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틱톡과 유사한 비디오 플랫폼 ‘릴스’ 출시한다. 출시와 더불어 그 내막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스타그램이 ‘틱톡(TikTok)’과 유사한 짧은 비디오 서비스 ‘릴스(Reels)’를 론칭했다. 릴스는 인스타그램 내에서 15초 동영상 클립을 촬영 및 편집, 라이브러리에서 원하는 음악을 삽입할 수 있고, 다른 유저가 올린 동영상에 자신의 음성을 입히는 합성 기능도 담았다. 또 틱톡처럼 인기 있는 동영상 목록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틱톡을 그대로 베낀 서비스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릴스의 15초의 짧은 비디오 형식, 음악 및 텍스트 편집 기능, 이 밖에 특수효과 등이 전부 틱톡을 연상시킨다는 것.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페이스북은 이전부터 기존의 흥행하고 있던 서비스를 벤치마킹해왔다. 앞서 지난 2018년 틱톡을 따라 한 어플리케이션 ‘라소(Lasso)’를 출시했으나, 이미 틱톡이 짧은 비디오 서비스 시장을 굳건하게 선점하던 터라 시작도 못한 채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또 4년 전에는 스냅챗을 표방해 만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선보였고, 이는 현재에도 인스타그램 내 없어선 안될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에 미국 언론 CNN은 “페이스북은 경쟁사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베껴 온 전적이 많지만, 릴스는 그중에서도 유독 그렇다”고 말했고, AP 통신도 “페이스북은 다른 업체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베끼는 오랜 전통이 있다”라고 평했다. 케빈 메이어 틱톡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페이스북은 라소를 선보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릴스는 틱톡의 모방품에 불과하다”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토록 말 많고 탈도 많은 릴스 출시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틱톡 때리기’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보안 위협을 이유로 미국 내 틱톡 퇴출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틱톡은 지난달 미국 정부의 틱톡 사용 금지 조치로 퇴출 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수 협상으로 45일의 유예기간을 벌었다. 따라서 틱톡의 존속 여부는 9월 15일에 결정된다. 이러한 이유로 틱톡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 IT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릴스를 출시한 페이스북은 지난 6일 기준 하루 주가가 6.5% 치솟았고, 모바일 동영상 앱인 미국 ‘트릴러(Triller)’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가 1년 전 보다 20배 급증했다. IT기업들의 실적 호조 및 기대감 상승으로 미국 나스닥은 1971년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도 하루 새 108조 원이 늘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포브스 등의 미국 매체들은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9월 15일 이후 존속 여부가 불확실한 틱톡에서 빠져나와서 릴스나 트릴러 등으로 옮기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몇 마디 압박 발언으로 ‘Made by China’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중 사상 처음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틱톡이 무력화되고,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퇴출을 앞당기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과의 디지털 냉전에서 미국의 국가이익 증대에 확실하게 기여한 셈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틱톡에게 릴스의 등장은 또 하나의 짐이다. 현재 릴스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사용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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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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