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소믈리에가 기쁜 우리 보통날에 바치는 샴페인 21.
다시 만나는 날, 마게 사피엉스 엑스트라 브뤼 09 상견례, 결혼식, 허니문…. 미루고 미뤘던 특별한 보통날이 다시 온다. 만남은 위대한 거니까, 최고의 RM 샴페인 메이커의 협업으로 오직 3천 병만 생산하는 이 샴페인을 권한다. 브루노 마게를 주축으로 다비드 레클라파의 샤르도네, 브누아 라하예 피노 누아, 조르주 라발의 피노 누아까지, 그야말로 선수들의 만남. 짙은 옐로 컬러, 진하고 향긋한 모과 향수를 잔에 쏟아부은 듯한 놀라운 풍미, 아주 길게 느껴지는 빵 굽는 달콤한 향과 맛. 말해 뭐 해. 조현철(레스케이프 호텔 소믈리에)
❶ 괜히 수트 한번 입어본 날, 랑송 르 블랙 전통있는 샴페인 하우스에서 빚은 이 ‘물건’은 수트를 차려입고 괜히 기분 한번 내고 싶은 날 좋은 친구가 될 샴페인이다. 그곳이 굉장히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곁에 이상형에 꼭 맞는 애인이 없으면 또 어떤가. 정교한 맛과 지속적인 기포의 조화가 매우 훌륭한 이 샴페인이 그럴듯한 파트너가 되어줄 텐데. 미네랄 뉘앙스와 상큼한 산도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안중민(SPC그룹 소속 소믈리에)
❷ 가방에 푹 찔러 넣고 산 정상에서, 루이 로드레 나투르 브뤼 노란 금빛에 가둔 잘 익은 복숭아, 헤이즐넛의 아로마. 구운 사과, 캐러멜이 가미된 향신료의 뉘앙스가 입 안을 가득 채우며, 기분 좋은 산도, 부드러운 질감이 신선함을 안겨준다. 등산할 때 황제의 샴페인으로 알려진 루이 로드레를 무심히 가방에 넣고 정상에 올라 쿨하게 종이컵에 따라 동행한 사람들에게 권한다면, 정상에서 주인공은 이미 당신이 될 것이다. 정하봉(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식음 총괄 디렉터)
❸ BTS ‘버터’ 들으며, 아티센코 브뤼 2008 샴페인의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는 02, 08에선 늘 감동이 밀려온다. 잘 익은 샤르도네에서 나오는 고소한 향과 잘 짜인 구조감, 크리미한 버블 그리고 복합미까지! 게다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레이블은 또 어떤가. BTS ‘버터’의 트렌디하고 펑키한 리듬과의 합은 상상만으로도 침을 고이게 한다. 안중민(SPC그룹 소속 소믈리에)
❹ 첫눈 오는 날, 빌카르 살몽 브뤼 로제 첫사랑은 어쩌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추억. 첫눈 오는 날, 여지없이 첫사랑이 떠오르는 건 모든 남자에게 국룰 같은 걸까? 풋풋한 설렘이 연기처럼 피어날 때 어울리는 로제 샴페인이 바로 이거다. 로맨틱한 핑크색과 섬세한 기포 덕에 보기만 해도 우아함이 느껴지는 샴페인으로, 붉은 과일의 풍부한 향과 상큼한 레몬 제스트 향, 라즈베리처럼 진하고 향긋한 과일 풍미가 입 안에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정하봉(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식음 총괄 디렉터)
❺ 새벽 2시, 콩테 드 샴페인 녹초가 되어 아무 힘도 남아 있지 않은데도 맛있는 샴페인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날이 있다. 덴마크 레스토랑 제라늄에서 일하던 시절 일을 마치고 집
에 돌아오면 늘 새벽 2~3시쯤이었는데, 30만원에 달하는 이 샴페인에 곁들일 거라곤 한인 마트에서 산 크래커뿐이었다. 마지못해 둘을 조합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이상의 페어링을 맛본 적이 없다. 꼭 경험해보시길. 김진호(밍글스 소믈리에)
❻ 합격이 아니면 어때, 자크송 퀴베 No.744 NV 자크송 퀴베 넘버링 시리즈는 매년 특정 빈티지를 70퍼센트 정도 사용한다. 논 빈티지임에도 빈티지 샴페인에 가까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비결. 매년 새롭게 탄생하는 넘버링 시리즈는 합격을 축하하는 날 펑 터트리고 싶지만, 꼭 합격이 아니면 어떤가. 값진 노력과 수고에 박수를 보낼 때도 훌륭한 선물이 된다. 이동규(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식음 팀장)
❶ 굴이 유일한 친구인 날, 레클레르 브리엉 어비스 지상에서 4년, 깊은 바닷속에서 12개월간 숙성한 어비스는 외관부터 심상치가 않다. 깊은 바다에서 태양이 반사되는 신비로운 금빛 반사광이 보틀 표면에 아름답게 흩뿌려져 있다. 잘 익은 시트러스 과일 껍질을 날카롭게 갈아 뿌린 제스트와 같이 스파이시한 향,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인텐스 높은 과실의 향연. 제철 굴에 결코 굴하지 않는 맛이다. 보틀의 멋진 외관을 오롯이 즐기려면 충분히 냉장, 냉동한 뒤 글라스나 나이프로 병목을 날려버리는 ‘사브라주’ 기술을 구사해볼 것. 김성국(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소믈리에)
