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전후의 좀 이상한 카톡 | 지큐 코리아 (GQ Korea)

소개팅 전후의 좀 이상한 카톡

2019-02-26T15:14:11+00:00 |relationship|

소개팅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어젯밤 보낸 카톡 메시지를 되짚어본다.

맞춤법 파괴
제 아무리 박보검이고 이종석이어도…. 아니다, 박보검이나 이종석이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개팅을 하기 전엔 이 모든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지 않나? 그러니 모두에게 적용되는 제1원칙, 소개팅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0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한 방은 다름 아닌 틀린 맞춤법이다. ‘제가 밥 사들일께요’ ‘아직은 제가 많이 어색하신가보내요’ ‘푹 시세요’ 등등. 내용이 아무리 다정해도 맞춤법 앞엔 장사 없다. 멀쩡하다고 소개받은 사람도 다시 보게 만든다.

다짜고짜 반말
“제 회사 후배랑 동갑이시라고요? 그럼 나보다 동생이니까 말 편하게 할게(이모티콘)” 동의도 없이 본인만 먼저 편하다고 나이로 유세를 떠는 건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행동이다. 다짜고짜 하는 반말에 아무리 메시지라도 상대방은 기분이 확 상한다. 원래 처음 만나는 사이엔 어색하고 불편한 게 당연하다. 급진적인 친한 척은 절대 금물이다.

날씨 알리미
아침마다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 캐스터들이 꼭 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위험 수준이네요 ㅠㅠ” “낮부터 갑자기 추워진다고 해요!” “저녁에 비가 내린다고 하니 우산 꼭 챙기세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개성이나 특징을 전혀 알 수 없는 형식적인 인사들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소개팅 이후, 몇 번을 만나고 나서도 날씨 예보가 끊이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아련한 프로필 상태말
소개팅이 결정되고 상대방의 카카오톡이 내 친구 목록에 뜨게 되면 프로필 사진과 상태말을 먼저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소개팅 하기로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카톡 상태말과 아련한 프로필 사진을 설정해두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노트북>이나 <라라랜드>의 한 장면을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두고 ‘너에게 닿기를..’ ‘그리움’ 등을 상태말로 해놓은 카카오톡의 주인이라면, 정작 만나자마자 무슨 말부터 해야할 지 꺼림칙해진다.

인터넷 댓글러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서로 “우리 말 편하게 해요”로 넘어간 단계에서 갑자기 ‘인터넷 댓글’처럼 말투가 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네이트 판에서 흔히 보는 ‘음슴체’가 대표적인데 “ㅋㅋㅋ 나 그런거 시름” “오, 나 그거 좋아하는 편임” “거기 사스가 미슐랭 맛집” 이건 대화를 하는 건지 댓글을 다는건지…. 과감하게 인터넷 창(대화창)을 닫아버리고 싶게 만드는 말투다.

자서전 집필자
만나기도 전에 카톡으로 자서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엄하지만 존경하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초중고를 어디서 나오고, 대학에선 뭘 전공했으며 현재 직장에선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더 나아가 5년 후 비전까지 카톡으로 또박또박 적는 사람에겐 캐주얼한 호기심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선을 보러나가는 건지, 소개팅을 나가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면, 서로 괜한 오해를 부르는 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PT 단톡방
하루 일과를 보고하면서 오늘 본인이 뭘 먹었는지 친절히 사진으로 공유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정말 있다. 그렇다고 엄청난 ‘맛집 정보’도 아니고, 그냥 회사 근처에서 먹는 점심 메뉴 같은 것들일 뿐이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은 소개팅 상대와의 대화를 트레이너와의 카톡 메세지로 착각하고 있는 걸까.

문안 인사
만나기도 전에 문안 인사만 주구장창하는 부류가 있다. 약속 날짜는 안 잡고 생사 확인만 계속 하는 경우인데, 대부분 답장을 길게 이어나갈 수 없는 멘트만 쏙쏙 골라 보낸다는 게 특징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출근 중이죠?” “맛점 하셨어요?” “퇴근 잘 하셨나요? ㅎㅎ” 날씨알리미 유형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매번 답장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진다는 사실이다. 이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지루하고 피곤한 대화가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 지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