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 색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브랜드가 그 도구를 갈고 닦는 법.
라미 살면서 수십 자루의 만년필이 필요하진 않을 텐데, 라미의 신제품 소식을 접하다 보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 컬러를 따르기보단 제품의 콘셉트에 맞춰 새로운 색을 개발해 출시하며,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따로 두지 않고 외부 디자이너와 늘 협업하는 혁신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치솟는 소비욕 앞에서 라미의 ‘Not Just a Pen’의 슬로건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라미의 펜을 놓고 가장 많은 사람이 욕심을 낸 색깔은 2016년에 선보인 사파리 다크 라일락이다. 보라색 무광 보디에 검은색 닙과 클립의 조화로 출시되자마자 품절되어 버렸다. 1980년대에 출시한 사파리의 최초 모델인 사바나 그린도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검은색 혹은 빨간색 정도가 전부였던 만년필 시장에 초록색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필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라미가 ‘색’으로 진한 이미지를 남기게 된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