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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호텔, 미식으로 완성하는 여정, 가나 여행 가이드

2026.04.15.전희란

남쪽의 짙은 숲과 소용돌이치는 강물에서 북쪽의 붉은 대지까지, 어린 시절의 가나로 돌아가는 여정.

부트레 강 하구.
보솜트웨 호수로 뛰어드는 순간.

가나 Ghana와 코트디부아르 Côte d’Ivoire의 국경이 맞닿은 대서양 곶 위에 서서 뒤돌아보면, 가나 최남단의 작은 마을 악심 Axim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부터 9만2천 제곱마일에 이르는 나라가 펼쳐진다. 시야가 닿는 곳마다 끝없이 나무가 이어지고, 내가 머무는 로지는 실크 코튼과 인디언 아몬드, 고무나무가 만든 울창한 캐노피 속에 깊이 둘러싸여 있다. 가나는 내게 집과도 같은 곳이다. 네 살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다 대학 진학을 위해 영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살았지만, 이 나라의 극적인 풍경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아래에서는 파도가 돌출된 바위에 거칠게 부딪치지만, 그 바위들은 둥근 보호막처럼 둘러서 있어 아이가 놀 수 있을 만큼 잔잔한 물웅덩이를 만들어낸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두 개의 강이 바다로 흘러든다. 하나는 불법 채굴로 인해 갈색으로 물들었고, 다른 하나는 강가의 나무 뿌리 때문에 짙은 검은빛을 띤다. 현지 사람들은 이 검은 물에 약효가 있다고 믿지만, 갈색 물이 수은과 시안화물에 오염돼 결국 사람을 해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가나 남부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를 따라 작은 마을들의 일상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길가에는 갓 수확한 농산물이 무지갯빛처럼 쌓여 있고, 판매대 위에서는 유리 구슬 팔찌들이 반짝인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는 이런 여행에서 늘 차 뒷좌석에 앉아 아버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길거리 음식 상인들과 값을 흥정할 때면 아버지는 하우사어 Hausa, 판티어 Fantsi, 아쿠아펨어 Akuapem 등 가나에서 쓰이는 80여 개 언어 가운데 몇 가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말을 건넸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잃은 듯 바라보곤 했다. 이곳에서는 운전기사가 딸린 SUV를 빌리는 것이 거의 필수에 가깝다. 아름다운 풍경은 곳곳에 숨어 있지만, 그곳에 닿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루 문 에코 럭셔리 리조트 Lou Moon Eco Luxury Resort의 매니저 더글러스 난카-브루스 Douglas Nanka-Bruce는 빛이 바랜 사파리 버킷 햇을 쓴 채 야자수와 시그레이프 나무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을 가리키며, 그곳에서 야외 뷔페를 열 계획이라고 말한다.

아한타 에코 로지 인근 부수아 해변.
악심의 즐거운 분위기.

그는 나중에 주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곳에 모아둔 떨어진 코코넛 더미를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사람들은 아직 서로를 순수하게 믿으며 살아가요.” 이 리조트는 어업과 농업으로 살아가는 마을과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레스토랑 역시 그들이 거둔 소박한 수확물을 그대로 받아 사용한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인디언 아몬드 나무 줄기에는 형형색색의 어선들이 묶여 있고, 그 그늘 아래 놓인 투박한 벤치에서는 노련한 어부들이 낡은 그물을 고친다. 젊은 어부들은 일을 마친 배 위에 기대 앉아 이른 새벽 조업 뒤의 여유를 햇살 아래서 천천히 즐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해변으로 나가자 옅은 노란빛이 바다를 반으로 가르듯 번진다. 곧 바다는 검은빛으로 가라앉고, 그 위로 밤하늘의 별들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나는 험난한 오프로드 여정 사이사이에 가나의 쉽게 닿을 수 없는 자연 속에 숨은 은신처 같은 장소들을 옮겨 다닌다. 로열 센치 호텔 & 리조트 Royal Senchi Hotel & Resort의 보트를 타고 볼타강을 천천히 내려가며 맑은 푸른 하늘 아래에서 훈제 생선과 향신료를 넣은 팜 오일로 만든 달걀 스튜와 삶은 그린 플랜테인을 먹는다. 우아한 초승달 모양의 아도미 브리지 Adomi Bridge가 하늘을 거대한 캔버스처럼 다시 그려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수세기 동안 이 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묘한 유대감을 느낀다. 강둑에는 어린 님 나무와 부시윌로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그 사이로 망고와 티크, 야생 캐슈와 카카오 나무가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위로는 거대한 마호가니 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볼타강의 어부.
레드 클레이에 놓인 퇴역 기차 객차.

