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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영웅 아쿠아맨 제이슨 모모아

2020.02.21GQ

‘아쿠아맨’ 제이슨 모모아는 모두가 열광하는 영웅이다. 스크린 밖에서도 그렇다. 그는 두 딸의 듬직한 보호자이자, 해양 보존에 발 벗고 나선 수호자다.

코트, 아크네 스튜디오. 터틀넥, 볼리올리. 머리끈, 펜디. 반지는 제이슨 모모아의 것.

재킷, 팬츠, 모두 톰 포드. 슬리브리스 톱, 릭 오웬스. 부츠, 루체스. 시계, 오데마 피게. 목걸이와 반지는 제이슨 모모아의 것.

코트, 시스마잔. 셔츠, 킹 앤 턱필드. 팬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부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안경, 디올 맨.

셔츠, 저스트 카발리. 팬츠, 돌체&가바나. 양말, 스테파노 리치. 부츠, 아미리. 벨트, R.M. 윌리엄스.

코트, 팬츠, 모두 루이 비통. 부츠, 발렌티노. 반지, 모두 까르띠에.

제이슨 모모아에게 2019년은 빈틈없는 해였다. DC코믹스의 작품 중 역대 최고 수익을 거둬들인 영화 <아쿠아맨>을 선보였고, 스크린 밖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UN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반성해야 한다고 열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의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한편 사업가로서의 재능도 원 없이 드러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캔에 담은 생수 ‘마나나루 워터’를 출시했고,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소일’도 제이슨 모모아에 의해 탄생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제이슨 모모아의 시간을 어렵게 낚아챘다.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고 들었어요. 미칠 듯이 역동적이었어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몇 가지를 성취했어요. 환경 운동가로서 크게 도약했다고 할까요? 가장 좋아하는 두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기회도 얻었고요. 프랜시스 로런스 감독과 애플 TV+의 시리즈물 <씨 See>를, 드니 빌뇌브와 영화 <듄 Dune>을 찍었죠.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요.

남자들이 선망하는 남자로 유명해요. 어떤 매력 때문일까요? 하하. 이거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 저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이 되려고 해요. 행복한 기분이 들거나 어떤 대상에 호감을 느끼면 그 감정을 받아들이죠.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는 게 두렵지도 않고요. 재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해요. 유머나 조크를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솔직하게 인정해본 적 있나요? 호방한 동시에 어떤 점에서는 예민할 수도 있는 존재가 인간이잖아요. 숨길 필요 없어요. 평면적인 사람보단 입체적인 사람이 더 흥미로워요.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사실인가요? 젠장. 벌써 마흔이 됐네요. 맞아요. 과거엔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아버지 없이 성장했어요. 절대적인 기준이 없었죠. 남자아이에게 아버지는 가치관과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배울 게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관계를 맺고 장점을 흡수했어요. 그렇게 점점 다면적인 사람이 된 것 같네요.

소셜 미디어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세상이에요. 전통적인 관계의 개념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요? 소셜 미디어가 무작정 허상과 허영으로 가득 찬 세상은 아니라고 봐요. 관계의 장벽을 오히려 낮춰놨죠. 이 시대 사람들은 자기가 존경하고 따르는 특정인이 있기를 원해요. 멋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팔로우 버튼을 누르죠. 타인의 삶을 지켜볼 수 있는 경로가 하나 늘어났다고 할 수 있어요.

제이슨 모모아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 중 한 명이에요. 자신을 포함해 시대에 부합하는 남성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이딴 걸 질문이라고 하다니. “남성이란 무엇인가? 남성적이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다를 바 없잖아요. 저는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개방적인 마음을 지닌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내면의 감수성을 인지하고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 그런 사람. 여기에 굳이 ‘시대에 부합하는’ 같은 전제가 필요한가요?

그럼 자신은 감성적인 내면을 직시하고 있나요? 남자들은 종종 “나는 절대 울지 않지, 제기랄” 하며 허세를 떨곤 해요. 그럴 때면 “너는 꼬마야. 애송이 녀석”이라고 하면서 주저앉아 울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어머니로부터 남자로서 강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다만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배웠죠. 인간은 모두 예민하지만 유머와 분노로 억지스럽게 덮어버리려는 경향이 있어요. 누군가가 화를 돋우면 “엿 먹어”라고 하면서 싸우려 드는 모습도 그렇고요.

