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말할 때, 당신과 얘기하고 싶은 2020 S/S 베스트 룩 4.
GUCCI
구찌를 표현하는 데 상징적인 로고 프린트와 존재가 확실한 액세서리 몇 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크 셔츠와 블루진, 블랙 벨트(물론 로고가 있지만)와 블랙 부츠만으로도 알렉산드로 미켈레 스타일은 충분히 완성할 수 있었다. 손목뼈가 드러나는 커프스 길이, 트럼펫처럼 살짝 벌어진 팬츠 실루엣, 팬츠 헴라인과 찰떡인 부츠의 셰입까지. 어느 때보다 디테일과 실루엣에 집중한 이번 컬렉션은 엄청난 장식과 현란한 치장 없이도 충분히 특별하고 신선했다. 박나나
Celiine by Hedi Slimane
에디 슬리먼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시대에 노스텔지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 70년대를 두고 하는 소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70년대와 로큰롤에서 출발했지만, 그를 거치는 순간 가장 세련된 최신의 것으로 둔갑했다. 아니 그 이상이다. 스리피스 수트부터 타이트한 가죽 블루종, 스테디엄 재킷, 데님 앙상블, 어느 것 하나 못난 게 없다. 특히 쇼 중반부에 등장한 이 룩은 모델의 덥수룩한 뱅 헤어와 보잉 선글라스, 스키니한 가죽 벨트, 새빨간 부토니에, 알이 작은 진주 초커와 금색 목걸이의 조합까지, 과하거나 모자람이 없다. 오직 아름다움만 차고 넘친다. 이연주
BOTTEGA VENETA
반바지 밑단이 끝나는 지점에 따라 마냥 천진한 소년이 될 수도, 옷 잘 입는 세련된 남자가 될 수도 있다. 무릎에서 반 뼘쯤 위에 떨어지는 통이 넓은 보테가 베네타의 버뮤다 쇼츠는 분명 후자다. 여기에 살짝 넉넉한 오렌지색 니트, 목이 긴 코튼 양말, 납작한 스퀘어 토 가죽 슬리퍼. 다니엘 리의 보테가 베네타는 이런 식이다. 적당함과 미묘함, 거침없이 쓴 좋은 소재의 환상적 컬래버레이션. 별것 없어 보이는 단순한 룩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유진
ludovic de saint sernin
성의 이분법적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이 가장 동시대적인 디자이너로 호명되는 데 이견은 없다. 다소 노골적으로 섹슈얼리티를 드러내지만 결코 퇴폐적이지 않다. 2020 S/S 컬렉션으로 선택한 장소는 바로 퐁피두 센터 옥상의 야외 수영장. 차가운 물속에서 나와 햇볕에 바싹 말리려던 참이었을까. 일부가 젖은 상태의 모델들이 수영장 옆으로 걸어 나왔다. 그중에서도 실루엣을 따라 몸에 착 감기는 네이비 새틴 룩의 잔상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돈다. 노출 하나 없지만 관능적이었고, 온통 네이비로 통일했지만 지루한 구석도 전혀 없었다. 신혜지
- 에디터
- 박나나
- 사진
- GoRun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