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 체사레의 와인 메이커, 피오 보파와의 인터뷰.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네요. 수출하는 나라엔 매년 한 번씩 꼭 방문해요. 트렌드를 계속 봐야죠.
피오 체사레 와인을 볼 때마다 로고가 참 현대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1800년대 후반에 만든 건데도 그렇죠?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족 경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와이너리에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가요? 가족은 그 자체로 와이너리의 철학이자 얼굴이에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같은 스타일로 생산이 되는지 지극히 사적인 이유에서 지켜볼 수도 있고요. 다음 세대가 동일한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증도 되고요. 내년엔 내 딸이 가족의 대표가 됩니다.
이제 시작하는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가 와인을 만드는 철학과 이유가 이윤에 있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돈은 우리가 고유의 스타일을 지키면 따라올 거니까요.
피오 체사레의 바롤로는 다른 바롤로와 어떻게 다른가요? 1800년대부터 증조할아버지가 만들어온 우리의 바롤로는 각각 다른 밭의 포도를 한데 모아 테루아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테루아마다 색, 지속력, 타닌감이 다른 포도가 생산돼요. 총 5개 마을의 7가지 테루아가 섞입니다.
이탈리아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과의 조화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돼요. 우리 와인은 꼭 음식과 즐기라고 권합니다. 피오 체사레 바르바레스코는 장기 숙성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마셔도 좋아요. 좋은 음식만 있다면요. 굳이 이탤리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우리 와인은 유연한 걸 넘어, 아주 개인적인 와인입니다. 푸드 페어링에 과학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와이너리의 아름다운 5층 건물이 눈에 띄었어요.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저도, 딸도, 모두 그 집에서 태어났어요. 64년간 살아온 집이고, 포도밭, 사무실, 셀러, 모든 공간이 다 특별해요.
여기서 가장 처음 마신 와인을 기억하나요? 처음 마신 와인은 제가 태어나고 어머니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셨을 때, 손가락에 와인을 묻혀서 제 입술에 대어주신 거예요.
그럼 기억나는 와인 중 가장 특별한 건요? 1991년에 어머니가 열어준 1902년산요. 아버지가 80세가 되셨을 때 마셨어요. 1902년산은 창립자가 만든 와인이었어요. 두 병 모두 환상적이었죠. 눈물이 맺힐 정도로요. 여전히 살아 있었어요.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