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솔로인 이유는…
여자에게만 낯을 가린다
남중, 남고, 공대를 나와 주변에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친구는 여자 앞에만 서면 아싸(아웃사이더)가 된다. 원래 모습과 달리 소심해지는 건 기본이고 지나치게 긴장한다. 남자들끼리만 놀다 보니 여자 앞에서 어떤 주제를 꺼내야 할지 가늠도 안 된단다. 소개팅에서 항상 모르는 여자하고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악순환은 계속된다. 그 친구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니까 언젠가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다’라고 기대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서 얘기해야겠다. 그럴 확률은 0%라고.
고성욱(학생)
전 여친을 잊지 못했다
멀쩡한 놈이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길래 소개팅 자리를 마련했다. 둘이 영화도 보고 문자도 하길래 썸 타는 줄 알았더니 얼마 후 연락이 끊어졌다는 거 아닌가. 알고 보니 전 여자친구를 못 잊고 술자리에서 그 여자친구 얘기만 밤새도록 반복했다고 한다. 헤어진 지 2년이나 됐는데 말이다. 이럴 거면 소개팅 해달라는 말이나 말지. 어이구.
이우재(디지털 마케팅)
눈이 천장에 달렸다
모태솔로인 내 친구. 지금까지 28년간 여자를 안 만난 게 아깝다며, 완벽한 여자를 만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녀석의 이상형은, 피부가 희고 웃는 게 예쁘면서 말투가 단정하고 청바지에 흰 셔츠가 잘 어울리며 부잣집에서 자라서 구김이 없는 여자다. 또 밤새 UEFA 챔피언스리그도 보면서 응원해야 하고 콘솔 축구게임도 함께 해야 한다.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디 있냐?
최승준(유학생)
취미가 너무 많다
잘생긴 얼굴에, 수려한 언변에, 멀쩡한 직장까지 있는데 몇 년간 여자친구가 없어서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 옆에서 관찰한 결과 그 친구는 혼자서도 너무 잘 논다. 주중에 일이 일찍 끝나면 주변 맛집을 찾아다니고, 주말엔 골프 치고 사진 찍고 여행 다니느라 바쁘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다 짧은 시도 끄적이더라. 말로는 여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취미 생활에 방해될까 봐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기윤(건축가)
연애가 가장 마지막 순서다
친구가 지난 10년간 연애를 못 한 건 이해한다. 20대는 등록금 벌고 고시 공부하느라 다 지나갔고, 30대 초반은 취직 준비하느라 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제 취직도 하고 한숨 돌렸으니 소개팅이고 선자리고 얘기가 오가는 것 같은데 본인은 아직 때가 아니란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우선 1억을 모은 다음 뭘 해도 하겠다고 한다. 연애에 스펙이 필요한 건 아닌데, 친구가 연애를 성공 이후에 따라오는 보상으로 오해할까 걱정이다.
김종화(회사원)
여자들을 남자애들처럼 대한다
학교, 교회, 회사 등 어느 모임에서나 여자애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녀석. 재밌는 성격이라 주변 남자들이 질투할 만큼 여자들과 무리 없이 잘 섞인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절친만 가득 생기고 진지한 사이로 발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여자들이 남자로 보질 않아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한단다. 맨날 외롭다고 징징대지 말고 여자들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할 것을 권한다.
정우영(그래픽 디자이너)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