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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라가치와의 인터뷰

2019.06.13GQ

파격과 과격 사이에서 힙한 요소를 기막히게 포착하는 프란체스코 라가치를 만났다.

많은 이가 팜 앤젤스의 동력원으로 ‘LA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언급하죠. 여기에 동감해요? 팜 앤젤스의 출발점이 스케이트보드 문화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LA 지역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디자이너마다 다르죠. 같은 걸 보면서도 다르게 느끼고, 저마다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거죠. 또 팜 앤젤스에는 어쩔 수 없이 저만의 시각과 개성이 투영되고요.

개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팜 앤젤스 SNS엔 불타는 페라리, 불붙은 신발 등 불과 관련된 이미지가 많아요. 왜 이렇게 태우는 걸 좋아해요? 몇 년 전 불타는 야자수 이미지에 꽂힌 후, 불이 지닌 에너지와 이미지적인 긴장감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무엇’이 타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드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실제로 무엇을 태운 적도 있어요? 제 팜 앤젤스 신발요. 이유는 묻지 마세요.

실제 성격도 불같은가요? 그렇게 보여요? 저는 대부분의 일을 너무 오랫동안,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고민해요. 화끈한 옷이라고 해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스트리트 패션을 얘기할 때, 대부분 뉴욕, 런던, LA, 모스크바로 도시가 한정되잖아요. 밀라노의 스트리트 패션 신은 어때요? 별다를 건 없어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 수 있잖아요. 이제 LA, 홍콩, 서울, 밀라노에 사는 이들이 아주 다른 생각을 하는 거 같지 않아요. 서로 비슷한 걸 좋아하죠.

몽클레르 지니어스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프로젝트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는 어느 날 ‘짠’하고 등장했지만, 프로젝트 자체를 갑작스럽게 준비한 것은 아니었어요. 몽클레르 CEO인 레모 루피니와 아주 오래전부터 그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 프로젝트 론칭을 앞두고 그가 저도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회상해보면 그때가 제 커리어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8 몽클레르 팜 앤젤스’와 ‘팜 앤젤스’의 옷을 디자인할 때, 접근 방식이 각기 다른 가요? 딱히 그렇진 않아요. 저는 옷을 디자인할 때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줄거리는 어떻고, 주인공은 어떻게 입고, 어떤 행동을 할지 말이에요. 이런 과정이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2018 F/W ‘8 몽클레르 팜 앤젤스’의 옷을 누가 가장 잘 소화했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몇 명 있는데, 순위를 매기는 것은 쉽지 않네요. 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힙합 뮤지션인 믹 밀이 가장 강렬했어요.

2019 F/W ‘8 몽클레르 팜 앤젤스’ 컬렉션은 제프 쿤스의 작업물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제프 쿤스의 작업 중에서도 ‘파손된 갤러리’ 이미지가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어요. 그 강렬한 느낌에 줄곧 끌렸거든요.

반대로 그의 작품과 상관없는 요소와 기법도 있나요? 형태를 더 과격하게 깨부수고, 무언가에서 계속 탈피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그럼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은 어떤 거예요? 이번 질문은 답이 쉽게 나오네요. 두말할 것도 없이 오버사이즈 핑크 메탈릭 다운 재킷요.

2019 F/W 몽클레르 지니어스 라인 중 ‘8 몽클레르 팜 앤젤스’ 라인이 가장 먼저 론칭해요. 이유가 뭘까요? 사실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몰라요. 아무런 이유가 없을 수도 있죠.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몽클레르 지니어스의 매력이잖아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강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난 시즌에 좋은 성과를 거둔 것도 이유일 테고요.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한다면요? 다프트 펑크 음악이면 무엇이든 좋아요.

몽클레르 지니어스에서 어떤 라인을 가장 좋아해요? ‘5 몽클레르 크레이그 그린’요. 그의 컬렉션을 볼 때마다 굉장히 감탄해요.

패션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이잖아요. 최근에 찍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요? 사진이야 계속 찍죠. 얼마 전에 콘탁스 T3 필름 카메라를 구입해, 여행갈 때마다 들고 다니면서 찍어요. 최근 일본에 갔을 때 벚꽃이 예뻐서 넋을 놓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곳에서 찍은 사진 두 장을 보여드릴게요.

프란체스코 라가치가 찍은 도쿄.

하늘과 벚꽃.

    에디터
    임건
    사진
    Courtesy of Monc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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