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그럼에도 올드카를 타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
많은 모델 중 왜 이 차여야만 했을까? 그랜저의 히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니까. 대부분의 올드카는 단종된 모델이 많은데, 그랜저는 1986년부터 지금도 쭉 생산되고 있으니까. 자동차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
이 모델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했나? 삼고초려. 차주를 정말 세 번 찾아갔다. 연락은 수없이 했고. 차주의 마음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설득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가장 먼저 분해 도색. 전부 분해한 후에 흰색을 입혀 다시 조립했다. 트렁크랑 테일램프도 교체했고. 같은 그랜저라도 전기형과 후기형의 뒷모습이 조금 다른데, 나는 전기형 모델로 복원하기 위해 어렵게 폐차장에서 뒷부분만 구해 교체했다. 구형 엠블럼은 구할 수 없어서 제작한 것. 종로에는 숨은 기술자가 많다. 정말 똑같이 만들어주셨다.
연식 많은 올드카를 위해 들이는 정성이라면? 공부? 난 올드카를 좋아할 뿐 차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잘 모르거든. ‘올드타이머’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는다.
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주변의 많은 관심.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멋있다고 이야기해주는 반응들이 정말 좋다. 다른 하나는 의외의 첨단 옵션들. 1994년식인데 크루즈 컨트롤 모드가 있다. 주행 모드에는 파워 옵션이 있고, 뒷자석 시트는 운전석에서 위치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놀랍지?
2021년 전기차 시대, 내가 올드카를 타는 이유는? 행복하니까. 구하기 힘든 부품들을 찾아서 장착했을 때의 그 기분! 올드카를 타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는 시간들은 요즘 내가 느끼는 가장 커다란 행복이니까. – 슬리피 / 래퍼 / @sleepycamo
많은 모델 중 왜 이 차여야만 했을까? 첫 차가 BMW 미니쿠퍼 R50이었다. 그렇게 R50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로버미니를 동경하게 됐고. 마침 세컨드카를 찾고 있었는데 로버미니만 한 모델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운영하는 브랜드 이름이 ‘산화된 녹색(Verdeossido)’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마침 비슷한 컬러의 로버미니가 매물로 나온 거지. 고민 없이 바로 샀다.
이 모델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했나? 기약 없는 기다림. 이 모델을 찾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같은 모델은 꽤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뭔가 다른 포인트를 가진 녀석을 원했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운 좋게도 복원이 잘된 차를 구해서 특별하게 손볼 곳은 없었다. 시트를 가죽으로 교체한 것이 전부다. 올드카지만 예상 외로 아직까진 로버미니의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부품 수급이 잘되다 보니, 최근 교체한 곳은 아직 쌩쌩하다.
연식 많은 올드카를 위해 들이는 정성이라면? 시간을 들이는 것. 튼튼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연식이 있다 보니 사람 처럼 자주 아프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거니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고장에 둔감해진다. 비 오는 날 갑자기 창문이 툭 내려가도, 에어컨을 틀었는데 시원하지 않아도 올드카니까. 관심과 사랑으로 잘 관리해야지. 당연히 세차도 직접 하고.
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예쁜 생김새. 그리고 특유의 엔진 소리. 두 매력 모두 올드카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감성이다.
2021년 전기차 시대, 내가 올드카를 타는 이유는? 단종 모델이라는 가치. 그 시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로버미니를 보고있으면 ‘너도 고생 많았구나’ 싶고. 꼭 사람같아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사실 가성비, 투자비, 감가 같은 것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미적 기준 하나만으로도 타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 박지안 / Verdeossido 디렉터 / @oxdzdgrn
많은 모델 중 왜 이 차여야만 했을까? 올드카 중에서 드림카를 꼽으라면 나는 늘 이 모델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델을 디자인한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의 빅팬이기도 하고.
이 모델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했나? 기다린 시간도 시간이지만, 공수해오던 과정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부산에 계시는 어르신께 구입했는데, 에어컨 가스가 전부 빠진 상태에서 차를 받았다. 덕분에 서울까지 올라오는 내내 더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12기통 5000cc 엔진이라 뿜어내는 열이 상당하거든. 그땐 멈추지 않고 서울까지 오기만 해도 잘 산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전 차주가관리를 잘했다. 깔끔한 순정 상태였다. 내가 손댄 건 휠 정도. 독일 BBS사에서 제작한 BMW 순정 휠로 바꿨다.
연식 많은 올드카를 위해 들이는 정성이라면? 자주 주행하는 것. ‘차는 타야 한다’는 생각이라서 오래 세워두지 않는다.
