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하나의 존재였던 것처럼 러셀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은 무척이나 닮았다. 플레이 스타일부터 슈퍼스타로서의 자존심까지, 모든 면에서.
러셀 웨스트브룩과 나는 패션에 관해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6년 전쯤 NBA 선수들과 일하는 한 스타일리스트가 인스타그램에 터무니없는 글을 썼고 이를 본 내가 끼어든 게 발단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담당하는 클라이언트의 코디를 다른 선수들이 베낀다고 주장했다. 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핑크색 팬츠를 따라 입는다는 게 그 근거였으니까. 그녀는 내 친구이기도 했다. 친구 사이란 게 늘 그렇듯 고작 핑크색 팬츠 때문이냐는 뉘앙스의 댓글로 그녀를 놀렸다.
얼마 후 러셀이 내 글을 봤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지만 그는 내가 자신을 놀린다고 여겼다. 러셀은 스타일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다. 동료 선수들이 직접 뽑은 NBA 최고의 패셔니스타이자, 한 스포츠 전문 매체에서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패셔너블한 선수로 그를 꼽았을 정도다. 그만큼 패션에 욕심을 내는 러셀은 핑크색 팬츠 차림으로 자주 경기장에 등장하곤 했다. 그러니까 ‘고작 핑크색 팬츠’라는 내 표현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해프닝으로 인해 우리는 홍보 담당자와 에이전트의 입을 빌려 설전 아닌 설전을 이어갔다. 몇 번의 패션 행사에서 어색하게 조우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의미 없는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지난겨울, 휴스턴의 호텔에서 제임스 하든을 기다리는 동안 그 자리에 있던 러셀에게 지난 사건에 대해 물었다. 경기에 들어가기 직전 프리뷰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그는 빠르게 대답을 쏟아냈다. “당신이 무엇인가에 열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대상이 있어요. 바로 패션이에요. 그리고 당신과 같이 나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의견과 관점이 확고해요.”
NBA 팬이라면 누구나 러셀의 이런 거침없는 태도가 익숙할 것이다. 경기 중 그가 코트를 휘젓는 모습은 마치 초능력을 갓 익힌 어린아이 같다. 방사능 거미에 물린 피터 파커가 엄청난 신체 능력에 적응하지 못해 허둥거리면서 공중제비를 끝내주게 도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초인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러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큰 결단을 내렸다. 데뷔 후 11시즌 동안 입었던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의 유니폼을 벗고 휴스턴 로케츠로 이적한 것이다.
그의 행보가 가져온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NBA 최고의 스코어러인 제임스 하든과 다시 뭉쳤기 때문이다. 러셀과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3시즌 동안 함께 뛰었던 하든은 휴스턴으로 팀을 옮긴 뒤 2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시즌 MVP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도 하든은 평균 득점 1위에 올라 또 한 번 일을 낼 기세다. 작년 12월 애틀랜타 호크스의 경기에선 혼자 60점을 올리며 코트를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득점, 경기 운영, 해결사 본능 모두 팀 내 1순위인 두 슈퍼스타의 공존 문제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지만 그들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휴스턴 로케츠는 현재 서부 컨퍼런스 3위와 6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러셀과 하든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만족스런 위치는 아니지만 최종 평가는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고 나서야 논할 수 있다.