❷ 자아도취 하는 날, 테탱저 녹턴 시티 라이츠 드라이한 샴페인을 마셔야 한다는 강박에서 제발 탈출하라. 그게 남자답다는 선입견도. 적당한 무게와 안정감을 지닌 과일향, 건포도향의 살짝 스위트한 피니시는 아마레토나 위스키의 그것처럼 입안을 사로잡는다. 오늘 나 좀 멋있어. 기분에 취하고 싶은 날, 문득 떠오르는 사랑을 추억하며 조용한 밤을 노래하는 ‘녹턴’을 플레이한다. 실패뿐인 연애였다면 이은미의 ‘녹턴’은 금지다. 오렌지 주스나 자몽 주스에 섞어 마셔도 의외로 훌륭하다. 적당한 당도와 산도의 조화가 기막히다. 김성국(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소믈리에)
❶ 수영장 그리고 바닷가, 찰스 하이직 브뤼 리저브 수영장, 바닷가에서 거나하게 취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거기엔 애초에 거창한 안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껏해야 가벼운 스낵 정도다. 물질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을 많이 삼키고 빈속에 술 마실 일이 많아서, 산도가 날카로운 샴페인보다는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산미와 섬세한 버블, 마시기 쉬운 샴페인이 좋다. 찰스 하이직 브뤼 리저브는 논 빈티지임에도 웬만한 엔트리급 샴페인을 압도하는 퀄리티, 오래 숙성시킨 리저브 와인을 많이 섞어 숙성에서 오는 깊이와 부드러움이 있다. 김진호(밍글스 소믈리에)
❷ 애인 부모님에게 선물하는 날, 바롱 드 로칠드 브뤼 헝스 식전에 마시는 아페리티프 샴페인 중 이만한 기품을 가진 녀석은 흔치 않다. 포도는 샴페인 최고 지역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르 크뤼에서 자란 과실만 사용한다. 호불호가 없을 만큼 절도 있고 단정한 모습의 샴페인. 게다가 이름에 적힌 로칠드 가문은 각각 무통과 라피트 등 세계 최고의 레드 와인을 만드는 가문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각각의 가문이 하나의 줄기로 합쳐져 귀한 손님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낸 이 샴페인 하우스는 ‘유수의 가문의 결합’,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역사’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예비 장모, 장인어른께 썰 풀기 좋을 것이다. 김성국(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소믈리에)
❸ 모닝 샴페인, 브뤼 나투르 제로 도자주 상 수프르 보당 과정인 도자주 Dosage를 생략하고 산화방지제로 사용되는 이산화황도 사용하지 않아 깨끗하고 순수한 풍미를 그대로 표현한 고고한 샴페인. 간혹 예민한 사람들은 산화방지제 때문에 두통이나 구토 등 알레르기 반응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산화황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이 샴페인을 마신다면 그런 걱정은 근심과 함께 소화될 것이다. 덕분에 아침부터 즐길 수 있는 모닝 샴페인으로 제격! 이동규(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식음 팀장)
❶ 셀프 축하, 크루그 NV 하프 보틀 살다 보면 홀로 조용하게 축하하고 싶은 때도 많다. 그렇다고 싸구려 샴페인을 따고 싶지는 않은데, 한번 오픈하고 다 마시지는 못할 것 같은 날. 그런 날 딱 좋은 샴페인이다. 단단한 골격과 특유의 풍부한 헤이즐넛 아몬드 같은 너티함, 고소한 맛으로 샴페인의 왕으로도 불리는 친구. 하프 보틀로 2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으니 작은 사치로 딱 좋은 친구다. 김진호(밍글스 소믈리에)
❷ 처음 손잡은 날, 아모르 드 도츠 2008 한국의 소믈리에들이 모여 그해 출품된 와인에 부문별 최고 상을 주는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모르 드 도츠는 최고의 샴페인 타이틀을 여러 번 거머쥔 녀석.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손잡은 날, 그 설렘의 감정을 박제하고 싶다면 도츠의 최고 레인지의 샴페인을 기꺼이 오픈하자. 짙은 감색을 띠는 황금색에 구즈베리나 민트, 카시스 꽃향이 결합되어 강렬하면서도 복합적인 향이 느껴진다. 입 안에서 우수한 빈티지를 온전히 담아 긴 풍미로 발전한다. 정하봉(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식음 총괄 디렉터)
❸ 진지한 대화와 함께, 돔 루이나 블랑 드 블랑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날, 농담을 거둔 묵직한 비즈니스 대화 자리. 그런 TPO에선 샴페인의 선두주자이며 오래된 전통파 샴페인이 좋다. 품종은 100퍼센트 샤르도네. 전통적인 레이블에 독특한 보틀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는 스타일로 풍부한 맛과 향을 갖고 있으며, 디켄팅이 필요할 때도 있다. 식전주보다는 무거운 식사나 코스에 더 적합한 와인. 안중민(SPC그룹 소속 소믈리에)
