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체육선생님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걷어내면 배우 박은석이 제대로 보인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청아고등학교는 아이들의 짓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잔혹한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잔인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자산에 따라 철저하게 계급을 가르고, 가난하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가 있으면 그를 극한까지 몰아가 죽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부모에게서 배운 오만함을 그대로 답습한 성격의 아이들이 결국은 어떤 한 사람에게 가로막혀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막은 그는 청아고등학교의 체육 선생님 구호동이다.
염색을 한 머리는 물이 다 빠져 엉망진창이고, 우스꽝스러운 치열, 괴상한 안경에 푸른색의 유광 체육복. 마치 인간의 진화 전 모습을 보는 것처럼 기이한 외모를 지닌 구호동을 연기하는 배우는 바로 박은석이다. 오죽 이상한 외모로 등장했으면 지난 방송에 그가 라이더 재킷에 바이크를 타고 등장하는 예고만으로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그가 차지했다. 엄밀히 말하면 박은석이 아닌, ‘펜트하우스 체육 선생님’이 실시간 검색어 1위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 SBS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MBC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KBS [닥터 프리즈너] 등 2010년부터 약 10여 년간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 정도로 그가 관심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아마도 ‘펜트하우스 체육 선생님’으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은 박은석이 현재 연극 [아마데우스]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아트], [히스토리 보이즈], [나쁜 자석], [엘리펀트 송], [레드], [카포네 트릴로지]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고, 그중에서도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똑똑하지만 어리바리한 면이 있는 역사 선생님 어윈을 놀리듯이 담배를 주고받는 장면은 이 연극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이 명장면으로 꼽을 정도다. 당당하고 건방지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소년 내지는 청년의 역할을 여러 차례 맡았던 박은석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가 출연했던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종종 비열하거나 멍청한 선택을 하기도 했던 청년의 모습은 낯설게 다가온다.
박은석을 비롯해 KBS [한번 다녀왔습니다]로 처음 대중의 이목을 끌게 된 이상이나, 최근 OCN [미씽], KBS 드라마 스페셜 [나의 가해자에게]에 등장했던 문유강처럼 연극 무대를 바탕으로 TV 시청자들에게 선택받게 된 낯선 얼굴들은 이처럼 갑작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박은석의 경우, 데뷔는 이르지만 조금 늦게 받게 된 관심이 오히려 다음 작품들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꾸준히 쌓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지금에 이르러 좀 더 좋은 역할을, 좀 더 멋진 필모그래피를 위한 역할을 선택할 여지가 생겼으니 말이다. 시청자들과 관객들은 ‘펜트하우스 체육 선생님’을 앞으로 어떤 작품을 통해 또 만나게 될까.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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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