러셀과 하든 사이에는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어릴 적부터 LA에서 같이 농구를 하며 줄곧 친구로 지내왔고, 같은 팀에서 NBA 데뷔를 했다. 두 선수 모두 정규리그 득점 1위와 어시스트 1위를 나란히 차지했으며 커리어에 MVP 기록을 새기기도 했다. 또한 NBA 슈퍼스타라는 자격을 입증하듯 자신의 이름을 딴 시그니처 농구화를 갖고 있다. 패션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넘치는 자신감은 과감하고 독특하며, 때로는 도발적인 스타일을 통해서도 표출된다. 휴스턴 로케츠의 백코트 듀오가 펼치는 패션의 향연은 그들의 경기력만큼 큰 재미를 선사한다. 화제가 된 마드라스 체크 로브, 세이프티 베스트, 가슴 근육만 도드라지게 파인 디스트레드 티셔츠는 러셀의 출근 복장 중 하나일 뿐이다. 제임스도 대담하게 뱀피 무늬의 투피스 수트를 연거푸 선보이며 그에 뒤지지 않는 명성을 다졌다. 지나고 나니까 후회가 되는 룩이 있느냐는 질문에 러셀과 하든은 그런 건 없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휴스턴 로케츠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 엄청난 역전극을 연출한 경기를 시청했다. 전반 내내 끌려가던 휴스턴 로케츠는 후반 들어 맹추격에 나섰고, 한때 25점 차까지 벌어진 경기에서 2점 차의 승리를 따냈다. 25점 차 역전승은 프랜차이즈 신기록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엉망이었던 제임스는 어쨌든 28득점을 올렸다. 그가 기복을 보이는 동안 러셀이 팀을 이끌며 3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러셀에서 비롯됐다. 공격권이 휴스턴 로케츠로 넘어가자 공을 잡은 러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진영의 베이스라인으로 달렸다. 그의 전매특허인 폭발적인 움직임이었다. 러셀이 고함을 치자 제일 먼 좌석에서도 보일 정도로 근육질의 몸이 팽창했다. 그 놀라운 장면을 보면서 러셀과의 싸움이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로에 대한 제일 오래된 기억은? 러셀 웨스트브룩 LA의 아마추어 농구 연맹 소속으로 같은 리그에서 뛰었어요. 둘 다 청소년 클럽팀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제임스는 키가 작고 통통한 왼손잡이 꼬마였어요. 제임스 하든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제임스는 러셀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에 대해 잘못된 소문이나 오해라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제임스 하든 러셀이 미치광이일 거란 얘기를 들었어요. 사람들은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만 보고 코트 밖에서도 똑같이 행동할 거라 생각하나 봐요. 하지만 실제로 러셀은 자상하고 편안한 사람이에요. 어리석은 짓은 전혀 하지 않아요. 러셀 웨스트브룩 누구나 일터에 가면 일하는 모드로 들어가잖아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일상에서까지 경쟁심이나 승부욕을 쏟아 붓진 않아요. 사실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는 편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잘 알거든요.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아뇨,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앗, 당신이 러셀 웨스트브룩인지 몰랐어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이번 시즌이 전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느끼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꼭 그렇진 않아요. 왜냐면 항상 재미있게 경기를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거든요. 물론 친한 친구와 한 팀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긴 해요. 우린 젊은 데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어요. 휴스턴에서 하든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제임스와의 통화를 계기로 러셀이 이적을 결심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제임스 하든 맞아요. 이 친구가 팀을 옮기려 한다고 해서 휴스턴 구단에 알려줬죠. 그다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어요.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제임스가 오클라호마 시티로 돌아가는 방법도 고려했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그건 생각조차 못 했어요. 제임스 하든 러셀은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정말로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어요. 그의 성장 과정을 모두가 지켜봤고, 이젠 변화를 줘야 하는 시기가 됐죠.
2012년에 오클라호마 시티가 제임스를 휴스턴 로케츠로 트레이드하지 않았다면 파이널 우승을 했을까요? 제임스 하든 당연하죠! 러셀 웨스트브룩 직전 시즌에 우리는 파이널 무대를 밟았고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제임스가 떠나지 않았다면 그다음 시즌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을 거예요. 제임스 하든 그거 아세요?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3시즌을 뛰는 동안 플레이오프에서 우리를 꺾은 팀은 모두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어요.
