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시간이 머문 섬 | 지큐 코리아 (GQ Korea)

고유한 시간이 머문 섬

2021-07-20T13:18:01+00:00 |travel|

마데이라섬을 여행할 때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불가능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할 것, 멈추지 말고 바다를 바라볼 것.

 

마데이라섬의 도시 카마라드로부스 Câmara De Lobos로 향하는 아름다운 길.

 

마데이라 Madeira, 포르투갈령의 섬. 그러나 포르투갈보다 아프리카 대륙 가까이, 북대서양에 힘껏 솟아오른 마데이라섬은 먼 옛날 터져 나온 용암이 기원이다. 화산 지형의 마데이라섬은 그 면적이 8백1제곱킬로미터로, 비슷한 태생의 하와이가 2만8천3백11제곱킬로미터, 한국의 제주도가 1천8백49제곱킬로미터인 것에 비하면 작고 소박한 규모의 섬에 속한다.

 

 

하나 그 외형에 한 가지 형용사를 더 추가하자면 ‘거칠다’. 거친 산악 지형의 마데이라섬에는 터널만 1백70개가 넘는다. 가파른 지형을 연결해서 길로 만든 결과다. 섬에 들어서려면 거쳐야 하는 마데이라 푼샬 Madeira Funchal 공항도 그러한 결과 중 하나다. 가파른 절벽과 절벽 사이를 다리로 이었고, 그것이 곧 활주로다. 짧고 좁은 활주로이기에 경험이 풍부한 파일럿마저 긴장시킨다는 푼샬 공항에 착륙할 때면 마데이라섬을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는 이미 경험한 셈이다. ‘불가능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할 것.’

 

 

마데이라섬은 포르투산투섬 Porto Santo과 함께 마데이라 제도를 이룬다. 두 섬은 배로 약 2시간, 비행기로 25분여 거리다. 오늘의 주 여행지는 제도의 수도 푼샬이 있는 마데이라섬이다. 마데이라섬은 투박한 해안을 아름다운 형태로 조각한 바다라기보다는 혹독한 환경에서마저 지지 않고 다이빙하는 이들을 품어주는 푸른 대자연에 가깝다. 섬의 저 깊은 안쪽에서는 유칼립투스 숲의 바람이 불어온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원래 마데이라 땅에 없었다. 19세기경, 섬에서 럼을 만들기 위해 목재로 들여온 외래종이다. 덕분에 원래 섬에서 자라던 월계수가 생명을 건졌다. 이제는 유칼립투스도 마데이라섬의 한 생명이 되었지만.

 

해발 1천8백61미터로 마데이라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피코 루이보 Pico Ruivo와 피코 도 아리에리오 Pico Do Arieiro사잇길을 걷는 여행자.

 

월계수는 마데이라섬에서 태어난 예쁜 아이 같은 존재다. 섬의 남쪽이 경작지라면 북쪽은 가파른 계곡과 월계수 원시림으로 덮여 있다. 포르투갈어로 마데이라는 ‘나무’를 뜻한다. 마데이라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온통 나무가 우거져 있어 정착지로 만들기 쉽지 않아 붙인 이름일 거라는 추측이 있다. 마데이라섬 곳곳의 무성한 숲 중에서도 라우리실바는 세계의 월계수 숲 가운데 가장 넓어,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는 등재 기준과 이유에 대해 “이 유산의 대부분은 한 번도 벌목된 적이 없는 곳이고, 섬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전부터 자라서 매우 크고 나이가 많은, 일부는 아마도 8백 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며, “풍부한 생태적 지위, 손상되지 않은 생태계 과정을 보여준다. 이 유산 지역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고유종 관다발 식물이 최소한 76종 있고, 많은 고유종 무척추 동물이 있다. 그리고 조류에도 대표적인 마데이라월계수비둘기를 포함해 2종의 고유종이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자연 유산에 전문가들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활자로도 전해지는 것 같은데, 실제로 라우리실바에서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자연에 완전히 취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 마데이라섬 북서쪽 지역 포르투모니스의 한 어부. 낚시는 마데이라에서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다. 파이알섬의 절경. 마데이라섬의 리베이로 프리오 Ribeiro Frio 자연 공원. 이곳의 수로 레바다를 지프로 투어하는 프로그램 ‘지프 투어’를 선보이는 여행사도 많다.

 

마데이라에는 또 하나 인류 역사의 중요한 흔적이 있다. 섬의 정착민들이 자연 경관을 따라 건설한 수로다. 레바다 Levada라고 부르는 수로의 폭은 평균 80~1백 50센티미터이고 돌을 이용해 만들었다. 섬 곳곳이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그 길을 따르는 레바다 투어 코스도 다양하다. 수로는 라우리실바 숲도 통과한다. 물길을 지도 삼아 원시 월계수 숲을 깊숙이 둘러볼 수 있다. 마데이라섬 어디를 가든 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그 소리가 길을 안내한다.

 

 

마데이라섬에서 높기로 손꼽히는 산, 피코 도 아리에리오.

 

마데이라섬에서는 프라이팬에 볶은 조개와 전통 빵인 볼로 도 카코 Bolo Do Caco를 내는 요리나, 튀긴 바나나를 곁들인 황새치 요리를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사탕수수 브랜디를 함께 즐기면 더 새롭다. 레몬과 오렌지 주스, 꿀로 만든 이 음료는 현지 어부들이 오랫동안 즐겨온 마실거리다. 마무리는 햇볕과 바람을 맞고 정원에서 자란 망고를 더한 치즈케이크로 한다면, 더군다나 이런 식사를 아슬아슬한 바위 틈새의 고립된 레스토랑에서 즐긴다면 더없이 훌륭할 것이다. 마데이라섬 남쪽에는 절벽을 배경으로 하고 바다를 풍경으로 한 호텔과 레스토랑이 곳곳에 있다. 파하자 도스 파드레스 Fajã Dos Padres도 그러한 곳 중 하나인데, 절벽 아래 자리하고 있지만 섬의 위아래를 잇는 튼튼한 케이블카가 있어 2분 48초면 당도한다. 왜 이리 좁고 가파르고 바위 많은 땅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은 야자수 숲 속에 자리한 테이블에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대양의 파도와 함께 하얗게 부서지고 만다.

 

 

화산이 뿜어낸 용암이 웅덩이를 만들고 그것이 곧 천연 수영장이 된 마데이라 포르투모니스 Porto Moniz 해변, 바닷바람과 함께 자라는 온갖 나무와 이끼와 꽃, 섬의 깊숙한 곳으로 들여 보내는 물길들, 굳은 용암 위로 피어난 생명의 기운. 마데이라라는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할 일이라고는 마데이라섬을 여행하는 두 번째 방법뿐이다. 멈추지 말고 바다를 바라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