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일’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단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크리스 베일리는 신간 <하이퍼포커스(Hyperfocus: How to Be More Productive in a World of Distraction)>을 통해 이 세상을 헤쳐나갈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생산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예 생산성 숭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면서 ‘단순히 바쁜 시간’으로부터 ‘실제로 일을 하는 시간’으로의 전환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인스타그램을 서칭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10분마다 이메일을 체크하는 게 더 나은 직원으로 만들어준다는 생각, ‘할일 리스트’의 일들을 다 해내야 한다는 착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크리스 베일리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생산성, 주의 집중, 이런 것이 정말 필요할까?
사람들은 생산성이라고 하면 더 많은, 더 많은, 더 많은 일들을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더욱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능력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은 제대로 된 일을 의도를 가지고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할당된 일들은 모두 동일하지 않다. 어떤 일은 성취하기 위해 다른 일들보다 10배나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십만 수백만의 독자들이 구독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필터링 되는 광고메일을 체크하는 것보다 중요성이 훨씬 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좀 더 신중하게 주의 집중을 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은 즐거움을 느끼는 대상이나 위협을 느끼는 대상, 혹은 소설 같은 대상에 자석처럼 끌리게 된다. 낚시성 기사에 끌리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는 새로운 모든 것에 도파민으로 보상받는다. 그러면서 우리의 마음은 산만함의 사이클에 빠지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정작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즐겁거나 위협적이거나 소설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주의에 문제를 일으킨다. 만약 업무 분위기가 좀 자유로운 회사라면(8시간 근무 시간 중에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3~4시간 정도라면) 우리는 업무적 성취와 관련없는 요소들에 매력을 느끼며 끌리게 될 것이다.
작가 팀 어반은 미루는 버릇에 대한 아주 놀라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두뇌에서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즉시 만족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과 항상 싸우고 있다고 했으며, 즉각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두뇌의 부분이 늘 이긴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미루기에 대한 연구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구는 카튼 대학의 팀 피첼이 했던 연구다. 그는 일을 미루고 싶어 하게 만드는 어떤 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이 지루하다거나, 좌절스럽거나, 어렵거나, 개인적인 만족감이 떨어진다거나, 보상이 부족한다거나, 모호하거나, 체계가 잡혀있지 않을 때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글쓰기가 아주 좋은 예에 해당한다. 글에 대한 보상은 존재하지만, 글쓰기 자체는 종종 모호하거나, 체계가 없거나, 지루하거나,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미루게 된다. 그 대신 우리는 즐겁거나 위협적이거나 소설스러운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어떤 방아쇠가 존재한다. 반면 우리에게 주의를 흐트러뜨리게 만드는 어떤 방아쇠도 존재한다.
생각해보면 이메일은 특히 유해하다. 이메일을 통해 어떠한 수고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주의를 강탈한다.
우리는 아마도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이메일을 보내고 확인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이메일에 대한 주의의 양은 불균형적이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하루에 88번 정도 이메일을 확인한다. 수시로 끊임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메일을 확인하는 일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멀티태스킹이 어렵다. 우리는 어떤 일에서 다른 일로 완벽하게 전환해서 진행할 수가 없다. 우리의 마음은 그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바로 직전에 했던 일에 대한 주의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기 바로 직전에, 나는 상사와 정말 힘든 회의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화에 완벽하게 모든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았다.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면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히려 50%나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메일을 확인하는 이유가 습관적인지 아니면 당신이 받은 이메일에 대한 답변을 실제로 바로 처리하기 위해서인지? 시간이 있을 때만 이메일을 확인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주의와 에너지를 가지고 확인할 수 있는 그 시간에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메일 확인법은 이메일 스프린트 방법이다. 매 정각마다 15분이나 20분 정도로 타이머를 설정한 후에, 그 시간 동안 집중에서 최대한 가능한 만큼 많은 이메일을 살펴본다. 이제 당신에게는 더 의미 있고 더욱 생산적인 일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45분의 시간이 남아있다.
‘초집중’ 할 수 있는 세 가지의 방법을 초집중해서 말해달라.
오늘, 세 가지의 목표를 세워보자. 먼저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기 전에, 컴퓨터를 켜기 전에, 오늘 이루기를 희망하는 세 가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리고 하루가 끝날 무렵에 그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두 번째로, 에너지 레벨이 낮을 때 내가 어떤 것에 주의를 가지는지 알아차린다. 지쳐있을 때 나는 어떤 어플을 켜는가? 어떤 웹사이트를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접속하는가? 그러한 행위는 당신을 자극하고 진정한 휴식을 방해한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적인 자동 조정 장치를 끌 수 있다. 세 번째로, 당신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미루고 싶다. 그 이유는 지루하고, 좌절스럽고, 어렵고, 모호하고, 체계화적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정말로 하고 싶은 더 매력적인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산만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즐겁고, 위협적이고 소설스러운 것에 주의가 끌리기 때문이고 초집중하려면 이 부분을 미리 제거해야만 한다. 지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을 끝나쳐야 한다면,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둔다거나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을 해놓아보자.
“시간이 부족해”하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할까?
‘시간이 없다’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그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사람들로부터 “나는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뉴스를 읽거나, 소셜 미디어를 확인할 시간은 있다. 시간이 없다는 진짜 의미는 그것에 주의나 인내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다만, 그 시간에 다른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마음이 방황할 때 왜 우리는 종종 최악의 상황을 생각할까? “왜 어제 상사한테 그런 창피한 말을 했을까?” 왜 마음은 어제의 좋았던 기억으로 향하지 않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관심은 즐겁거나, 위협적이거나, 소설적인 것에 자석처럼 끌린다. 이 특성을 통해 우리는 생존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예를 들어, 인류는 불을 피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검치 호랑이(saber tooth tiger)가 어디에서 튀어나와 그들을 공격할지에 모든 주의를 기울였다. 그 덕분에 인류는 잘 생존했고 그 시기를 넘긴 후에는 불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호랑이는 동물원의 우리 속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럴 때 잘 생각해보면 놀라운 아이디어가 많다. 기발한 생각은 대게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마음이 떠돌아다닐 때 발견된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원한다면, 혹은 더 많이 쉬고 싶다면, 당신이 하고 있는 일로부터 잠시 떨어져 마음속에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교통의 흐름에 대한 연구를 좋아한다.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요인을 찾으려면 자동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보다는 자동차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공간들이 존재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반영하고, 재충전하고, 계획하고, 관념화하고, 목표를 생각하는 거리 사이에 더 많은 공간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충동 조절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정확하다. 의도는 우리를 사람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그리고 충동과 우리의 행동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인류가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산만하고 덜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책을 쓰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만약 우리가 매 순간 산만하다면, 그리고 그 산만함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면, 그러한 순간들은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씩 쌓이면서 삶은 산만함에 압도된 채로 흐를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어느 정도로 산만한지 스스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충분히 생산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산만함의 정도를 그냥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산만함의 정도가 생산성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관여를 한다고 인식하는 순간, 당신은 의도적인 주의 제어의 값어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뭔가를 하지 않고 있을 때 그 의미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샤워를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샤워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은 샤워하는 순간이 아닌 다른 장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경험하지 않는 삶은 무슨 소용일까?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이나 경험은 한 번에 두 가지의 일 혹은 5~6가지 일을 한 번에 할 때가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했던 시기는 의미 있는 순간과 가장 동떨어져있을 확률이 높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더 이상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 자신에 머물러 있지 않은 채 떠돌아 다닌다.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이 있어야 할 곳에 존재할 때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 에디터
- 글/ 클레이 스키퍼(Clay Skip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