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관통하는 시계 업계의 트렌드.
- 더욱 하이엔드적인 하이엔드 워치
최근 시계 업계의 기술 발전 속도는 가파르다. 엔트리급 브랜드는 예전 미드 레인지 메이커들이 만들었던 시계의 성능을 거의 따라잡았고, 미드 레인지 메이커들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하나씩 새로운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덕분에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차별화를 위해 더욱 복잡한 하이 컴플리케이션과 예술적인 공예 기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거 르쿨트르는 투르비용 중에서도 극상의 제작 노하우를 요구하는 자이로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 웨스트민스터 리피터를 결합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인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자이로 투르비용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을 내놨다. 이 시계는 투르비용과 미니트 리피터의 기능도 가장 높은 단계의 것을 구현하지만,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날짜를 뒤로 돌려 수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중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컨템퍼러리적인 워치 트렌드를 주도하는 리차드 밀은 올해 봉봉(Bonbon)이라는 이름의 새 컬렉션을 발표했다. 시계들은 스켈레톤 다이얼 위에 사탕과 마쉬멜로, 컵 케이크, 과일 조각들이 얹힌 모습이지만 샹르베 에나멜링처럼 전통적이고, 예술적인 공예 기법을 더해 만들었다. 이것은 보다 팝적이고, 키치적인 요소들이 추가된 최근의 패션 트렌드와도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 기본 사양의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는 미드 레인지
미드 레인지 워치 메이커들은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나 예술성과 같은 가치보다 정밀성, 내구성과 같은 본질적 기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튜더는 블랙 베이 브론즈에 새로운 인하우스 칼리버 MT5601을 탑재했다. 무브먼트는 양방향 로터 시스템과 7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갖춘 크로노미터 사양이다. 5년 전만 해도 이러한 사양의 시계를 이 가격대의 브랜드에서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노모스 글라슈테는 탕겐테 스포츠 컬렉션을 통해 300m 방수 모델을 선보였다. 이름만 보고 “스포츠 워치 컬렉션에 300m 방수 적용이 대수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디자인을 보면 ‘이름만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 만큼 드레스 워치에 가까운 모습이다.
티쏘, 미도, 해밀턴의 스와치 그룹 미드 레인지 삼총사 브랜드는 모두 플래그십 모델의 무브먼트를 80시간 파워 리저브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갖춘 것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미드 레인지 브랜드의 혁신은 스와치 그룹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에디터
- 김창규(컨트리뷰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