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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향수를 위한 필름 [매직 아워의 전설]

2018.07.25GQ

디올의 새로운 남성 향수 소바쥬 오 드 퍼퓸을 위한 필름, <매직 아워의 전설>.

Sauvage Eau De Parfum 디올의 새로운 향수 소바쥬 오 드 퍼퓸은 2015년 출시한 소바쥬 오 드 트왈렛과 이름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은 향수라고 보기 힘들 만큼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단순히 함량을 높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료를 더하고 향을 재구성해 뉘앙스를 바꾸었기 때문에.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퍼퓨머 프랑소와 드마시 Francois Demachy는 나바호 족의 옛 전설에서 향의 힌트를 얻고, 매직 아워에서 모티브를 따 소바쥬의 세계에 섬세함과 신비로움을 덧씌웠다.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시간. 자유롭게 해방되는 영혼. 소바쥬는 이런 마법적인 이미지를 활용함으로써 남성적인 강렬함과 낭만적인 서정성을 동시에 획득한다. 소바쥬 오 드 퍼퓸의 향이 유독 관능적으로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스를 탄탄하게 다지는 건 풍성한 우드와 짙은 암브록산. 여기에 시추안 페퍼, 핑크 페퍼콘, 스타 아니스, 인도네시아산 넛맥 같은 스파이스가 동양적인 무드를 입히며 향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또 라다넘과 선명한 송진 향, 달콤한 바닐라 앱솔루트, 머스크를 사용해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아로마를 완성했다.

 

Legend of the Magic Hour <매직 아워의 전설>은 클레망 보베 Clément Beauvais와 아서 드 케르소종 Arthur de Kersauson 감독이 소바쥬 오 드 퍼퓸을 위해 만든 아주 특별한 필름이다. 이들은 은하수에 대한 나바호 족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황량한 땅을 신비롭고 영적인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끝없이 펼쳐진 서부의 사막,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석양을 기다리는 남녀, 해가 지고 대지를 적시듯 내려앉는 어둠, 모든 것을 푸르게 물들이는 순간. 소바쥬의 무드는 영화 속 각각의 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조니 뎁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은 필름에 극적 내러티브를 더한다. 광활한 조슈아 사막과 대지 위에 등대처럼 우뚝 선 레드 록 캐니언, 데스 밸리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 역시 놓칠 수 없는 대목. 11분이 넘는 풀 버전 필름은 유튜브에서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매직 아워의 전설>은 다른 향수 필름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CB 향수 광고처럼 보이는 뻔한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디올은 영상을 만들기 전, 우리에게 딱 두 가지를 당부했다. 낮과 밤의 모호한 경계를 신비롭게 표현할 것, 그리고 어둑한 푸른 톤으로 주술적인 분위기를 살릴 것. 대신 다른 부분은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그게 굉장히 좋았다. 디올처럼 큰 회사와 작업할 땐 이런 경우가 드물다. 덕분에 우리도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나바호족의 전설은 어떤 내용인가? CB 옛날 아주 옛날에, 검은 신이 나바호족 장로들의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밤하늘에 별을 심어 별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장로들이 자신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코요테 신은 검은 신의 가방을 훔쳐 그 안에 들어 있던 별들을 하늘에 마구 뿌려버렸다. 이것이 은하수가 되었다는 얘기다.

‘매직 아워’는 무엇인가? CB 매직 아워는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을 의미한다. 또 해방의 순간이자 긍정성으로 가득 찬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영상 속에서는 모든 것이 멈춰 고요해지고 평화를 느끼는 순간으로 표현된다. 매직 아워는 소바쥬와 조니 뎁의 양면적이고 심미적인 이미지를 함축하는 것이다.

<매직 아워의 전설>을 찍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 AK 우리는 이번 작업을 모호한 경계에 두고 싶었다. 명확한 특징이나 이분법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 그 지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포착하고자 했다. 다큐멘터리 픽션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영상 속의 캐릭터도 실체와 허상, 빛과 그림자,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할 수 없는 이중성의 일부를 담당한다.

촬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 CB 사막의 황혼, 마법 같은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디지털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크로스-포맷으로 촬영했다. AK 16mm 필름으로 찍은 영상은 좀 더 진정성 있게 보인다. 촬영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재정적, 시간적 제약이 작업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이다. 때론 그런 것들이 이미지를 훨씬 흥미롭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리는 날것의 느낌이 나길 원했다. 관객들이 영상의 자글자글한 입자와 거친 질감, 심지어 의도적인 결함과도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소바쥬의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으니까.

조니 뎁과의 작업은 어땠 나? AK 조니 뎁은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남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대사를 썼다. 그는 대본을 읽은 후 영적 의미에 대해 물었고, 특정 구절들을 단순화시키길 원했다. 남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작은 디테일에도 민감했다. 그때 그가 좋은 배우라는 확신이 생겼다. CB <매직 아워의 전설>에서 조니 뎁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매직 아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다. 그는 여행의 가이드처럼 우리를 어떤 지점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건 각자의 몫이니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CB 조니 뎁을 롱테이크로 찍은 모닥불 장면. 이 장면은 진짜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야 해서 장비나 조명을 거의 쓰지 않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촬영했다. 조니 뎁과 모닥불, 카메라 한 대와 몇 명의 스태프가 전부였다. 그는 강렬한 불길과 열기에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세 번의 롱테이크 촬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에디터
    윤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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