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새롭게, 더 강렬하게. 현란한 패턴과 프린트로 무장한 2019 S/S 컬렉션에서 눈여겨볼 만한 네 가지 테마를 골랐다.
Neo Tailoring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후디와 스니커즈가 지겨워진 디자이너들은 다시 테일러링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이 주목한 건 점잖고 말쑥한 수트가 아니라 날렵한 재단과 모던한 실루엣, 실험적인 세부를 섞은 새로운 옷이었다. 킴 존스는 디올 맨 컬렉션에서 정갈하면서도 힘 있는 수트를 선보이고, 에르메네질도 제냐, 드리스 반 노튼, 폴스미스 같은 노련한 테일러들도 현대적으로 변주된 수트를 소개했다. 쿠튀르처럼 세심하게 공을 들인 옷도 눈에 띄었다. 존 갈리아노는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저널 컬렉션으로 아방가르드한 테일러드 룩을 보여줬고, 알렉산더 맥퀸, 와이 프로젝트, 꼼 데 가르송도 정교한 재킷과 코트로 테일러링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Men’s Handbag
여자친구 가방을 대신 든 게 아니다. 이건 모두 남자를 위한 백이다. 형태와 크기를 보면 ‘핸드백’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가방들. 베르사체, 구찌, 랑방은 앙증맞은 핸드백을 메거나 흔들며 걷는 남자 모델을 런웨이에 세웠다. 톰 브라운의 강아지 백, 구찌의 미키 백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지만 귀여워서 외면하기 힘들었다.
Metallic Shine
‘반짝반짝’으론 부족한 걸까. 이번 시즌엔 눈이 멀 정도로 ‘번쩍번쩍’한 메탈릭 소재가 디자이너들을 매혹시켰다. 버질 아블로는 은색 포일로 만든 케이프를 루이 비통 쇼에 등장시키고, 안토니 바카렐로는 맨가슴에 실버 글리터를 바른 모델을 줄지어 내보내며 생 로랑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프랭키 모렐로는 아예 은색 우주복을 런웨이에 세웠다. 매튜 밀러의 메탈릭 수트, 은박지를 연상시키는 OAMC의 윈드브레이커, 갑옷처럼 빛나는 어 콜드 월 코트, 발망의 실버 재킷과 팬츠도 있다. 아무리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라도 이런 옷은 절대 잊지 못한다.
Short Shorts
다리가 예쁜 남자들은 올여름이 즐겁겠다. 이번 시즌엔 ‘누가 더 짧게 만드나’ 경쟁이라도 하듯 극단적인 길이의 쇼츠가 쏟아져 나왔으니까. 길이가 한 뼘 정도밖에 안 되는 바지를 보고 있으면 클래식한 버뮤다 쇼츠가 길게 느껴질 정도. No.21과 코트와일러, MSGM은 경쾌한 색깔과 소재로, 디올 맨과 닥스는 수트의 일부로 쇼츠를 활용했다. 너무 튀는 스타일이 부담스럽다면 펜디와 닐 바렛, 에르메스에서 힌트를 얻어도 좋다. 블루종이나 카디건, 스웨트 셔츠와 함께 매치한 쇼츠는 굉장히 여유롭고 멋지다.
Utilit Pockets
가방을 들고 다니긴 귀찮고, 챙겨야 할 물건은 많은 남자들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 유틸리티 포켓이 올해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일단 주머니는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쿨’해 보인다. 준야 와타나베는 컬렉션의 대부분을 유틸리티 포켓에 할애하고, 알릭스와 어 콜드 월, 언더커버는 주머니를 달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포켓을 배치했다. 오프화이트와 루이 비통, 코트와일러 역시 멀티 포켓 베스트로 유행에 동참했다. 이제는 실용성과 스타일,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어디에 뭘 넣어뒀는지 기억하는 것이 새로운 숙제겠지만.
Neck Pouch
올해의 액세서리를 딱 하나만 고르라면, 대답은 의심의 여지 없이 넥 파우치다. 작년이 패니 팩의 해였다면, 올해는 목걸이처럼 목에 거는 파우치가 그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크기와 형태, 색깔, 소재는 각기 다르지만 자케무스와 지방시, 펜디, 어 콜드 월, 닐 바렛, 앰부시, No.21, 마르셀로 불론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넥 파우치를 선보였다. 팜앤젤스는 목에 거는 파우치와 휴대 전화 케이스를 함께 스타일링했고, 써네이와 발렌티노, 닐 바렛은 아예 넥 월릿(말 그대로 진짜 지갑이다)을 만들었다. 귀엽고, 실용적이고, 무엇보다 스타일리시하다.
