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말리부 비치에서 열린 생 로랑 2020 봄여름 컬렉션

2019.07.25GQ

믹 재거, 세르주 갱스부르, 마라케시의 남자들이 생 로랑을 입고 말리부 비치에 도착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가장 섹시하고 화끈하게 남성 쇼를 여는 디자이너다. 1년에 단 한 번,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게스트, 그리고 아침까지 계속되는 애프터 파티로 무장한 채 생 로랑 남성 컬렉션을 진행하는데, 그럴 때면 바카렐로의 남다른 대범함이 새삼 느껴진다. 그는 작년 이맘때쯤엔 뉴욕 리버티 스테이트 파크를, 이번 여름엔 말리부 파라다이스 코브를 통째로 빌렸다. 파라다이스 코브는 원래 개인 소유의 프라이빗 비치였으나 몇 년 전부터 일반인들에게도 출입을 허락했고, 클램 차우더 수프가 맛있는 귀여운 식당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캘리포니아 1번 도로를 한참 달려 도착한 이곳에서 생 로랑의 2020 봄여름 컬렉션이 열렸다. 모래사장에선 자세가 나오지 않는 하이힐은 입구에서 나눠주는 플립플롭으로 갈아 신었고, 아직은 쌀쌀한 바다 공기는 각자의 자리에 놓인 검정 담요로 가뿐히 막았다. 바다를 향해 놓인 의자에 앉아 철썩이는 파도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행사에 참석한 유명인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좀처럼 시작되지 않는 쇼를 기다리는 것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2019 봄여름 생 로랑의 새로운 남성복 모델 키아누 리브스, 한때 생 로랑의 광고 모델이었던 빈센트 갤로와 케일럽 랜드리 존스, 쿨한 리암 헴스워스와 더 쿨한 마일리 사이러스 커플, 묘하게 닮은 헤일리 비버와 앰버 허드, 항상 사랑스럽게 웃는 모델 앰버 발레타와 아냐 루비크, 생 로랑 데님 컬렉션 광고를 촬영한 그레이 소렌티(마리오 소렌티의 딸이기도 하다), 얼굴까지 타투로 뒤덮은 래퍼 21 새비지, 그리고 한국의 갓세븐 멤버 JB까지. 바카렐로와의 우정과 의리로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어느새 거세진 파도 소리는 묻혀버렸다.

하지만 이날 바카렐로의 가장 큰 손님은 믹 재거였다. 비록 이번 행사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생 로랑 2020 봄여름 컬렉션은 바카렐로가 곧 투어를 앞둔 믹 재거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가 바카렐로에게 옷장 문을 활짝 열어보였고, 바카렐로는 그 의상의 디테일과 색감, 분위기에 단번에 매료돼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 배꼽까지 풀어 헤친 실크 셔츠와 배꼽 위로 올라오는 쇼트 재킷, 골드 트리밍 레드 재킷과 블랙 가죽 팬츠를 입은 창백한 모델들은 진정한 보헤미안 믹 재거의 오마주처럼 보였다. 이번 컬렉션의 또 다른 영감은 세르주 갱스부르. 파리지엥의 아이콘인 그는 언제나 바카렐로의 뮤즈였다. 화이트 수트와 화이트 레이스업 슈즈, 긴장 없이 열어둔 셔츠, 타이까지 맨 슬릭한 블랙 수트는 그를 당연히 떠올리게 만들었다. 안토니의 남성 컬렉션 때마다 등장하는 마라케시도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무드가 됐다. 로스앤젤레스를 컬렉션 장소로 정한 이유도 바카렐로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마라케시가 바로 이곳라고 생각해서다. 허리를 묶은 카프탄, 주름으로 풍성함을 만든 하렘 팬츠, 볼드한 실버 액세서리들. 특히 피날레 때 등장한 와이드 팬츠를 입은 모델들은 마라케시 사막 한가운데서 찾은 램프를 문지르자 나온 요정 지니들 같았다. 요정치고는 너무 크고 길지만.

    에디터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