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애인의 바캉스 꼴불견

2018.06.04GQ

애인과 여름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관계가 소원해졌다면, 다음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 자신이 해당되는 건 아닌지 체크해보자.

카톡 단톡방에 중독된 남자친구 전 남자 친구와 속초로 여행을 갔다. 바다에 발도 담그고 회도 먹을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남자 친구의 신경은 온통 핸드폰에만 쏠려있었다.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도, 한 손으로 젓가락을 들고도, 끊임없이 카톡의 단톡방을 확인하는 남자 친구. 덕분에 속초에 있는 내내 남자 친구의 고교 동창생들과 함께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이수현(회사원)

사진 촬영이 제일 중요한 여자친구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 친구. 목적지인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쥐여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주문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자연스럽게 찍어달라는 요구는 충족시키기가 너무나 어려운 조건 아닌가. 핸드폰에 수천 장의 연사를 남기고서야 촬영은 끝났지만, 뒤이어 사진을 골라달란 더 까다로운 요구가 따라왔다. 핸드폰을 수영장에 던질 뻔 했다. – 최요한(웹개발자)

과도한 애정행각을 하는 남자친구 전 남자 친구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쯤 어렵게 시간을 맞춰 인피니티 풀이 있는 호텔 수영장으로 같이 휴가를 갔다. 기분 좋게 선베드에 누워있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사랑스럽게 쳐다보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더니 진한 키스를 시도하는 게 아닌가. 가족들과 함께 온 피서객들도 많았는데 순간 너무 민망했다. – 김예슬(디자이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자친구 전 여자 친구와 나는 여행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여자 친구는 즉흥적으로 발길 가는 대로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 해서 맛집 검색이 취미인 내가 그해 여름, 부산 여행 계획을 짜기로 했다. 문제는 여행 첫날부터 시작됐다. 여자 친구는 여행지에서 손도 까딱하지 않으려고 했다. 기차표도 내가 사고, 길도 내가 찾고, 맛집도 내가 찾고, 주문도 내가 했다. 결정적으로 화가 났던 순간은 잘 먹고 나와서 ‘여긴 이게 별로니, 이건 어쩌니’ 구시렁거렸을 때다.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헤어질 뻔했다. – 정태환(마케터)

흥이 너무 많았던 남자친구 흥이 많았던 남자 친구. 친구 커플과 함께 가기로 한 휴가지에서 음악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무거운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고 지고 왔다. 그러더니 밤이고 낮이고 펜션에서 큰소리로 EDM을 틀어놓는 게 아닌가. 시끄럽다는 만류에도 꿋꿋이 DJ 놀이를 이어가더니 기어코 펜션 사장님이 나가라고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얼마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휴가를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 이은주(대학생)

고주망태가 된 여자친구 여름만 되면 뉴스의 한 꼭지를 차지하는 취객 소식. 고주망태가 된 채 휴양지에 널브러져 있던 취객이 내 여자 친구라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일주일에 거의 6일을 출근하며 격무에 시달리던 그녀는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무척 신나 보였다. 여자 친구는 초저녁 식사 자리부터 소주를 들이켜기 시작하더니 금세 만취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날 식당에서 걸어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취한 그녀를 숙소까지 옮기느라 내 어깨가 빠질 뻔했다는 사실을. 다음 날 여자 친구의 술병으로 휴가는 자연스럽게 날아갔다. – 이주승(가구 디자이너)

소금왕 짠돌이 남자친구 전 남자 친구는 유독 여행지에서 돈 쓰는 걸 아까워했다. 사이판으로 함께 여행을 갔을 때였다. 스노클링, 패러세일링, 선상 낚시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남자 친구는 아무리 설득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관광지에서 돈 쓰는 건 다 바가지라며 자신은 바닷가에 누워있겠다고 했다. 끝까지 ‘혼자서 하고 오라’고 권했던 매정한 사람. 내 인생에 흑역사로 남아있다. – 김다혜(카페 운영)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영화 <스위밍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