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컬렉션엔 남성복과 여성복이 동시에 등장했다. 두 배로 활기차고 세 배로 풍요로웠다.
유니섹스와 젠더리스의 유행에 발렌시아가도 합류했다. 이미 몇몇 디자이너가 시도한 방식으로, 2018 F/W를 시작으로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한날 같은 곳에서 보여주는 것. 등장한 모델이 많아진 만큼 쇼 시간은 길어졌고, 흥미로운 요소도 늘었다. 횅하고 광활한 무대에는 그라피티로 가득한 마운팅 백드롭이 설치됐는데, 늘 그랬듯 쇼 시작 전 음악 같은 건 없었다. 느닷없이 초미니 드레스를 입은 여자 모델과 액체 괴물 같은 남자 모델이 차례로 걸어 나왔다. 그 뒤로 패티 코트를 입은 듯 풍성한 도자기 실루엣의 재킷과 코트가 등장했다. 3D 보디 스케닝과 디지털 피팅 기법이 들어간 하이테크 몰딩 기법으로 만들었다는데, 쉽게 말해 가벼운 폼에 울, 트위드, 벨벳을 접착시키는 방식이다. 단단한 실루엣의 옷이 지나가고 거대한 레이어링 부대가 등장했다. 뎀라 즈바살리아는 극한의 추위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초특급 레이어링을 생각했다고 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시작으로 최대 아홉 개까지 껴입었지만, 색과 소재와 실루엣을 철저하게 계산한 ‘스타일링’이 빠지지 않았다. 겹쳐 입은 게 아니고 원래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새로운 스니커즈도 물론 나왔다. 미로처럼 꼬이고 얽힌 장식을 넣은 트랙 스니커즈는 트리플 에스보다 덜 투박하고 더 경쾌했다. 발렌시아가는 여성복에 가려 남성복이 소외되거나 남성복의 파워에 여성복의 섬세함이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두 배로 활기차고 세 배로 풍요로웠다.
- 에디터
-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