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티 페어>에서 ‘할리우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미디어의 판이 바뀐 것만큼이나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사진 앞에서는 모두가 여전히 설렌다. 올해는 LA와 뉴욕을 오가며 상징적인 배우 열두 명을 담은 애니 레보비츠의 화보 제작 과정을 기록했다.
Jessica chastAin
배우, 제작자. <몰리의 게임>을 포함한 30편의 영화 출연.
빨간 머리의 제시카 차스테인은 빅토리안 고위층(<크림슨 피크>), 거만한 부유층 여성(<미스 줄리>), 영웅적 명수(<헌츠맨: 윈터스 워>)와 같이 보조개에 힘을 주고 턱을 높게 치켜세우는 역할들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또 지옥 세계의 첩보원(<제로 다크 서티>)과 지하 도박 세계의 하이롤러(<몰리의 게임>) 역할도 명징하게 소화한다. 이제 차스테인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아마도 <조지와 태미>의 컨트리 가수 태미 와이넷 역이 아닐까? 물론 의심하지 않는다.
Robert de niro
배우, 제작자, 감독. <아이리쉬맨>을 포함한 110편의 영화 출연, 아카데미상 2회 수상.
둘 중 뭐가 더 겁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로버트 드 니로가 극 중에서 상대를 신나게 두들겨 패기 전 쏘아보는 눈빛인지(<좋은 친구들>), 아니면 상대를 신나게 두들겨 패고 난 후 번지는 그의 잭-오-랜턴(할로윈 마스코트) 같은 미소인지(<언터쳐블>). 그의 극 중 역할이 모두 폭력적이진 않지만, 특히나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협업 작품인 <비열한 거리>를 시작으로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카이텔, 그리고 보비 캐너베일과 함께 출연하는 오늘날의 넷플릭스의 <아이리쉬맨>까지, ‘갱스터’는 그가 가장 잘 그려내는 캐릭터 중 하나다.
Harrison FORD
배우, 제작자.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포함한 54편의 영화 출연.
해리슨 포드의 거만한 듯 개구진 미소는 <청춘 낙서> 속 뜨거운 자동차 레이싱 장면과 함께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포드가 연기한 <스타워즈>의 한 솔로나 채찍을 휘두르는 인디아나 존스는 이제 나이와 세월의 흔적을 머금어 희끗희끗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설적인 시리즈물의 중심이 되기엔 여전히 힘이 있다. 포드는 <패트리어트 게임>의 잭 라이언,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 <도망자>의 리처드 킴블처럼 위험한 인물도 거뜬하게 소화했다.
MichaEl B. JORDAN
배우. <블랙팬서>를 포함한 12편의 영화 출연.
여러 시리즈물(가장 얼굴을 알린 방송은 <더 와이어>였다)에 출연한 이후 마이클 B. 조던은 흑인 민권 운동을 소재로 그린 라이언 쿠글러의 실화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통해 영화계에 입성했다.
이후 <크리드>의 에릭 킬몽거 역, 그리고 쿠글러의 엄청난 기대작인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를 통해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OPrah Winfrey
배우, 제작자, 자선가. <시간의 주름>을 포함한 15편의 영화 출연, 아카데미상 1회 수상.
오프라는 지구를 아우르고 있다. 방송 진행자, 작가, 제작자, 잡지 출판인, 위대한 여배우(<컬러 퍼플>, <비러브드>,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독보적인 영향력 행사자, 그리고 골든 글로브의 세실 B. 드밀상을 수상한 첫 흑인 여성. 윈프리는 그의 모든 업적을 더한 것보다 더 위대하다. 넓고 깊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행보는 늘 경쾌하고 재빠르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진부하지 않게, 더 나은 방향으로 전념한다. 혹시 오프라의 다음 행보는 대선 출마일까?
Claire FOY
배우. <언세인>을 포함한 7편의 영화 출연, <더 크라운>을 포함한 16편의 방송 출연.
클레어 포이는 시대극 의상을 입고 전형적인 영국식 우아함을 보여준다. 리메이크 작품인 <업스테어스 다운스테어스>에서는 레이디 페르세포네 토윈 역을, <울프 홀>에서는 앤 불렌 역으로 참수형을 당했고, <더 크라운>에서는 기분 변화가 심한 남편, 여기저기 뻗어나가는 제국, 엄청난 중압감을 모두 감내하면서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역을 소화했다.
