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여자가 뽑은 최악의 노래방 선곡

2018.03.26이재위

최고의 노래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최악의 노래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도 노래방에서 이 노래만큼은 선곡하지 말자.

1. ‘내 여자라니까’ 이승기 한때 숱하게 많은 연하남들이 노래방에서 누나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이 노래를 불렀다. 낯부끄럽긴 했지만 때때로 귀엽다는 생각도 했다. 문제는 이제 30대가 된 남자들이 아직도 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당시에 국민 남동생이던 이승기도 이제 서른 둘이다. 더구나 자기 마음대로 반말하는 남자는 최악인데, 이 노래 속 남자가 딱 그렇다. 최악의 한 소절. ‘너라고 부를게’ – 이현아 (회사원)

2. ‘고해’ 임재범 왜 남자들은 임재범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목이 쉬고, 죄지은 표정이 될까? 남자들이여, 임재범 노래는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고해’는 최악의 선곡이다. 임재범의 창법을 따라 하는 것도 참기 힘들지만, 어두운 내용의 가사와 선율은 신나는 노래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최악의 한 소절. ‘피 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 권진 (주부)

3. ‘겁쟁이’ 버즈 이 노래를 선곡한 남자들은 하나 같이 사연이 가득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버즈 민경훈의 손짓을 따라 하며 애절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다. 제발 노래방에서 노래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되는 일은 없도록 하자. 고백도 제대로 못하면서 사랑을 애걸하는 가사 역시 지질하다. 최악의 한 소절.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 마요’ – 김민아 (회사원)

4. ‘다행이다’ 이적 노래방에서 ‘다행이다’를 여자친구에게 불러주는 남자들을 본 적이 있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이 노래를 부르는 남자들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고 시작해 절정에 치달을수록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애처롭게 변해간다. 구구절절한 가사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 결혼식 축가로 이 노래를 직접 부르려는 예비 신랑이 있다면 당장 말리고 싶다. 최악의 한 소절. ‘그대와 나눠먹을 밥을 지을 수 있어서’ – 손지민 (광고 기획자)

5. ‘뻑이 가요’ GD&TOP 당신은 지드래곤과 탑이 아니다. 성인 남자가 이 노래를 부르기엔 가사가 너무 유치하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지드래곤과 탑을 따라 하는 허세 가득한 표정과 손짓을 볼 때는 민망해서 노래방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박자가 전혀 맞지 않는 랩을 듣고 있는 귀도 고통스럽다. 랩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는 즉시 정지 버튼을 누르도록 하자. 최악의 한 소절. ‘뻑이 가요, 뻑이 가’ – 김지혜 (<러너스 월드> 에디터)

6. ‘BEBERLY 1LLS’ 도끼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인지 노래방에서 줄곧 힙합 음악만 선곡하는 남자들이 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노래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친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도끼의 ‘BEBERLY 1LLS’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래다. 마이크는 이상하게 틀어쥔 채 혼자만의 흥에 빠져 있는 남자들을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악의 한 소절. ‘Beverly ills, Beverly ills’ – 노경은 (패션 브랜드 홍보 담당자)

7. ’야생화’ 박효신 박효신 역시 임재범 못지 않은 허스키 창법의 대명사다. 그러나 박효신의 노래는 임재범보다 두 배는 더 따라 하기 어렵다. 박효신의 목소리는 거칠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곱고 부드러운 음색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노래의 음역대도 넓다. 박효신이 청와대 만찬 행사에서 ‘야생화’를 부른 이후 이 노래를 선곡하는 남자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박효신의 바이브레이션을 따라 하다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남자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최악의 한 소절.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 신다솜 (대학생)

    에디터
    이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