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tv

가을 고독을 퇴치하는 고전 코믹 영화 3

2021.10.20주현욱

차원이 다른 웃음 포인트는 물론 예상치 못한 전개로 작품성까지 갖춘 코미디 영화 세 편.

<펀치 드렁크 러브>, SONY 제공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란 ‘정신을 못 차리는, 혼란스러워 하는’의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Love’까지 더해졌으니 사랑에 관한 과격한 멜로 영화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진작에 보지 않은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작은 물품 제조업체의 사장인 배리는 조금은 특이하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인다. 그가 사업보다 열정을 쏟는 건 비행 마일리지를 쌓기 위한 푸딩 사 모으기. 한심한 듯 보이는 일상을 보내던 중 회사 앞에 놓인 낡은 풍금을 발견하고 사무실 책상에 가져다 놓는데, 같은 날 뜻하지 않게 만난 레나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앞날을 방해하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대화할 상대가 필요해 호기심으로 폰 섹스를 걸었다가 알게 된 악덕업체 일당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언제나 꿈꿔왔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주인공 배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음악, 미장센, 그리고 롱테이크로 대표되는 카메라 워크까지,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에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작품이다. 영화 내내 고조되는 음악과 연기에 의해 강력한 펀치 한 방을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데쓰 프루프>, LIONSGATE 제공

데쓰 프루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는 시작부터 순식간에 몰입돼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스턴트용으로 개조된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여자를 살해하고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에 맞서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텍사스 주의 작은 도시 오스틴의 한 바에서 시작된다.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던 세 미녀 앞에 자신을 스턴트맨 마이크라고 소개한 남자가 접근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의 옆자리에 태워 죽음에 이르게 한 뒤, 차를 돌려 귀가 중인 그녀들에게로 향한다. 솟구치는 파괴본능으로 처참한 사고를 낸 스턴트맨 마이크는 시간이 흘러 다른 동네에 모습을 드러내고, 또 다른 미녀들을 발견한 뒤 같은 방식의 범행을 꿈꾼다. <데쓰 프루프>는 113분 동안 절정의 쾌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비로소 엔딩 크레딧에 이르러야, 초반의 아슬아슬한 전개는 후반부의 엄청난 추격씬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조금 짓궂긴 해도 결말 하나만은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다. 누군가 타란티노는 어떤 감독이냐고 묻는다면 이 영화를 보라고 하면 된다.

<헤일, 시저>, NBCU 제공

헤일, 시저!
코엔 형제식 블랙 유머는 영화 <헤일, 시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목 ‘헤일, 시저’는 극중 영화사에서 제작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촬영 막바지에 주연 배우 베어드 휘트록이 납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영화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어떤 사건사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내는 영화 제작사 캐피틀 픽쳐스의 대표 에디 매닉스가 개봉 사수 작전을 계획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언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그의 흔적을 추적하는 에디 매닉스와 그런 그를 돕는 호비 도일의 모습은 키득키득 웃다가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든다. 또 조지 클루니와 조시 브롤린을 필두로 스칼렛 요한슨,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채닝 테이텀, 엘든 이렌리치, 조나 힐 등 나사가 빠진 듯 얼빠진 캐릭터를 묘사하는 배우들의 연기로 보는 재미를 더 한다. 1951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헤일, 시저!>는 그 어느 때보다 찬란했던 1930~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에 바치는 코엔 형제의 경배이기도 하다. 마치 ‘응답하라 1930’를 외치며 영화가 완벽하게 만들어지기 전 모든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영화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SONY, LIONSGATE, NB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