한 팀에서만 활약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요. 소속팀이나 연고지에 대한 선수들의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에 나서면 소속팀, 동료, 스태프,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요. 팀을 떠나는 이유는 그것과 별개라고 봐요. 가족이나 선수의 정신 건강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어요. 슛을 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삶의 가치 때문에 그런 결정이 이뤄지는 거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부분을 간과해요. 제임스 하든 인생을 통틀어 코트 위에서 뛰는 시간보다 일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어떤 일상을 사는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인터뷰나 SNS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선수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어요. 주위 반응에 예민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편인가요? 제임스 하든 예민하진 않아요. 누군가 내게 정신 나간 짓을 하거나 이상한 말을 해도 그냥 내버려둬요.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는 자기만의 세계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상대 선수가 심한 파울을 가하거나 트래시 토크를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죠.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경기 중이라 해도 그냥 지나치진 않을 거예요. 우리 같은 운동선수에겐 정신 건강이 특히 중요해요. 아내가 심리 상담사이기도 해서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거든요.
러셀과 제임스에게 성공이란 무엇이죠? 러셀 웨스트브룩 딱 하나, 우승 반지를 끼는 거예요. 제임스와 나는 수많은 기록을 갈아 치웠고 시즌 MVP라는 큰 성과를 이뤘어요. 하지만 NBA 레전드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파이널 우승이 필요해요.
그 목표를 위해 필요한 건 뭔가요? 제임스 하든 모든 조건은 갖췄어요. 러셀 웨스트브룩 맞아요. 충분해요.
시즌 개막 전까지 둘의 공존을 두고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어요. 현재 순위도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굉장히 만족스러운 위치는 아니죠.. 러셀 웨스트브룩 시즌 초반 우리 팀은 어려운 상황에 놓였어요. 주전 센터인 클린트 카펠라의 결장이 길어졌고, 베테랑 슈터 에릭 고든도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웠어요. 완전체 전력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죠. 제임스 하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회복되고 모인다면 어떤 팀도 우리를 쉽게 이길 수 없을 거예요. 우리가 신경을 쓰는 건 개인 기록이 아니에요. 내가 40점 이상 득점을 하거나 러셀이 트리플 더블을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기에서 이기고 싶을 뿐이에요. 러셀도 말했지만 몇몇 동료가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해요.
일대일 위주로 공격을 풀어가는 제임스의 아이솔레이션 플레이가 팀의 공격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제임스를 수비하는 건 정말 힘들어”라고 말해요. 그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가도록 맡기는 이유 중 하나예요. 제임스 하든 샤킬 오닐, 팀 던컨,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들도 아이솔레이션 플레이를 즐겨 했어요. 팀 던컨과 샤킬 오닐은 큰 키와 덩치를 바탕으로 골 밑에서 일대일 공격을 일삼았죠. 난 주로 공격 코트의 탑에서 아이솔레이션을 시도하지만 목적은 그들과 같아요. 더블팀 수비를 이끌어내 동료들에게 오픈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죠. 팀 던컨이 포스트업 기술로 더블팀을 만든 뒤 수비가 비어 있는 동료에게 킥아웃 패스를 내줘 오픈 3점슛 기회를 만들면 “좋은 공격”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하는 플레이도 똑같아요.
비슷한 비판에 시달리기도 하는 러셀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어떤가요? 제임스 하든 러셀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해요. 그보다 더한 열정과 승부욕을 가진 선수는 보질 못했어요. 승리에 남다른 열정을 지녔기 때문에 지금의 러셀이 존재하는 거예요.
아름다운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둔 러셀은 매우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제임스는 러셀에게 연애 상담을 하기도 해요? 제임스 하든 그럼요. 우린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예요. 러셀 웨스트브룩 진짜 친구라니까요.
괜찮은 조언을 해주던가요? 제임스 하든 열에 여덟은 괜찮은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아요.
80퍼센트의 성공률이라니, 좋은 기록이네요. 제임스 하든 문제는 나머지 20퍼센트가 엄청 이상하다는 거예요.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릴 해요.