아칸 Akan 사람들은 이 강을 아수오 피라 Asuo Firaw라 부르고, 에웨 Ewe 사람들은 아무가 Amuga라 부른다. 부르키나 파소 Burkina Faso의 고원에서 시작해 흘러내리는 이 강은 가나의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로, 나라 곳곳의 수많은 농부와 어부들의 삶을 지탱한다. 우리는 고무 농장이 줄지어 늘어선 도로를 따라 서부 지역에서 아샨티 Ashanti 지역으로 넘어간다. 가지런히 심어진 고무나무 아래에는 플랜테인과 카사바, 코코얌이 자라고, 그 사이로 빨갛게 익은 고추가 눈에 띈다. 보솜트웨 호수 Lake Bosomtwe에 자리한 로지 허밍버드 Lodge Hummingbird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자정이 가까웠다. 하지만 매니저 아코수아는 여전히 우리를 위해 졸로프 라이스와 호수에서 잡은 생선인 콤포 Komfo 튀김을 내어놓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천천히 햇빛을 받아 밝아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잠에서 깬다. 물빛은 검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다시 주홍빛과 짙은 노란빛으로 변해가다 마침내 깊은 파란빛을 되찾는다.

여기서부터 여정은 비행기를 타고 북쪽의 타말레 Tamale로 이어진다. 아크라에서 분주한 10시간의 경유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북부 지역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울창한 숲 대신 듬성듬성 나무가 서 있는 평평한 초원이 펼쳐지고 그을린 호박빛 흙이 이곳의 모든 것을 덮고 있다.

밋 미 데어의 마사지.
부수아 해변의 쿠마니니 바이닐스.

지난 5년 사이, 이 바오밥 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땅에는 하나의 문화적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아티스트 이브라힘 마하마가 이곳 타말레의 레드 클레이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광대한 갤러리와 아카이브, 그리고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해 그는 매거진의 연례 파워 리스트에서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베니스나 시드니 비엔날레, 런던의 화이트 큐브, 휴스턴 미술관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 작품을 선보이지 않을 때면, 그의 작업은 이곳 레드 클레이의 공간 곳곳에 자리한다. 대표작 ‘자본의 잔해들 Capital Corpses’에서는 녹슬어 더이상 쓰이지 않는 싱어와 버터플라이 재봉틀이 식민지 시대의 나무 학교 책상 위에 고정된 채 전시되어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기차와 소련제 비행기 역시 교육 공간이자 도서관, 전시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서핑 스쿨의 학생.
몰레 국립공원의 사파리강.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 테레사 안코마, 아모아코 보아포, 콰메 아코토-밤포와 함께 가나 현대 미술의 새로운 세대를 이끄는 작가들 가운데 한 명인 마하마 Mahama는 가나 북부에 이 같은 예술 기관을 세운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그의 고향을 세계 예술 지도의 중심에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가이드를 맡은 라브란은 이곳에서 인턴으로 시작한 예술가다. 그는 부지 곳곳에 심어놓은 수백 그루의 시어넛 나무를 가리킨다. 시간이 지나 나무가 자라면 그늘을 드리우는 동시에, 이 지역 많은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는 시어 버터 산업을 기리는 살아 있는 기념비가 될 것이다. 레드 클레이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 재활용한 기차 한쪽에서는 두 여성이 아무렇지 않게 셀피를 찍는 모습도 눈에 띈다.

광활한 1,850제곱마일 규모의 몰레 국립공원의 사바나와 숲 또한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가나의 일곱 개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큰 이곳은 생물 다양성 또한 가장 풍부하다.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자와 표범, 그리고 수많은 새가 이곳에서 살아간다.

레드 클레이에서 건설 중인 비시 살바 그린하우스.
레드 클레이의 비시 실바 그린하우스.

우리는 어린 시어 나무들이 엮어 만든 그늘 아래로 공원 안의 강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아프리카 자작나무와 메뚜기 콩나무, 그리고 감필라 Gampilaa라 불리는 교살자 무화과나무가 보인다. 가이드 무사 아친트리 Musah Achintri는 급강하를 하는 물총새의 번쩍이는 모습을 가리키고, 이웃 모그노리 Mognori 마을에서 온 소알레 압둘라흐만 Soale Abdul-Rahman과 사비아 다리 Sabia Dari는 딱새와 때까치의 울음을 흉내 낸다.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우리는 보호구역 가장자리에 자리한 자이나 로지 Zaina Lodge로 돌아간다. 도로 옆에는 개코원숭이 무리가 늘어서 있고 북부땅코뿔새가 길을 피해 달아난다. 그 위로는 벌잡이새와 베짜기새들이 저녁 숲의 캐노피 사이에서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자이나는 서쪽을 향한 능선 위에 자리해 있고 인피니티 풀 너머로는 손길이 닿지 않은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지막 저녁 식사는 당근과 오렌지로 만든 수프로, 마치 노을을 맛보는 듯하다. 그 맛을 음미하는 동안만큼은 다시 아크라의 분주한 소음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밀어내니, 모든 것이 고요하고 세상은 부드럽고 여유롭게 느껴진다.

