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에르메스다운 순간 | 지큐 코리아 (GQ Korea)

가장 에르메스다운 순간

2019-05-23T14:55:52+00:00 |news|

날렵하게 재단된 새들 재킷과 민첩한 라이딩 브리 치즈를 입은 기수가 말에 오르고, 둘은 함께 장애물이 도열한 그랑 팔레에 우뚝 섰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파리 시내 곳곳에선 선명한 예쁜 색깔의 포스터와 깃발을 볼 수 있다. 여러 계절 꾸준히 이어진 덕에 이제는 가장 프랑스다운 축제이자 파리 시민들의 따뜻한 초대로 기억되는 ‘소 에르메스(Saut Hermès)’의 표식들이다. 마구 제조업으로 시작한 에르메스에서 하우스의 첫 번째 고객이었던 말을 기념하는 연례 행사를 하기로 한 건, 발상부터 귀엽고 낭만적이다. 도약, 점프란 뜻을 지닌 명사 Saut와 브랜드 이름을 합쳐 타이틀을 만든 ‘소 에르메스’는 권위 있는 쇼 점핑 국제 승마 대회다. 국제 승마 연맹 규정상 가장 높은 등급인 CSI 5 스타(대회의 규모, 참가 선수의 수준, 상금 등을 감안해 CSI 1부터 CSI 5까지 5등급으로 나뉜다)이며, 2010년에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저명한 국제 승마 이벤트 전문 기획사인 GL 이벤트와 파트너 기수들, 그리고 그랑 팔레와 함께 매년 공들여 준비하고 훌륭하게 치러낸 역사 때문이겠지만, ‘소 에르메스’ 기간 중엔 파리 시민들의 표정도 사뭇 다르다. 시내 한복판의 명소에서 국제적인 승마 대회를 여는 것이야말로, 파리와 에르메스만의 저력이란 자부심이 연하게 웃는 얼굴에 스며 있다. 그래서 그랑 팔레의 1만6천 석 티켓은 기대와 흥분 속에 매년 일찌감치 매진된다. 올해 ‘소 에르메스’는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진행되었고, 기량이 탁월한 전 세계 기수 50명과 젊은 신예 기수 20명이 출전했다. 신예 기수들은 모두 25세 미만으로, ‘탤런트 에르메스’ 란 타이틀의 시합에 출전, CSI 5 스타 서킷에서 경기를 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다. 3월 22일, 첫 경기 ‘프리 뒤 그랑 팔레’로 2019년의 ‘소 에르메스’ 일정이 시작되었다. 우승은 프랑스 기수 패트리스 데이로보와 젤레 프랑세즈 품종의 우아한 말 베스텔 드 마주가 차지했다. 이 경기 후 이어진 ‘프리 에르메스 셀리에르’에선 줄리앙 에파이야르와 그의 말 유주얼 서스펙트 도주가 1위를 차지해 그랑 팔레에서의 첫 시상식은 프랑스 국가로 시작하고 끝났다. 첫날 경기를 모두 마친 후, 기수 로렌조가 이끄는 열두 필의 말이 나탈리 쇼우 실내 악단의 현악 연주에 맞춰 등장하고, 이후 벌어진 일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헝가리 스타일로 말 위에 기립한 로렌조와 그의 말들은 경기장을 가로지르고 펜스를 뛰어넘고 대형을 크고 작게, 길고 짧게 만들었다. 어떤 춤이나 마술, 서커스도 그럴 수는 없었다. 둘째 날, ‘르 탤런트 에르메스’에선 17세의 벨기에 기수 티볼트 필립파예츠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3일간의 경기 중 첫 번째 5스타 클래스인 ‘프리 GL’ 에선 티볼트의 형, 올리비에르가 1위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이날은 형제가 두 개의 트로피를 사이좋게 가져갔다. 이어서 ‘소 에르메스 5스타’ 시합에선 프랑스 기수 올리비에 페로가 가족 마구간에서 태어난 베니지아 데귈리와 함께 승리를 거뒀다. 대망의 마지막 경기 ‘그랑프리 에르메스’에선 에르메스의 파트너 기수인 시몽 델레스트르와 말 에르메스 라이언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우승마에게 주어지는 오렌지색 망토를 두른 에르메스 라이언을 독려하면서 시몽이 경기장을 천천히 도는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