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배우들이 드라마로 뜨고도 대학로 무대로 돌아오는 이유

2020.11.19박희아

“배우들이 개런티를 올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vs. “무대를 정말 좋아해서 놓고 싶지 않은 배우들이 쓰는 방법”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전미도는 본래 ‘뮤지컬 배우 전미도’로 알려져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배우’라는 수식어로 크게 이목을 끈 그는 여러 개의 CF를 찍었고, 다음 작품을 선택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영화, 드라마 등을 떠올린 대중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같은 작품에 출연해 역시나 인기를 끌었던 배우 곽선영과 문태유 등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내렸다. 여러 드라마에 짧게 얼굴을 비추기는 했지만 그들은 각각 연극 [렁스]와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으로 팬들과 다시 무대에서 만났다.

영화 [기생충] 이후로 tvN 드라마 [청춘기록]을 선택했던 박소담은 곧 개막하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에 출연한다. 원래도 연극 작품을 해왔던 그이지만, 말 그대로 주가가 높이 오른 타이밍에 다시 무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고 이 연극에는 채수빈, 소녀시대 유리를 비롯해 원로 배우인 이순재와 신구가 출연하기로 되어있기도 하다. 신구는 최근 이상윤과 함께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에 서기도 했다. 큰 인기를 누렸던 KBS 주말 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사돈 커플’로 불렸던 이상이도 곧바로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으로 돌아왔다. 이전까지 그를 무대에서 보던 연극‧뮤지컬 팬들조차 놀랄 만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최근 가장 인지도가 높은 남성 배우 중 하나인 김선호도 연극 [얼음]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마치 KBS [동백꽃 필 무렵]을 끝낸 강하늘이 연극 [환상동화]로 무대를 택했듯이.

이렇게 일일이 예로 들어야 할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TV나 영화 등 매체 연기를 통해 인기를 끌고 인지도를 높인 뒤에 무대로 돌아온다. 한 공연 관계자 A씨는 “배우들이 개런티를 올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이를 설명한다. 매체에서 인기를 끈 뒤에 다시 무대로 돌아오면 티켓 파워가 세지고, 덩달아 개런티가 오른다. 그러나 이 선택을 배우 개개인이 이득을 얻기 위한 방식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게 또 다른 공연 관계자 B씨의 의견이다.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일이 “무대를 정말 좋아해서 놓고 싶지 않은 배우들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로 무대를 비롯해 극장에서 공연을 하며 받을 수 있는 개런티로 생활비 벌이가 불가능한 배우들의 숫자가 적지 않고, 이들이 매체를 통해 얼굴을 비춘 뒤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을 때 높아진 개런티는 그들의 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정도로 높아진다. “한 번 올라간 개런티가 낮아질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 배우들 중에서는 딱히 드라마나 영화에 관심이 없는 경우에도 출연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 “뮤지컬만, 혹은 연극만 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어려운 게 다수 배우들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배우들을 모두 다 A씨와 B씨가 말한 사례로만 분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무대로 올 때 높은 개런티를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고, TV에서 이미 높은 개런티를 받는 일부 배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연극과 뮤지컬을 계속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것은 한편으로 한국에서 무대 예술에 종사하는 많은 배우들이 제3의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는 성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게 만든다. 나아가 연극‧뮤지컬 마니아가 아닌 대중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이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며, 이 선택이 배우와 제작사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진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메운다.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침체된 공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수단으로 그 진실이 기능한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수밖에 없다. 예술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쇼는 계속 되어야 하니까.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앙리할아버지와 나, 렁스, 환상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