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대로 한 잔씩, 와인을 색만 보고 골라 마셨다.
코노 말보로 소비뇽 블랑 소비뇽 블랑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레몬색, 볏짚색이 확실히 보인다. 나뭇잎이 반사된 것처럼 연둣빛도 슬쩍 스친다. 편하게 마시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으로 날씨가 더울수록 주가가 오른다.
살로몽 운트호프 쾨글 리슬링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지나온 세월만큼 명성도 확실하다. 은은한 금빛의 이 리슬링은 막 쪼갠 복숭아와 살구의 향이 풍성하다. 머금을 때의 질감은 매끄럽다.
르헤젱 에 랑쥬 레디마 1983년에 양조를 시작해 1997년엔 유기농법, 2000년엔 이산화황을 쓰지 않는 양조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한 내추럴 와이너리다. 샤르도네가 60퍼센트, 소비뇽 블랑이 40퍼센트 들어갔다.
졸리 페리올 펫낫 프랑스 남부 랑그독 루시옹 지역의 이름난 내추럴 와인 생산자. 연한 오렌지 색에서 짐작되듯 비타민처럼 맛이 새콤하다. ‘펫낫’은 ‘자연적인 거품’의 줄임말로, 자연 발효로 얻은 탄산이 엷게 퍼진다.
코스타딜라 비앙코 280 slm 필터링을 거치지 않아 뽀얀 오렌지색을 띠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의 내추럴 와인이다. 프로세코 품종으로 만든 몇 안 되는 자연효모 발효 와인이기도 하다. 해발고도를 이름에 표기해 제품을 구분한다.
데스클랑 위스퍼링 엔젤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만든 그르나슈 90퍼센트 로제 와인. 벚꽃처럼 보드라운 분홍색이 특징이며, 다른 로제보다 더 연해 햇빛 아래에서 유독 찬란하게 빛난다.
도멘 레 테르 프로미즈 라포스트로프 ‘약속의 땅’이라는 이름의 프로방스 와이너리로 화학 요소를 배제한 채 내추럴 와인을 다양하게 만든다. 병입하기 전 가볍게 필터링했으며 연어색과 자몽색이 섞인 묘한 색이 매력이다.
루 뒤몽 크레망 드 부르고뉴 로제 일본인과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블랑 드 누아 크레망. 박력 있는 기포와 보드랍게 퍼지는 산도의 조화가 좋다. 연어색으로 분류되는 로제 중에서도 조금 짙은 편.
룩 벨레어 로제 레어 힙합 아티스트 릭 로스가 제조에 참여해 미국의 클럽에서 득세 중인 로제 샴페인이다. 검은 병에 발광 라벨까지 붙어 첫 인상은 예사롭지 않은데 속은 오렌지색이 슬쩍 도는 수줍은 장밋빛이다.
엠 로제 엠은 빌라엠에서 만든 세컨드 브랜드다. 그중 엠 로제는 색깔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달콤한 맛이 주저 없이 느껴지는 디저트 와인. 알코올 도수도 3도로 가볍고, 잔을 들어 마실 때마다 딸기 향이 번쩍 스친다.
지디 바이라 N.S. 델라 네베 로제 스파클링 피에몬테에서 네비올로와 피노누아를 반씩 섞어 만들었다. 양조법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이 지역에서 마시던 옅은 색 와인에서 영감을 받아 청명하게 만들었다.
이기갈 타벨 로제 레드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도 짙은 색상이 특징인 론 지역 토착 품종을 짧게 침용해서 양조해 색이 로제 와인치고 마음껏 붉다. 프로방스 지역 로제와 색깔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르헤젱 에 랑쥬 오마쥬 아 호베르 가메 품종의 맑은 색깔이 잘 드러나는 론 와인. 미세하게 번지는 탄산과 가벼운 타닌 덕에 한 모금 마시면 수박처럼 시원한 향이 느껴진다. 내추럴 와인 특유의 ‘시골 향’도 부담스럽지 않다.
까사로호 마초맨 매년 트렌드에 맞춰 라벨 속 수염 모양이 바뀌고 팔뚝의 굵기도 달라지는 스페인의 개구진 레드 와인이다. 모나스트렐 100퍼센트로 만들어 맛도 향도 색도 꽉 들어찼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