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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기창의 [방콕] 이야기

2019.11.04GQ

휴양과 향락의 도시, 방콕을 지옥으로 만든 김기창 소설가를 만났다

소설의 제목이 <방콕>이다. 전작은 <모나코>였고. 공간 3부작을 써보고 싶었다. 몇 년 전 <해남>(가제) 이라는 소설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 두 남녀가 해남으로 가는 동안 벌어진 이야기인데, 인물들의 욕망도 모호하고, 재미도 없어서 다시 쓰고 있다.

왜 하필 <방콕>인가? 흔히들 천사들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여러 계급과 인종 간의 갈등을 겹쳐서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을 다 쓰고 방콕에 다녀왔다고? 내용이 억지스럽지 않은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취재도 했다. 이를테면 악어 농장에 대해 묘사한 신이 있는데, 실제로 가보니까 내가 쓴 “자물쇠는 옷고름처럼 흩어졌다”라는 표현처럼 보안이 진짜 허술하더라.

분노, 복수, 치정, 파국, 피와 눈물이 낭자하는 소설을 썼다. 그러면서도 윤리와 계급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데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소설 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누군가 넘어져서 땅이 파인 자리에는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또 넘어지게 되는 법이야.”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구도 완전한 악당은 아니지만 이러한 고통의 연쇄작용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소설가는 고독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고독이 주는 이로움은? 이번 소설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고독이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유일한 시간인 것 같다.

충격적으로 좋았던 책이 있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작가의 거의 마지막 소설이자 가장 긴 작품이다.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도 재미있게 읽었다. 우물에서 물이 샘솟듯이 이야기가 솟아나는 작가다. 쓰고 있는 단편집도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

이번에도 하드보일드, 블랙 코미디인가? 여덟 편 정도 썼는데 그런 것도, 아닌 것도 있다. 기후 변화 시대의 사랑 이야기다.

    에디터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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