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를 넘어 할리우드의 왕좌를 노리는 마이클 B. 조던 | 지큐 코리아 (GQ Korea)

[블랙 팬서]를 넘어 할리우드의 왕좌를 노리는 마이클 B. 조던

2019-01-29T21:10:13+00:00 |interview|

<블랙 팬서>에선 실패했지만, 할리우드에서만큼은 왕이 되려는 남자 마이클 B. 조던.

코트, 셔츠, 팬츠, 모두 마르니. 부츠, 산토니. 반지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코트, 에르메스. 팬츠, 볼리올리. 구두, 산토니. 양말, 골드 토. 시계, 피아제.

코트, 셔츠, 팬츠, 구두, 장갑, 모두 프라다. 비니, 브릭스 앤 우드. 선글라스,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트, 팬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터틀넥, 보스. 반지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어요.” 마이클 B. 조던이 포부를 말했다. 그에겐 세 명의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에서 여전히 최고의 배우고, 어떤 분야에서든 열심히 해요. 윌 스미스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제나 주목을 받고요. 상업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배우는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데, 가장 좋은 예가 윌 스미스예요. 반면 디카프리오는 인내심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항상 멋진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한 가지로 규정하기 힘든 배우예요.” 조던은 이들처럼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제 커다란 야망에 대해 이야기해도 누구도 ‘과대 망상’이라며 토를 달지 않는다는 걸 안다.

조던을 만난 곳은 애틀랜타의 한 호텔이었다. 이곳 애틀랜타에서 <블랙 팬서>를 촬영한 게 겨우 1년 전이었다. 드라마를 전전하던 아역 배우가 만난 <블랙 팬서>는 그를 거대한 스크린의 세상으로 이끌었다. 2013년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와 2년 후 제작된 <크리드>로 먼저 얼굴을 알렸지만, 조던을 아예 다른 레벨로 쏘아 올린 작품은 <블랙 팬서>다.

이제 대중은 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시켜 ‘X자’를 만드는 ‘와칸다식 인사’를 아주 자연스럽게 알아본다. 하지만 영화를 개봉하기 직전까지도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블랙 팬서>의 성공을 의심했다. 지금까지 영화 산업에서 이런 영화는 없었으니까. 대부분 흑인으로 캐스팅된 마블 영화에 아프리카 신화에 뿌리를 둔 스토리였다. 게다가 OST는 온통 켄드릭 라마가 부른 노래로 가득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크리드> 작업을 함께 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에게 2억 달러의 예산이 이미 주어진 상태였다. 흑인 영화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느꼈다.

우려와 달리 결과는 엄청났다. 흥행 성공을 넘어 <블랙 팬서>는 문화적 혁명이 됐다. 아이들은 <블랙 팬서> 콘셉트의 생일 파티를 하고, 블랙 팬서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갖고 논다. 영화는 13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백인들의 잔치’라고 하는 오스카의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조던이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의 4번째 시즌을 찍고 있을 때, 제작자 피터 버그는 그를 불러내 이렇게 말했다. “너는 곧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지시 받는 것, 그리고 세트에 앉아 감독이 종일 해대는 조언을 듣는 일을 지겹도록 하게 될 거야. 너만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 자리를 잡으면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거야.” 조던은 어깨에 손을 얹고 자신을 다잡아준 피터 버그의 조언을 회상했다.

조던은 열한 살 때 병원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모델이 되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전직 해군인 아버지 마이클, 예술가이자 사회복지사인 어머니 도나의 지원 덕에 모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조던은 부모님과 함께 연기 오디션을 보러 가는 차 안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열네 살 때 <더 와이어>에서 두피에 바짝 붙여 땋은 머리, 착한 마음씨와 앳된 얼굴을 한 마약상 월러스 역할을 맡았다. 제작자였던 데이비드 시몬은 월러스를 죽게 만드는 것이 드라마 첫 시즌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전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전부 나를 너무 좋아했어요.” 아무도 월러스가 죽을 걸 예상 못했기 때문에, 모두 마음이 찢어졌을 거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배우, 스태프, 시청자 모두 절망했어요. 윌러스가 죽는 바람에 이름을 꽤나 알렸지만요.” 이어서 그가 맡은 배역은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의 빈스 하워드, <페어런트 후드>에서 가슴 아픈 뒷이야기가 있는 알렉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총을 맞는 오스카 그랜트를 연기했다. <하우스>에서는 알 수 없는 병을 앓는 맹인 환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배역을 거치며 시청자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재능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조던이 죽거나 고통 받으면 자신의 일처럼 힘들어했다. 조던은 자신의 ‘초능력’에 대해 “단지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도록 연기하는 것뿐이에요”라고 단순하게 해석했다.