ReESe witherspoon
배우, 제작자. <시간의 주름>을 포함한 39편의 영화 출연, 아카데미상 1회 수상.
리즈 위더스푼은 <대니의 질투>를 통해 시작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15세였던 위더스푼은 이미 타고난 배우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 보여준 자연스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특별한 재능은 <금발이 너무해>에서 선보인 탄산처럼 속 시원한 코미디 연기다. 그것을 증명하듯, <앙코르>의 컨트리계의 마돈나 준 카터 역이나 HBO의 미니시리즈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의 매들린 마사 매켄지 역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물 장르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Tom Hanks
배우, 제작자. <더 포스트>을 포함한 69편의 영화 출연, 아카데미상 2회 수상.
톰 행크스가 그려낸 평범한 영웅들의 진실성, 임무 해결,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침착한 유머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지만, 할리우드는 다시 민주주의로 돌아갈 수 있을까? 행크스의 역할들은 개인의 영광이나 폭군의 집착이 아닌 의무와 공익이란 요소로 가득했기에 더 빛났다. <아폴로 13>을 다시 지구로 향하도록 이끌거나, 라이언 일병을 구하거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탑승자로 가득 찬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것처럼, 실현 가능한 일을 인간적으로.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톰 행크스는 최근 <더 포스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억압과 거짓의 그늘을 겪는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벤자민 브래들리를 연기했다.
Gal gadot
배우, 모델. <원더우먼>을 포함한 13편의 영화 출연.
이스라엘 배우이자 모델, 이스라엘의 방위군 전투 훈련관이었던 갤 가돗은 그동안 다이애나 왕비, 그리스 신화의 히폴리타, 원더우먼 역할을 소화했다. 여신 같은 우아함과 단련된 운동 신경까지, 함께 갖추기 힘든 요건을 모두 구비한 채로. 가돗의 매력과 열정은 화보 촬영장에서도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이 매력이 패티 젠킨스 감독을 만나 증폭되면서 DC 프랜차이즈의 영광을 되찾게 했다. 나머지 저스티스 리그는 모두 긴장 좀 해야겠다.
Michael Shannon
배우, 뮤지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포함한 70편의 영화 출연.
마이클 섀넌이 출연하면 그 영화는 한 단계 더 깊어진다. <녹터널 애니멀스>에서는 흰색 스테트슨 모자를 쓴 복수의 천사이자 보안관으로, 다윗교의 농성을 포위 공격한 사건을 담은 다큐 드라마 <웨이코>에서는 사이비 종교 교주를 상대하는 단호한 FBI 요원으로, 그리고 에서는 크리스 헴스워스와 함께 탈리반을 상대하는 군인으로 등장한다. 작든 크든 그가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은 이제 없다.
zendaya
배우, 가수. <위대한 쇼맨>을 포함한 2편의 영화 출연.
젠데이아는 디즈니 스타에서 거물급으로 거듭난 또 한 명의 배우다. <K.C. 언더커버>로 얼굴을 알린 그는 엔터테인먼트, 패션,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하나로 만나는 팝 문화의 지점에서 자라났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괴짜 아웃사이더 역을 소화하기 위해 화려함을 벗어 던지더니, 마치 ‘왜 스파이더맨만 하늘을 날게 해주지?’라고 반박하듯 <위대한 쇼맨>에서는 공중 그네 예술가로 하늘을 가로질렀다.
Nicole Kidman
배우, 제작자. <보이 이레이즈드>를 포함한 66편의 영화 출연, 아카데미상 1회 수상.
니콜 키드먼이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프로젝트 리더로서 아무리 모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지난 십여 년 동안의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매혹당한 사람들>, <신성한 사슴 죽이기>만 봐도 그렇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미디어는 여전히 그를 차가운 조각같이 그려내려고만 한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배우로서 키드먼은 어떠한 배역에도 망설인 적이 없다.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는 성적 판타지를, <탄생>을 통해서는 모성의 갈등을,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에서는 노골적으로 변태를 그려냈다. 에미상을 비롯해 골든 글로브를 휩쓴 HBO의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통해 그녀는 TV까지 섭렵했다.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그는 여기서 쉬지 않는다. 키드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 포토그래퍼
- Annie Leibovitz, Kathryn MacLeod, Matthias Gaggl
- 스타일리스트
- Jessica Diehl
- 글
- James Wolc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