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기대작이었던 영화 [뮬란]은 미국에서 중국까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정리했다.
밀크티 동맹
영화 <뮬란> 불매 운동은 홍콩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렸을 때 주연 배우인 유역비가 SNS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트위터에서는 #BoycottMulan(보이콧 뮬란)란 해시태그가 유행하며 디지털 불매 운동을 이끌었고, 홍콩의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이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슈아 웡의 게시물 이후 홍콩 뿐 아니라 대만과 태국에도 <뮬란> 불매 운동이 번져 나갔다. 세 나가에서 공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음료인 밀크티에서 착안한 #MilkTeaAlliance(밀크티 동맹)을 형성하며 반 독재 세력 간의 연대가 이어진 것이다. 작년부터 영화를 개봉한 올해까지 잦아들지 않는 목소리는 국내 영화관 앞 1위 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미국에서는 영화 개봉 후에 문제가 됐다. 코로나 19로 지난 3월 개봉이었던 영화 <뮬란>은 이달 4일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는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 인사를 표한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디즈니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가 제기된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거세진 것이다. 이에 미국 의회까지 나서 디즈니 CEO 밥 샤펙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공개서한에는 <뮬란> 촬영에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영화 촬영이 진행된 지역의 무슬림 인권 침해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문의가 담겨있다.
중국
해외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중국 내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다. 우선 중국 당국이 언론사에 <뮬란> 개봉에 대해 보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해 해외에서 주목하는 데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첫 주말 성적이 영화 <테넷>보다 적은 수준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인들이 <뮬란>의 내용을 탐탁치 않아 한다는 것이다. 중국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는 허술한 줄거리와 초라한 볼거리를 비판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반영되는 드라마보다 못한 스케일과 복식에 실망한데다, 중국보다는 일본 전국시대 갑옷과 유사한 옷을 입고 있는 등 고증에도 실패했다는 평이다. 또한 실사로 바뀐 뮬란은 원작에 없었던 ‘기’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선택된 인물로 그리는 등 원작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 화목란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동양인 판타지를 재현한다는 점에서도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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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