당신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아쿠아맨>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어요. 작품 속 캐릭터가 처음부터 제이슨 모모아를 염두에 두고 준비된 듯했어요. 아쿠아맨이 곧 저였죠. 현장에 스태프들을 잔뜩 세워놓고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과 동시에 촬영을 시작했어요. 나를 연기하는 나…. 이거 생각보다 어려워요. 첫 촬영을 시작하기 전 친구가 이렇게 조언하더라고요. “제이, 너 자신을 던져 넣으면 돼. 그냥 재미있게 해봐. 신이 되는 거잖아. 멋지지 않아?” 가공되지 않은 제 모습을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운이었어요.

배우 경력이 20여 년이나 됐고 지금은 몸값이 비싼 배우로 통하던데요. 그런 얘기 들어본 적이 없는데, 방금 만든 말 아니에요? <아쿠아맨> 덕분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듯하네요. <왕좌의 게임>이 성공한 덕에 <코난: 암흑의 시대>를 찍었지만 흥행을 하진 못했어요. 이후 실베스터 스탤론과 <불릿 투 더 헤드>에 출연했어요. 아시다시피 완전히 망했죠. <아쿠아맨> 전까진 딱히 해낸 게 없어요. 이제 돈 좀 만졌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아쿠아맨>을 통해 얻은 국제적인 인지도는 금전적인 보상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봐요.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언젠가 부정적인 일이 터지면 팬들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지만요. 전 그냥 이 순간 핫한 남자일 뿐이에요. 인기가 떨어지면 다시 작은 영화를 만들러 돌아갈 생각입니다. 배우잖아요. 평생 영화를 좇고 싶어요.

돈과 명예 외에도 <아쿠아맨>을 통해 얻은 것이 있나요? 제 고향이 하와이예요. 섬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바가 많았어요. 바다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고 싶었고, 지구 곳곳의 섬에서 자라날 아이들에게 희망을 안기고 싶었어요. <아쿠아맨> 덕분에 점점 실현되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 애플 TV+에서 <씨>를 방영하고 있어요.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고요. 지금껏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은 없어요. 한 편이 통째로 전투 신이었던 3화를 촬영하기 전 프랜시스 로런스 감독에게 여러 의견을 제안했어요. 감독과의 생산적 대화가 이어졌고, 결국 더 극적이고 묵직한 장면이 많이 나왔죠.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어요. 프랜시스 감독으로부터, 그리고 애플로부터 든든한 지지를 받은 덕분이에요.

드라마의 환경 설정 역시 화제를 모았어요.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맹인이죠. 혹시 인류가 이 세상에 감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장치인가요? 물론이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거의 궤멸시켜요.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력을 모두 잃고요. 중요한 감각을 하나 잃은 만큼 다른 감각을 키워야 하는데, 이는 생존 여부와 직결됩니다. 촬영 내내 배우로서의 역량을 시험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지구에서 인간의 지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하게 흔들기도 했고요. 흥미롭지 않아요?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추락해버린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니요.

인상 깊은 대사도 많이 나왔죠. 그중 “책은 성스럽게 침묵한다. 당신의 상상력과 포개지기 전까지는. 인간은 책을 불태울 수 있으나 책은 불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기억나요. 현실에서의 제이슨 모모아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요? 어디를 가든 책을 갖고 다녀요. 틈만 나면 책을 펼치죠. 요즘은 <오디세이>를 들고 다니는데, 촬영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읽기가 빠듯해요. 이러다가 큰딸한테 추월 당하겠어요.

딸도 같은 책을 읽고 있나요? 네. 똑같은 책을 함께 읽고, 시간 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눠요. 딸이 정말 똑똑해요. 열두 살인데 <해리포터> 전권을 읽었어요. 집에 TV가 없어서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어요. 다른 건 몰라도 어린 시절의 상상력이 꺾이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배우와 아빠 외에도 ‘직업’이 하나 더 생겼어요. UN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연설을 할 정도로 열렬한 환경 운동가가 됐죠. 살면서 그때처럼 긴장한 적이 없어요. 사람들 앞에서 처음 연설을 했거든요. 지구 온난화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말했어요. 해수면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위기를 맞는 건 섬에 사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을 대표한다는 심정으로 간절한 메시지를 퍼뜨리고 싶었어요.

한 사람의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까요? 물론 쉽지 않죠. 우리 모두 이미 플라스틱 같은 문명의 산물을 사용하는 데 중독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에 종말을 맞이할지도 몰라요. 어렸을 때 꿈이 해양 생물학자였어요.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는 역할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회에 목소리를 울리기엔 적당한 일을 하고 있죠.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쨌든 아쿠아맨이니까요.

    에디터
    Mike Christensen
    포토그래퍼
    Jesse Lizotte
    스타일리스트
    Petta Chua
    그루밍
    Jenna Stanfi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