LA로 이사한 건 열아홉 살 때다. 그는 애초에 젊은 흑인 배우에게 주어지는 ‘뻔한 역할’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마약상 월러스와 비슷한 역할을 해달라며 오디션 제안을 수도 없이 받았는데, 대개는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만들어진 ‘골칫덩이’ 역할이었다. 오디션을 보러 가면 많은 흑인이 모두 그런 역할에 달려들고 있다는 걸 느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백인이 주도하는 업계에서 유색인에게 주어진 성공의 자리는 단 하나뿐이라는 걸 알았다. “뒤늦게야 계속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모든 사람은 함께 일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그때는 배역이 충분치 않았어요.” 조던은 명확한 해결책을 생각했다. 더 많은 배역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조던은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배우다. 특히 거절할 능력이 되는 위치에 있다. 그와 그의 에이전트인 필립 선은 다음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있다. 필립 선이 말했다. “당연히 영화와 TV에 나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있죠. 대체로 시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던은 ‘왜 시대물에 묶여야 하는 거지? 다른 관점에서 들려주는 스토리는 왜 없는 거야?’라고 의문을 가졌어요. 우리가 깨달은 건 이곳은 할리우드고, 모든 것은 배우의 힘에 달렸다는 겁니다. 만약 할리우드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스타가 있다면 모든 이들이 그 방향으로 따라 움직일 거라는 점도요.”

조던은 <판타스틱 4>에서 원래 백인 캐릭터였던 휴먼 토치 역을 따냈다. 이어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리메이크 작품에서 피어스 브로스넌, 스티브 맥퀸이 연기했던 주연을 꿰찼다. 조던은 지금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사람들이 저를 두고 차기 윌 스미스라고 했어요. 지금은 바뀌었죠. 대중이 차기 마이클 B. 조던을 찾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에게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배우 이상의 ‘셀러브리티’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 <블랙 팬서>의 성공 이후 계획을 수립하는 게 특히 어려워졌다. 그가 지금까지 고수한 방식은 덴젤 워싱턴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의 명언 중에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주말이라고 별도의 대가가 필요한 건 아니다’가 있어요. 간단하죠. 스타라면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이 갈망한다고 해도, 그대로 내버려둬야 ‘스타성’을 사수하는 방어선이 된다는 이야기다.

유명해진 이상, 사생활까지도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작은 발언까지도. 실제로 1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블랙 팬서>에서 함께 유명해진 배우 루피타 뇽오에게 트위터로 “그 초콜릿 케이크 다시 가져와. 2라운드 준비됐어? #너도원하고있잖아”라고 남겼다. 조던이 남긴 글은 MTV의 프로그램 <세이프 워드> 도중 진행된 게임의 일부였고, 딱히 외설적인 의도로 쓴 메시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남녀가 사귀기를 바랐던 팬들은 둘을 연인 관계로 믿어버렸다. 이 사건은 연애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방어적인 자세로 돌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조던은 지금 싱글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쌓고 있는 커리어가 만족스러워요. 아주 잘 풀리고 있고. 아직 미숙한 점도 있지만요. 나이가 들면서 인생에서 마주치는 영역을 제법 빨리 경험했다고 여기는데, 연애는 아닌 것 같네요. 진짜 연애가 뭔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요? 유명해진 후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이거예요. 활동 반경이 한정되었죠.”

연애에 대한 끊임없는 억측은 그를 지치게 했다. 일부 흑인 팬들은 조던이 백인 여성과 지나치게 과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보트 사건’을 들 수 있다. 조던은 지난여름 유럽으로 휴가를 떠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스털링 브림, 그리고 백인 여성들과 함께 보트에 앉아 있는 장면이 찍혀 온라인에 떠돌았다. 게시글의 제목은 “우유 보트 투어”, “흰둥이만 가득 탄 보트 파티” 등이었다. 조던이 흑인 문화를 대표한다고 여기던 팬들이 배신감을 느꼈다. 함께 휴가를 보낸 스털링 브림이 전화 통화로 친구를 옹호했다. “우리가 보트에 있었던 건 맞는데, 거기엔 내 여자친구도 있었어요. 제 여자친구가 백인이에요. 보트에 있던 백인 여성 모두 제 여자친구의 친구 혹은 저의 친구들이었고요.”

