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유쾌한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의 모스키노가 첫 뉴욕 쇼를 열었다. 그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될지 모른다.
“Stand clear of the closing doors, please”라는 찰리 펠레트의 목소리가 들리자 뉴욕 MTA 지하철 문이 닫히고, 쇼가 시작됐다. 브루클린의 뉴욕 교통 박물관에서 진행된 모스키노 2020 프리폴 여성 컬렉션과 2020 가을 겨울 남성 컬렉션은 제러미 스콧이 오랜 세월 지낸 뉴욕에서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모든 것을 담은 쇼였다. 매디슨 애비뉴를 상징하는 트위드, 브루클린 하면 떠오르는 데님, 90년대 할렘의 전성기가 생각나는 트랙 팬츠와 스냅백, 월스트리트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플란넬 와이드 팬츠 수트. 현재와 과거의 뉴욕 어디에선가 동시에 모인 것 같은 모델들이 박물관에 전시된 지하철을 런웨이 삼아 걸어 나왔다. 모델들의 캐릭터만으로도 이미 리드미컬했지만, 여기에 제러미 스콧의 유머와 상상력 또한 듬뿍 더해졌다. 더블 트리플 사이즈의 백팩과 패딩 점퍼, 담배 한 상자는 거뜬히 들어갈 만한 라이터 모양의 클러치 백과 붐박스를 변형시킨 토트백, 현란하고 요란한 모스키노 로고와 체인 프린트, 옷만큼이나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과장된 골드 네크리스 등은 제러미 스콧 특유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줬다. 또한 흥과 에너지가 넘치는 그답게 쇼의 마지막은 지구 반 바퀴를 돈 시차도 극복하고 벌떡 일어나고 싶어질 만큼 신나고 화려한 비보잉의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10분 남짓한 쇼였지만, 지하철에서 내릴 땐 뉴욕의 업타운과 다운타운, 웨스트와 이스트를 다 돌아온 기분이었다.
- 에디터
- 박나나
- 사진
- Gettyimages, Courtesy of Mosch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