가나에서 머물기 좋은 곳 Where to Stay Across Ghana

나나 아무 아프리카 전통 공예와 패브릭을 현대적인 미니멀 라인과 결합한 아프로 모던 스타일의 독특한 아크라 홈스테이.
볼타 지역의 밋 미 데어 에코 로지 바다와 약 20미터 너비의 모래사장으로 나뉜 작은 라군 가장자리에 자리한다. 그 위로
야자수들이 줄지어 흔들리고,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맹그로브 숲과 습지를 탐험하기에 이상적인 곳. 이곳은 태양광으로 운영되며, 퇴비 화장실을 갖추고 있고, 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한 봉지를 주워오면 무료 카이피리냐 한 잔을 제공한다. 발효해 곱게 간 옥수수로 만든 찐 덤플링 아크플레 Akple와 볼타강에서 잡은 역돔, 신선한 페퍼 살사를 곁들인 요리는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플랜테인 오믈렛과 현지 버섯을 넣은 스크램블드에그, 팜 오일 아이올리를 곁들인 아침 식사도 마찬가지다.
동부 지역에서는 로열 센치 호텔 & 리조트 가나 최고봉 아파자토와 울리 폭포, 타그보 폭포를 방문하기에 좋은 거점이다. 호텔은 아도미 현수교 인근 볼타 강가에 자리해 있는데, 보트와 카약을 즐기기에 좋은 잔잔한 물길과 맞닿아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팔라버 소스를 곁들인 얌 요리와 향신료로 튀긴 플랜테인 요리 켈레웰레 Kelewele가 특히 인기다. 푸푸를 곁들여 먹는 수프를 비롯해 다양한 수프 메뉴도 인상적이다.
루 문 에코 럭셔리 리조트 서부 지역에서는 악심의 루 문 에코 럭셔리 리조트 반도에 둘러싸인 만 옆에 자리한다. 높은 천장의 객실에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목재 장식과 프린트 패브릭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한타 에코 로지 부트레 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하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객실은 총 열 개로 규모는 작지만 아늑한 가족형 숙소이며, 큰 더블 룸에는 전용 수영장이 딸려 있다. 만 건너편 해변에서는 서퍼들과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울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자이나 로지 북부 사바나 지역의 자이나 로지 보호구역 남동쪽, 서쪽을 향한 능선 위에 자리해 끝없이 이어지는 숲의 수평선을 내려다본다. 밤이 되면 다이커(영양)와 혹멧돼지가 샬레 텐트 가까이까지 다가온다.

아크라에서의 맛과 밤, 그리고 즐거움 Eat, Drink and Be Merry In Accra

은수옴남 칸톤먼츠 Cantonments 지역의 해산물 레스토랑인 은수옴남 NsuomNam. 강황을 인퓨징한 럼으로 만든 ‘스위티 두두 Sweety Doudou’ 같은 칵테일을 선보인다. 새우와 문어, 조개, 오징어를 넣어 끓인 해산물 솥밥 역시 인기 메뉴다.
리퍼블릭 바 앤 그릴 아크라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은 리퍼블릭 바 앤 그릴 Republic Bar and Grill을 성지처럼 찾는다. 2012년에 문을 연 이곳은 가나에서 처음으로 현지 증류주만을 사용하는 대형 바 가운데 하나로, 특히 가 Ga 사람들이 아크페테시에 Akpeteshie라고 부르는 사탕수수 증류주를 사용한다. 지금은 고급 바들에서도 이런 방식을 흔히 볼 수 있다. 리퍼블릭은 겉으로 화려한 세련됨을 내세우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은 현지 팜 스피릿에 히비스커스와 라임, 민트, 브라운 슈거를 더해 만든 코크로코 Kokroko다.
바인 바인 Vine에서는 달걀과 칠리를 곁들인 요리와 플랜테인 칩에 레드-레드 허머스를 곁들인 코수아 네 메코 Kosua ne meko를 맛볼 수 있다. 레드-레드는 붉은 팜 오일에 향신료를 넣어 푹 끓인 검은눈콩 스튜로 가나의 별미다. 일부 요리는 전통 가나 주방에서 사용하는 아산카 Asanka 라는 토기 그릇에 담겨 나온다.
코조 코조 Kōzo에서는 아로마틱 피시 커리와 스파이시 치킨 타코를 선보인다. 아사나 바 앤 키친 아사나 바 앤 키친
Asana Bar & Kitchen의 미소 연어는 호바 Hoba 잎을 곁들여 내는 요리다.
티 바 티 바 Tea Baa의 고구마 크로켓은 향신료로 양념한 에구시 Egusi 위에 올려져 한층 특별해진다. 으깬 멜론 씨앗의 고소함이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고구마의 풍미와 어우러져 균형 잡힌 맛을 만든다.
부카 오수 Osu 지역의 부카 Buka는 서아프리카 음식의 성지 같은 곳이다. 발효한 옥수수로 만든 찐 덤플링 방쿠 Banku와 수단에서 짐바브웨에 이르기까지 널리 먹는 오크라 스튜의 에웨 Ewe식 버전인 페트리 데치아 Fetri Detsia 같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팜 와인을 곁들이면 더욱 잘 어울린다.

부수아 해변에서 서는 물구나무.
몰레 국립공원의 코끼리.
포토그래퍼
Daniel Okon
Nii Ayikwei Parkes
사진
SCCA TAM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