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17인의 명사가 프루스트가 고안한 직설적인 질문에 답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흥미롭고 내밀한 열일곱 개 답이 쏟아졌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 사진, 무대 디자인까지 해온 여든두 살의 전방위적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프루스트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파블로 피카소부터 독일의 남서부 지역에 있는 도시 바덴바덴과 숙면에 대한 절절한 사랑까지, 단순하지만 선명한 말로 고백했다.
완벽한 행복이란? 고요히 잠들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무엇도 이 행복을 이길 수 없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높은 곳.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역사 속 인물은? 파블로 피카소. 자신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무엇이든 너무 빨리 줘버린다. 타인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나와는 달리, 남들은 빨리 주지 않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사치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온천 휴양도시 바덴바덴에 가는 일. 좋아하는 여정은? 바덴바덴까지 차를 몰고 가는 길. 드라이브 그 자체. 주로 어떤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나? 거짓말이 반드시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한다. 자신의 신체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위가 있다면? 지금 나의 굽은 어깨. 당신의 삶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나의 가족. 언제, 어디에서 가장 행복했나? 나에게 행복이란 추억이 주는 감정인 듯하다. 여태까지 살아온 많은 추억 속에 행복이 있다.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이 있다면? 피아노 연주를 잘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가장 두드러지는 당신만의 특징이 있다면? 청각장애. 현재 마음 상태는? 아임 파인, 탱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나의 청력 문제. 가족 구성원에게서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그들의 청력 문제. 당신의 삶에서 이룩한 가장 큰 성취는? 내가 창조한 예술. 어디로든 옮길 수 있다면 지금 살고 싶은 곳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좋다.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내 일을 하는 것. 요즘 남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정직. 요즘 여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정직.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정직. 가장 좋아하는 영웅은 누구인가? 이 역시도 파블로 피카소. 좋아하는 이름은? 어쩐지 헨리란 이름을 좋아한다. 어떻게 죽고 싶은가? 웃으면서 죽고 싶다. 물론 집에서 웃으면서.
펠레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펠레가 넬슨 만델라와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했다.
완벽한 행복이란? 가족과 보내는 시간, 해변 별장이나 목장에서 휴식할 때.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난과 불의. 난 브라질과 세계 각지의 소외된 아동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역사 속 인물은? 넬슨 만델라. 생존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무하마드 알리. 자신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아직도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타인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공감 능력이 없고 남을 무시하는 모습. 당신에게 최고의 사치는? 음악! 야심차게 노래를 만들었고 녹음도 했다. 좋아하는 여정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속상해서 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 날. 1950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루과이에게 진 후였다. 언젠가 월드컵 우승컵을 아버지께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8년 후 약속을 지켰다. 당신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축구의 성지’인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못 뛰어본 것이 선수로서 가장 큰 후회다. 어떤 때 거짓말을 하나? 사생활을 지키거나 대중의 눈을 피해야 할 때. 언제 어디에서 가장 행복했나? 스웨덴, 1958년 6월 29일(브라질이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날).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은? 투명 인간이 되어서 거리에 나가 평범한 사람처럼 지내보고 싶다. 현재 마음 상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처럼 행복하다. 브라질 사람에게 축구란 종교와 같다. 당신의 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없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삶은 흥미로운 것이다. 가족에 대해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매일 아버지가 그립다. 같이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성취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준 축구에게 계속 되갚을 능력이 있다는 것. 살고 싶은 곳은? 전 세계를 다녀봤지만 늘 브라질 산투스로 돌아온다. 좋아하는 일은? 낚시, 요리, 기타 연주. 가장 두드러지는 당신만의 특징이 있다면? 50년째 머리 모양이 똑같아서 세계 어디를 가도 날 알아본다.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은? 서로에게 충실한 것. 내 친구들은 수십 년째 함께하는 사이다. 좋아하는 이름은? 셀레스테. 어머니 이름이자 막내딸 이름이다. 좌우명은? “공을 멈추지 마라.”
제인 버킨
1960년대 런던의 스타일 아이콘이자, 에르메스의 뮤즈인 버킨. 그녀의 보물은 청춘의 모험과 원숭이 인형이다.
