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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슈퍼 SUV ‘우루스’

2019.07.18GQ

소문만으로도 압도적이었던 우루스로 서킷을 달렸다. 람보르기니의 욕심이 만들어낸 근사한 변종.

LAMBORGHINI URUS
크기 L5112 × W2016 × H1638mm
휠베이스 3003mm
공차중량 2200kg
엔진형식 V8 가솔린, 트윈 터보
배기량 3996cc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 (모두)멀티링크
타이어 (앞)285/35 ZR 223, (뒤)325/30 ZR 23
구동방식 AWD 0→100km/h 3.6초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kg·m
복합연비 7.9km/l
가격 2억 5천만원부터

엄밀히 말하면 람보르기니의 첫 SUV는 따로 있다. 1980년대에 나온 ‘LM002’라는 모델이다. 물론 미래에 SUV가 유행할 걸 예견하고 만든 건 아니다. 당시 미 육군은 차세대 다목적 전술차량 도입 계획을 세웠는데, 람보르기니가 경영난을 만회하기 위해 입찰에 뛰어들며 만들었다. 결과는 참패. 미국 AM제너럴의 험비가 최종 선택을 받았고, LM002는 3백 대만 생산된 채 역사 속으로 조용히 퇴장했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SUV가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되던 시대는 지났다. 또한 그 사이 폭스바겐 그룹에 안긴 람보르기니는 더 이상 재정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더 박력 있게 슈퍼카를 개발했고, 이제 SUV로까지 범주를 넓혔다.

우루스 시승회가 열린 곳은 포천 레이스웨이였다. 총 길이는 약 3킬로미터. 트랙치고는 짧은 편이지만, 19번의 코너가 연달아 몰아치는 난코스다. 게다가 우루스처럼 덩치가 크고, 무게 중심이 높은 SUV가 돌기엔 위험할 정도로 트랙의 폭이 좁다. 의도가 다분한 장소 선정이다. 좀 다른 SUV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핸들링이 예민하고, 한계치가 매우 높은, 이를테면 슈퍼 SUV.
우루스는 폭스바겐 그룹이 보유한 MEB 플랫폼에서 만들어진다.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 벤틀리 벤테이가 등과 사촌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디자인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긴 사실상 어렵다. 과장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비현실적인 크기의 23인치 휠 때문에 더 확연히 구분되기도 한다. 시동을 건 후 가장 먼저 손을 얹게 되는 기어 노브도 압권이다. 자동차보다는 산업 장비의 스위치로 어울릴 법한 디자인이다.

지형 숙지를 위해 저속 주행을 끝내곤 슬슬 속도를 높였다. 엔진 반응이 민감하다 못해 신경질적이다. 1마력당 끌어야 하는 무게가 3.38킬로그램에 지나지 않아 가속력도 난폭하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순 없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마력당 무게비가 3.65인 BMW M3를 상회한다. 직선 코스에선 급제동 테스트가 기다렸다. ‘오버 스펙’으로 느껴질 정도로 제동 성능이 도드라졌다. 또렷한 스키드 마크를 그리며 차를 멈춰 세우는데, 무게가 2톤이 넘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람보르기니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33.7미터만에 완전히 정지한다고 한다. 급제동 시 조향축이 돌아가는 브레이크 스티어가 발생하지 않고, 연속된 제동에도 페이드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여섯 바퀴를 돈 후엔 주행 모드를 ‘코르사 CORSA’로 바꿨다.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모드로, 다른 차에선 스포츠 플러스에 해당한다. 최저지상고를 158밀리미터까지 낮추며 바싹 움츠러들고, V8 엔진은 더 격렬하게 각성한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 수동으로 단수를 낮추자 차체가 움찔하며 변속을 알렸다. ‘주행 감성’을 위해 고의적으로 설정한 변속 충격이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거동은 휠베이스가 3미터가 넘는다는 걸 잊을 정도로 매끄럽다. 뒷바퀴까지 조향되는 ‘리어 휠 스티어링’ 기능 덕분인데,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돌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최대 3도까지 움직인다. 물리적으로는 휠베이스가 60센티미터까지 줄거나 늘어나는 효과를 내며 코너링에 개입한다. 씬 스틸러도 있었다. 피렐리와 람보르기니가 공동 개발한 타이어였다. 표면에 ‘끈끈이’라도 발라놓은 듯 집요하게 노면을 붙잡았다.

주행을 마치고 헬멧을 벗자 바라클라바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SUV를 몰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사실 고성능으로 개발한 고급 대형 세단과 SUV 등 여러 장르를 하나에 담은 자동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달리고 싶다면 어중간한 ‘퓨전 자동차’보단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믿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담아내는 ‘뷔페식 엔지니어링’은 가격만 높일 뿐이었다. 하지만 우루스엔 해당되지 않았다. 슈퍼카를 모방한 게 아니라, 슈퍼카가 내장된 SUV라는 표현이 타당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의외다. 2억 5천만원에서 시작해 람보르기니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실현 가능성은 글쎄지만, 어쨌든 드림카가 하나 더 늘었다.

1 카본 세라믹 디스크와 전륜 10피스톤, 후륜 6피스톤의 캘리퍼로 짝지은 브레이크 시스템.

2 바텀 플랫 스티어링 휠이 있고, 차량 기능을 통제하는 터치식 디스플레이 2개가 센터페시아에 놓인다.

3 우루스에는 무려 21개의 뱅앤울룹슨 스피커가 달린다. 스피커 표면에는 ‘Y자형’ 패턴이 들어간다.

4 뒷좌석의 무릎과 다리 공간이 꽤나 여유롭다. 시트 디자인에도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5 주행 모드 변경 버튼, 스티어링 감도 및 서스펜션 강도 조절 버튼이 기어 노브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6 우루스는 온로드 외에도 눈길, 사막, 자갈밭에 최적화된 세 가지 오프로드 주행 모드도 갖췄다.

7 SUV는 자칫하면 둔해 보이기 쉬운데, 우루스는 날렵한 루프라인과 한껏 부풀린 팬더로 이를 극복한다. 테일 램프는 우라칸과 비슷하며, 공기 흐름을 정돈하는 디퓨저가 뒷범퍼 하단에 달린다.

    에디터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