는 감비아 음식이라고 불러주세요. 아프리카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이태원동 트로이카 러시아
의상이며 장식이며, 그 자체로 러시아네요. 일리아나(대표) ― 가게를 열면서 러시아 문화 자체를 조금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전통의상을 입고 서빙을 하고 러시아에서 직접 가져온 장식품으로 레스토랑을 꾸몄어요. 가장 러시아다운 메뉴는 무엇인가요? 고기를 꼬치에 꿰어 굽는 샤실리크죠. 구소련 조지아의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러시아 전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 됐어요. 소풍이나 여행을 갈 때면 당연히 챙기는 것이 고기와 기다란 꼬치일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에요. 러시아 요리는 역시 고기인가요? 그렇죠. 하지만 러시아는 다른 곳보다 음식의 간이 세지 않아요. 향신료를 적게 써서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맵거나 뜨거운 요리도 즐기지 않다 보니 건강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술은 역시 보드카인가요? 여기엔 맥주가 좋아요. 러시아 사람은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건 잘못된 인식이죠. 러시아 사람들은 주말에만 술을 마셔요. 주중에 술을 많이 마신 걸 들킨다면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거든요. 오히려 술을 가장 좋아하는 건 한국인 같아요.
연남동 아꼬메르 파라과이
가게 내부가 어쩐지 귀여워요. 강경림(대표) ― 사실 아꼬메르와 저희 음식이 너무 이국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했어요. 남미 음식이라고 해서 엄청 이국적일 거라고 기대하고 오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음식을 맛보고 나면 오히려 실망하기도 하시고요. 파라과이와 엠파나다, 두 단어 모두 이국적 인데요?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익숙하지 않은 맛일 것 같았어요. 제가 파라과이 음식을 맛보게 된 건 파라과이 교포였던 남자친구와 그의 어머니 덕분이었죠.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해요. 어떤 엠파나다를 가장 좋아하나요? 남미에는 소가 사람 수보다 많대요. 그래서인지 소고기가 싸고 맛있어요. 소고기가 들어간 엠파나다에는 두 종류가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채소와 달걀이 들어간 매콤한 맛의 멕시카나를 좋아해요. 함께 제공되는 치미추리 소스와 정말 잘 어울려요. 파라과이는 물론이고, 남미와 심리적 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향신료를 모두 남미에서 가져오지만 저희는 여전히 아꼬메르의 음식이 일상식의 범주 안에 있길 바라요. 가끔 특별하게 즐기는 음식도 좋지만, 평소에도 자주 들러서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맛에 익숙해진다면 좋겠어요.
망원동 라오삐약 라오스
들어서니 고기 국물 향이 엄청나네요. 정효열, 원성훈(대표) ― 저희 대표 메뉴인 도가니 국수의 육수가 온종일 끓고 있으니까요. 왜 라오스 음식인가요? 원래는 둘 다 방송 쪽 일을 했어요. 여행으로 라오스에 갔다가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맛본 도가니 국수에 푹 빠진 거죠.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은 많은데 라오스 음식점은 없었으니까요. 그 길로 라오스에 몇 번 더 방문해 시장과 여러 지역의 가게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배웠죠. 무작정 찾아가 음식을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라오어도 하시나요? 아뇨. 구글 번역기와 몸짓으로 안 되는 건 없더라고요.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서 그런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현지보다 맛있을까요? 4년 전 한 프로그램에 라오스가 등장한 이후 급격하게 라오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현지에서도 이 도가니 국수를 먹어보셨다는 분이 많이 오셔요. 이건 자랑이지만 다들 저희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해요. 올해의 목표는 더욱 다양한 라오스의 맛을 소개할 수 있는 2호점을 내는 거예요. 그러려면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죠. 참, 그리고 이번에도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태원동 페트라 요르단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할랄 음식점입니다. 야설 가나엠(대표) ― 2004년에 페트라를 열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엄격하게 할랄 식재료만 취급하고 있고요.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처음엔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죠. 3년 전까지는 구하기조차 어려웠지만, 점점 쉬워지고 있어요. 한국에서 직접 생산되는 것도 있고요. 향신료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요르단의 맛을 지켜가고 있네요.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 지역은 허브를 다채롭게 사용해요. 그것이 이국적인 풍미를 내고 아랍 음식만의 특징을 만들죠. 그래서 여전히 향신료만큼은 요르단에서 직접 가져온 것을 사용해요. 아직 중동 음식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무래도 물리적 거리가 먼 곳이라서 더 그런 것이 아닐까요? 요즘은 인터넷을 보고 오시는 분이 많은데 대부분 후무스, 팔라펠 정도만 맛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워요. 이곳뿐만 아니라 에스닉 푸드 레스토랑에 간다면 직원에게 주문을 맡겨보세요. 가장 맛있는 요리들을 가장 맛있는 조합으로 추천해줄 거예요. 이번만큼은 인터넷보다 사람을 믿어보세요.
- 에디터
- 글 / 김나영(프리랜서 에디터)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타일 협찬
- 피플러스세라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