완벽한 행복이란? 세 딸, 오빠와 동생, 손자 손녀 모두와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역사 속 인물은? 아퀴텐의 엘레오노르. 자신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비겁함. 타인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과시욕. 당신에게 최고의 사치는? 선물 주기. 정말 좋아한다. 좋아하는 여정? 브르타뉴로 가는 길. 가장 과대평가된 미덕은? 매일 씻는 것! 자신의 신체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위? 입가의 못된 주름! 생존 인물 중 가장 혐오하는 사람? 전 세계의 파시스트들. 가장 많이 쓰는 단어나 문장은? ‘나’라고 말하는 게 힘들어서 주어를 흐리는 것. 당신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은? 그림 그리기와 탭댄스. 현재 마음 상태는? 불안한 흥분! 당신의 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38사이즈로 돌아가기! 두 사이즈 정도 줄었으면 좋겠다. 가족에 대해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아무것도 안 바꾼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성취는? 세 딸.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계가 있는 재능으로 이 업계에서 이렇게 오래 버텼다는 점.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날 것 같나? 개. 가장 아끼는 것은? 여섯 살 때부터 갖고 다닌 펠트 원숭이. 옷과 책도 만들어줬다. 같이 자고, 여행할 때도 원숭이와 ‘마법의 옷’들은 반드시 챙겼다. 세르주 갱스부르가 떠났을 때, 원숭이를 관에 같이 넣었다. 지금 원숭이는 몽파르나스 묘지에 세르주와 함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밑바닥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목격자, 구경꾼, 무력한 사람이 되는 것. 좋아하는 일은? 느긋하게 돌아다니기. 길도 잃고, 소풍 가고, 노도 저으면서 애들과 즐겁게 나들이하기! 가장 두드러지는 당신만의 특징이 있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다! 남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유머 감각. 여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유머 감각.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중시하는 점은? 옆에 있어 주는 것…. 그랬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허구 속의 영웅이 있다면? 바냐 삼촌. 그럼 현실에서의 영웅은? 야간 근무 간호사들.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의존성. 어떻게 죽고 싶나? 가장 먼저!
로버트 드니로
로버트 드니로는 심각한 ‘또라이(본인의 말!)’이자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이다. 그가 고백하는 꿈은…, 노래?
완벽한 행복이란? 마음의 평화.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내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뉴욕의 진짜 주부들>에 출연하는 것.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역사 속 인물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그 역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했다. 그러니 조지 워싱턴. 자신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여기서 말하긴 싫다. 타인에게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자만심, 오만. 어떤 때 거짓말을 하나? 예의를 차릴 때. 예를 들어, 프루스트 문답을 하겠냐고 했을 때 “그럼요”라고 답한 것. 가장 많이 쓰는 단어나 문장은? 사람들이 최상급 표현을 남용하는 게 싫다. 세상 모두가 탁월하거나 X 같은 천재다. ‘X 같은’을 남용하는 것 같기도 한데, 동사로는 안 쓴다. 당신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너무 많다.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가장 갖고 싶은 재능은? 가창력. 언제 어디에서 가장 행복했나? 오늘이 좋다. 현재 마음 상태는? 혼란, 그래도 길을 잃지 않는 능력을 가진 상태. 당신의 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내 맘대로 바꿀 수 없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날 것 같나? 첫째, 나는 죽기 싫다. 둘째, 죽은 후에 환생하기 싫다. 정말 좋은 배역이면 모를까. 가장 아끼는 것은? 나의 가족. 살고 싶은 곳은? 지금 살고 있는 뉴욕시. 좋아하는 직업은? 지금 내 직업인 배우 겸 사업가. 가장 두드러지는 당신만의 특징이 있다면? 남이 대답해줘야 할 질문 아닐까. 남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정직. 여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정직. 좋아하는 작가는? 내가 읽는 글은 대부분 못 쓴 대본이다. 그 외엔 모린 도드, 프랭크 리치, 토머스 프리드먼을 읽는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허구 속의 영웅이 있다면? 내가 읽는 허구의 이야기는 신문뿐이다. 그럼 현실에서의 영웅은? 영화 <브롱스 이야기>에서 아버지(내가 맡은 배역이다)가 아들에게 말한다. “일하는 남자가 강한 남자다.” 매일 생계 유지를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내 영웅이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못된 놈들. 내가 그럴 때도 싫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죽고 싶은가? 자다가. 별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거다. 좌우명은? 자식들한테 하는 말인데 “누구나 또라이인 면이 있다”.
- 에디터
- Vanity Fair
- 일러스트레이터
- Robert Ris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