지난 휴가 이야기에 조던은 다시 흥분했다. “그게 고급 요트라도 되나요? 그건 보트예요. 어떻게 보트에 타게 됐냐고요? 가끔 보트를 타면 평생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단지 그게 즐거웠어요. 근데 갑자기 모든 상황이 왜곡된 거예요.” 조던은 해당 사진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켰다. ‘우유’를 들먹이며 당한 조롱에 대응하는 말을 생방송에서 해댔다. “나는 우유를 좋아해. 초콜릿 우유 좋아한다고. 아몬드 우유, 딸기 우유도. 내가 와작와작 씹히는 시나몬 토스트 좋아하는 거 알지?”

당연히 오해를 푸는 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던은 한숨을 깊게 쉬더니 자세를 고쳐 앉더니 캥거루 포켓에 두 손을 집어넣었다. “뒤늦게야 ‘내가 왜 그랬지?’ 싶었어요. 친구들이 ‘진정하고 당장 그 폰 내려놔!’라고 전화했지만, ‘이거 말 안 하고 못 베기겠어’라고 했어요. 억울한 마음에 그랬지만…. 당시에 좀 감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조던은 요즘 자제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해 가을, 조던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의도와는 다르게 문제된 적이 있다. 그가 “흑인에겐 신화나 민담이 없다”는 말을 한 것처럼 기사가 나왔다. <블랙 팬서>에서 그가 한 유명한 대사 “이게 너희들의 왕인가?”가 트윗으로 날아왔다. 조던은 쏟아지는 트윗을 모두 읽었지만 답장을 하거나 언론을 빌려 해명하지 않았다. “미국 미디어는 이제까지 흑인 신화나 민담을 다루지 않았어요. 흑인의 설화를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어렸을 때 잠들기 전 부모님에게 들었던 ‘거미 아난시’, ‘만사 무사’ 같은 옛날 이야기나 전설에 대해서요.”

그는 ‘접근이 어려운 스타’라는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더 사적인 수준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요. 좀 더 나다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는 윌 스미스가 온라인에서 팬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인마이필링스 챌린지’에 참가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윌 스미스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이 인상 깊어요. 가끔 <왕좌의 게임>이나 <브레이킹 배드>에 대해서도 올리는데, 사람들이 그의 포스트를 찾아보는 이유죠. 대중은 배우 윌 스미스는 잘 알아도 개인으로서의 면면은 잘 몰랐을 거예요. 점점 스스로를 드러내는 거죠.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고, 어디까지 숨겨야 하는지. 어떤 게 제한선 밖에 있고, 어떤 걸 공유하는 게 좋은지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조던은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지만, 정작 ‘개인의 삶’을 위한 준비는 빈약하다. 그는 아직 자신의 집을 장만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고 몇 주 후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 혼자 살 만한 집으로 이사할 것이라고 소식을 보냈다. 거처를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꼭 수영장이 있는 집을 구하겠다면서. 그래도 그의 달력에 커다랗게 ‘<크리드 2> 홍보 투어’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보니 독립을 즐길 시간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크리드 2>는 조던이 혼신을 다하고 있는 영화다. 그의 배역인 아도니스 크리드 역을 다시 맡았다. 근사한 몸을 보여주기 위해 <블랙 팬서>를 준비할 때보다 혹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이전 <크리드>에 출연했을 때보다 우람해지고 싶었어요. 영화를 다시 봤더니 몸집이 꼬마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는 아폴로 크리드의 사생아인 아도니스 연기에 푹 빠졌고, 링 위에서 촬영하는 과정을 매우 즐거워했다. 아도니스는 링 밖에서도 여러 일을 겪는다. 영화는 그의 삶을 통해 관계, 부모, 타협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던은 요즘 ‘유산’이라는 단어가 자꾸 가슴에 맴돈다고 말했다. “저의 성공으로 가족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어요. 신경 쓸 게 하나도 없는 삶을 선물하는 거죠. 부모님, 남동생, 누나, 조카들, 그리고 미래의 제 아이들에게까지 좋은 일만 있길 바라죠. 가족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재산과 명예를 얻고 싶어요. 아직 뭘 쓸지 생각은 안 했지만, 유언장 적을 때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