❹ 나만 솔로인 자리, 파이퍼 하이직 레어 2008 친구들은 다 커플인데 나만 솔로인 연말.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나는 샴페인을 마시며 이 마음을 달래야겠다. 파이퍼 하이직 가운데에도 역대 최고의 빈티지로 꼽히는 레어 2008. 자체로 위안이다. 폭죽 터지듯 피어오르는 기분 좋은 꽃향과 미네랄리티, 탁월한 균형감, 부드러운 질감, 생기 있게 지속되는 버블이 긴 여운을 선사한다. 고급스러운 프레스티지 퀴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련된 복합미가 일품이니 나만 솔로인 사실도 까무룩 잊는다. 마시고 난 레어의 빈병을 버리지 말고 병에 부착된 레어의 상징 티아라 부분을 잘 뜯어서 머리에 얹으면 잠시라도 왕이 될 수 있다. 노태정(비채나 지배인, 국가대표 소믈리에)
❺ 고백하는 날, 퀴베 디아망 브랑켄 브뤼 헝스 오늘을 기다려왔다면 과감하게 질러라. 이름부터 ‘다이아몬드’, 게다가 까르띠에가 선택한 공식 파트너 명품 샴페인이다. 고백할 상대에게 풀 썰은 장전되었다. 건투를 빈다. 샴페인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피노 누아를 제외하고, 샤도네이, 피노 뫼니에르 두 종만의 블렌딩으로 탄생한 특별한 샴페인은 진득하게 꽉 찬 텍스처와 레모네이드보다는 홍옥 사과 주스에 가까운 경쾌한 옐로 컬러를 띤다. 우아한 곡선의 부드러움보다는 다이아몬드처럼 날카로운 직선의 뉘앙스를 보인다. 다양한 과실미를 표현하는 데 집중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과일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샴페인과 함께 고백했는데 프러포즈에 실패한다면, 음…. 김성국(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소물리에)
❶ 엄마에게, 도비 레제르브 프리미에 크뤼 브뤼 엄마와 딸이 운영하는 도비 샴페인 하우스. 그런 까닭인지 매우 섬세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띤다. “엄마 여행 다녀온다!” 불쑥 온 카톡 메시지에 잘 다녀와, 보고 싶을 거야, 란 회신이 머쓱하다면 이 샴페인을 쓱 보내보길. 맑은 골드 컬러에 작은 기포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밤하늘의 별들이 떠오른다. 조화롭게 뒤섞인 상큼한 꽃향과 과일 향, 바닐라, 브리오슈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따뜻하게 감싼
다. 엄마의 그 포근함처럼. 노태정(비채나 지배인, 국가대표 소믈리에)
❷ 공복에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 에센셜 엑스트라 브뤼 세기의 아이콘이자 만인의 연인. 마릴린 먼로는 이 샴페인을 뜨겁게 사랑한 나머지 매일 아침을 이 샴페인과 함께 시작했다. 공복을 기분 좋게 코팅하기에 이만한 후보가 있을까? 브뤼에 비해 드라이해 상대적으로 산미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다채로운 과일 향과 4년 숙성에서 오는 복합적인 풍미는 기가 막히다. 높은 산미는 식전주로 매우 훌륭하고, 해산물 위주의 음식과도 좋은 페어링을 보여준다. 달콤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노태정(비채나 지배인, 국가대표 소믈리에)
❸ 방어는 못 참지, 크리스토프 미뇽 로제 사이네 눈 내리는 날 겨울 방어회와 환상적으로 어울릴 듯한 샴페인. 샴페인은 유일하게 화이트와 레드를 섞어 로제를 만드는 게 허용되는데, 이 샴페인은 원래 로제를 만드는 레드 품종으로만 만들어서 색깔도, 풍미도 훨씬 진하다. 오죽하면 이름의 ‘Saignee’는 피흘린다는 뜻. 라즈베리, 체리 향에 스파이시하며 약간의 타닌까지 보여주는 와인은 일반 샴페인으로는 페어링하기 쉽지 않은 기름진 생선 방어, 고등어까지 매치가 좋다. 김진호(밍글스 소믈리에)
❹ 허니문 전날 밤, 르 브룬 드 누빌, 코트 로제 선명한 핑크빛을 띤 르 브룬 드 누빌, 코트 로제 샴페인은 특별히 진짜 피노 누아 레드 와인이 15퍼센트 블렌딩된 샴페인으로 그 풍미가 남다르다. 투명한 듯 은은한 처리가 되어 있는 보틀 덕분에 그 색상이 온전히 드러나는 듯 살며시 가려진 듯 우아한 느낌을 풍긴다. 순수하게 매력을 뽐내는 신랑신부와 같은 설렘이 있는 로제 샴페인. 이번에 새롭게 국내에 선보이는 샴페인인 만큼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데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동규(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식음 팀장)
- 피처 에디터
- 전희란
- 포토그래퍼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