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투아렉이 국내에 발을 디뎠다. 뒤늦은 등장과 치솟은 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우수하다.
“이렇게까지 공들일 필요가 있었나?” 한 시간가량 달렸을 때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었다. 솔직히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유럽에서 이미 2018년에 출시된 ‘중고 신인’인 데다 이전 세대 모델이 큰 감흥을 얻지 못한 이력도 있다. 잘 달리고 잘 멈추는, 소위 기본기가 탄탄한 자동차는 분명했다. 문제는 그 정도 내실을 갖춘 모델은 폭스바겐 투아렉 말고도 많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3세대로 접어들자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었다. 전보다 개선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각성한 폭스바겐을 마주했다. 폭스바겐이 투아렉을 어느 위치로 격상시키고 싶은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손과 시선이 뻗는 곳마다 그 증거가 됐다. 운전 중 손동작만으로 음악을 넘기거나, 볼륨을 조절하는 제스처 컨트롤은 BMW를 제외하면 예시를 찾기 어려운 기능이다. 신형 투아렉은 프리미엄 모델에서만 주로 발견되는 에어 서스펜션이 최초로 장착돼 속도와 도로 사정에 따라 자동으로 차량 높낮이를 조절했다. 앉은 자리에서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은 기능도 있었다. 야간 주행 시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을 비춰 열을 감지하는 ‘나이트 비전’이 폭스바겐 최초로 적용됐다. 주행보조 장치와 연계해 생명체와의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스스로 제동한다. 물론 대가 없이 일궈낸 업그레이드는 아니다. 전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 약 1천만원 상승했다. 인상폭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과거의 투아렉이 아니다. 가격은 8천8백90만원부터.
- 에디터
- 이재현
- 사진
- Courtesy of Volkswa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