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디자인. 캐릭터 라인이 명확한 차를 좋아한다. 이렇게 각진 디자인은 더 특별하니까. 사실 나는 차를 운전만 하니까 내 차가 도로 위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지나가는 내 차를 보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 적이 있는데, 내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거지. 강남대로에서 뻔히 달리고 있는 내 차가 나도 신기했다.
2021년 전기차 시대, 내가 올드카를 타는 이유는? 나는 직관적인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편이다. 운전할 땐 운전에 집중하는 게 좋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요즘 차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너무 잘돼 있다. 그래서 어쩌면 주행 중에 불필요한 신호까지 인식해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알려주니까 오히려 피곤하다. 운전만, 차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시대에는 아마 올드카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매력이지 않을까. – 이지윤 / Vibevibes 디렉터 / @vibes.lee
많은 모델 중 왜 이 차여야만 했을까?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모델이다. 클래식 디펜더를 타다가 다음 4.0 모델은 체로키여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한 번쯤 타보고 싶은 드림카였으니까.
이 모델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했나? 오래 기다렸다. 탐색에만 2년 정도, 구입 후 수리에만 다시 1년을 들였다. 체로키 2.5 수동 모델은 꽤 있지만 4.0 오토 모델은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거든.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차를 구입했을 땐 오프로드용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차체가 낮고 바퀴가 작은 미국 특유의 빈티지 스타일을 원했다. 차 틀을 제외하고는 전부 교체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손을 많이 댔다. 올라가 있던 차체를 낮추는 작업부터, 바퀴도 32인치에서 15인치 순정형으로 교체했다. 휠도 순정으로 달았다. 외관은 도색부터 시작해서 측면에 포인트로 우드 플랩 디자인을 더하고, 범퍼와 그릴, 사이드 미러까지 전부 크롬으로 교체했다. 그레이 컬러였던 실내는 전부 베이지 톤으로 교체했다. 다행인 건 미국차는 OEM 파츠가 많다는 것! 올드카지만 아직 생산되는 부품이 많고, 거래도 활발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연식 많은 올드카를 위해 들이는 정성이라면? 복원할 때 대부분의 부품을 순정으로 교체한 것. 처음 차를 구입했을 때 오프로드로 세팅돼 있었는데 과도한 튠업은 그 과정에서 미케닉에 따라 데이터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모델로 복원할 땐 모든 데이터를 다시 원래대로 맞춰놓는 편이 좋다.
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디자인. 지금은 보기 어려운 각진 라인은 정말 귀한 실루엣이니까. 특히 보닛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범퍼 라인이 가장 멋지다.
2021년 전기차 시대, 내가 올드카를 타는 이유는? 희소성. 나를 더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으니까. – 박병환 / Good Life Adventure Club 대표 / @camper_unionjack
많은 모델 중 왜 이 차여야만 했을까? 처음에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도장이나 실내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입한 결정적 이유는 단 하나, 딸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이 모델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했나? 차주가 친구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E85 Z4모델을 갖기 위해 1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꽤 있더라.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과거 일본차들에서 보이는 JDM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렇게 꾸미고 싶었다. 도색부터 메인터넌스까지 전부 손봤다.
연식 많은 올드카를 위해 들이는 정성이라면? 시간과 돈. 지금의 모습을 완성하기까지 1년 조금 넘게 걸렸다. 복원 과정 중 나름의 기준이라면 ‘내 스타일로 꾸미되, 불법은 하지 말자’였다. 한 가지 예로 커다란 윙을 달고 싶었는데, 도로교통법상 윙이 차폭을 벗어나면 안 됐다. 또 윙의 설계나 설치 과정이 탄탄하지 않으면 내 차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검증된 제품이어야 했다. 결국 1년 넘게 기다린 후에 지금의 안전하고 멋진 윙을 갖게 됐다.
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역시 디자인. ‘오래된 미래’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올드카가 가진 디자인이 꼭 그렇다. 오래된 과거의 디자인이지만, 2021년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가장 신선한, 그래서 더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다.
2021년전기차 시대, 내가 올드카를 타는 이유는? 밤 10시쯤 후드를 열고 자유로를 천천히 달리다 보면, 어느 구간에서는 가로등이 꺼져 캄캄하다. 2~3킬로미터 남짓한 그 순간 밤하늘은 온통 별 빛으로 가득하다. 그 순간 느끼는 즐거움이 굉장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올드카를 타는 이유도 그렇고. 03년식 컨버터블을 타며 느끼는 낭만들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 – 한승구 / Abrazoshop 디렉터 / @hanseunggoo
- 에디터
- 신기호
- 포토그래퍼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