Pattern & Print
더 새롭게, 더 강렬하게. 현란한 패턴과 프린트로 무장한 2019 S/S 컬렉션에서 눈여겨볼 만한 네 가지 테마를 골랐다.
Full Bloom
이번 시즌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화려한 플로럴 프린트가 등장했다. 수만 송이의 장미로 조형물을 세운 디올 맨은 컬렉션 후반부를 꽃무늬로 도배하고, 구찌는 재킷과 셔츠 위에 모란을 수놓아 동양적인 봄을 연출했다. 베르사체, 마르니, 프라다, 루이 비통, 발렌티노도 질세라 꽃을 피웠다. 형형색색의 플로럴 프린트를 보고 있으면 눈이 핑글핑글 돌 정도.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Picture & Painting
2019 봄여름 트렌드를 얘기할 땐 사진과 그림 같은 그래픽 패턴도 빼놓을 수 없다. 팜앤젤스는 눈 쌓인 겨울 숲을, MSGM은 사진기를 들고 있는 관광객 노부부를, 에튀드는 헨리 테일러 Henry Tailor의 그림을, 프라다는 초현실적인 콜라주를 재킷과 셔츠 위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루이 비통과 발렌티노는 멀리서 보면 컬러풀한 프린트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인타르시아 스웨터를 짰다.
Tie-Dye
홀치기 염색이라고도 부르는 타이다이는 날염을 하기 전에 실로 매듭을 지어 독특한 문양과 효과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번 시즌엔 MSGM, 토드 스나이더, 앰부시, 스텔라 매카트니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자유롭고 낙천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크레이그 그린, 크리스찬 다다는 좀 더 컬러풀한 타이다이 룩을 선보였다. 무지갯빛으로 번진 패턴은 사이키델릭해 보이기까지 한다.
Animal Skin
애니멀 프린트의 유행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2019 S/S 컬렉션에선 파이톤이 강세다. 에르메스는 카디건 앞면에 뱀피를 붙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알릭스와 베르사체는 아예 파이톤 가죽 톱과 팬츠를 한 벌로 입혔다. 로베르토 카발리, 레좀므, 마틴 로즈, SSS 월드 코퍼레이션은 호랑이와 표범, 얼룩말 무늬를 적극 활용해 도발적이고 강렬한 룩을 완성했다.
Power Denim
1980년대 패션 디자이너의 눈에 든 이후, 데님은 지금까지 수많은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데님이라는 게 있을까? 놀랍게도 아직 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을 보면 확신이 생긴다. 다양한 컬러와 워싱, 생경한 구조와 프로포션, 재치 있는 세부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아이디어…. 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이 대중적이고도 익숙한 소재를 신선하게 만들었다. 버질 아블로는 오프화이트의 거의 모든 룩을 데님으로 만들고,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발망, 사카이, 와이 프로젝트도 창의적인 데님 룩을 선보였다.
See Through
지금까지 남성복에서 시스루 소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쓰인 적은 없었다. 앤 드뮐미스터, 디올 맨은 정교한 레이스로, 돌체&가바나, 메종 마르지엘라, 팜앤젤스는 하늘거리는 패브릭으로 섬세한 시스루 룩을 완성했다. 한편 아크네 스튜디오, 크리스토퍼 래번, 마틴 로즈, 어 콜드 월은 투명 PVC를 사용해 보다 컨템퍼러리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러니 올여름, 유행의 첨단에 서고 싶다면 당장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Shocking Neon
눈이 부시다 못해 저릿할 정도로 선명한 네온 컬러가 2019 S/S 컬렉션을 가득 채웠다. SNS에서 눈길을 사로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색깔은 없을 테니까. 베트멍, MSGM, 발터 반 베이렌동크, 매튜 밀러, 팜앤젤스 같은 재기발랄한 브랜드가 이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럭셔리 패션 하우스도 마찬가지. 루이 비통은 네온 스포츠 톱으로, 베르사체는 형광색 수트로, 발렌티노는 형광 버킷 햇으로 컬렉션에 신선하고 짜릿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 에디터
- 윤웅희, 신혜지, 이지훈
- 사진
- Indigital,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