오늘 서로 옷을 맞춰 입은 것처럼 보여요. NBA 드래프트 참가자들의 옷차림이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는데, 두 사람의 드래프트 룩은 어땠어요? 제임스 하든 솔직히 내 스타일은 끝내줬어요. 러셀 웨스트브룩 어떻게 입었는데? 제임스 하든 근사한 보타이를 했어. 러셀 웨스트브룩 그럴 줄 알았어. 넌 보타이를 즐겨 하지. 난 배기 핏의 수트를 입고 드래프트에 참석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셔츠는 다른 걸로 바꿨어야 했어요.
두 사람은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디자이너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요. 처음 패션 분야에 들어설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상황에 적응해야 했어요. 일단 그 고비를 넘기고 몇 번 더 만나고 나서야 “오케이. 당신이 누구인지 알겠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제임스 하든 뻐기는 건 아니지만 러셀과 나는 NBA에서 평범한 선수는 아니에요. 어떤 자리에 가든 주목 받고 분위기의 중심이 되곤 해요. 하지만 패션계는 달라요. 디자이너, 에디터, 브랜드 관계자에겐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거죠. 자연스럽게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게 되더라고요.러셀 웨스트브룩 맞아요. 그곳에서 우린 슈퍼스타는 아니에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왜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제임스 하든 가끔 “어느 팀에서 뛰어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진짜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요.
NBA 슈퍼스타로서 그런 경험이 불쾌한가요? 아니면 오히려 즐기는 쪽인가요? 제임스 하든 너무 재미있어요. 러셀 웨스트브룩 나도 그래요. 처음 패션계에 입문했을 때 모든 게 새로웠어요. 방금 이야기한 상황을 비롯해 새로운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제임스는 몇 달 전 <GQ>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NBA에서 극히 일부 선수들만 시그니처 농구화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어요. 러셀도 그 말에 동의하나요? 러셀 웨스트브룩 나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리그에선 너댓 명 정도만 그 자격을 갖췄어요.
어떤 선수들인가요? 제임스 하든 완성형의 선수들이죠.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의 말처럼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경기 자체로 자신을 입증해야 해요. 팬층도 두꺼워야 하고요. 나도 처음에는 시그니처 농구화를 가질 자격이 없었어요. 엄청난 노력 끝에 내 이름을 딴 농구화가 생겼죠. 반면 어떤 선수들은 딱히 뛰어난 것이 없는데도 시그니처 농구화를 쉽게 얻기도 해요. 요즘은 누구나 하나씩 자신의 농구화를 갖고 있단 말이죠.
평소 화려한 스타일로 경기장에 출근하는데 경기에서 패하는 날도 있잖아요. 경기 후 인터뷰를 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얌전하게 입고 올 걸’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나요? 제임스 하든 그런 경우는 없어요. 러셀 웨스트브룩 자신이 내린 결정에 스스로 떳떳할 필요가 있어요.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입었다면 그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겠지만 본인의 의지라면 끝까지 당당해야 해요. 제임스 하든 맞는 말이에요. 그래야 인터뷰 질문에도 당당하게 답할 수 있거든요. 경기에서 졌을 때는 핑계를 대거나 말을 둘러대지 않아야 하고, 칭찬이나 찬사를 받으면 어깨를 으쓱하며 “네, 그렇군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호불호가 나뉘기도 하지만 당신들의 플레이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러셀 웨스트브룩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본성이에요.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야 할 지 몰라 하죠. 제임스 하든 SNS에서 본 것들을 무조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실상과 상관없이 TV에 나온 말들이 진실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런 반응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나만의 작은 세계가 필요한 거예요.
진짜 친구가 한 팀에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제임스 하든 러셀은 언제나 내게 진실만을 들려줘요. 러셀 웨스트브룩 마찬가지로 이 친구도 나한테 진실만을 얘기해요. 그렇지?
- 글
- Mark Anthony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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