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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성시원’이랑 ‘강지구’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2021.12.30신기호

날마다 새로 빛나는 은지, 그래서 행복한 은지.

이어링, 프리모떼. 초록색 니트, 마쥬. 데님 팬츠, 위크앤드 막스마라. 스니커즈, 컨버스.

GQ 오늘 라디오 재밌게 들었어요. 아까는 목소리로 만나고, 지금은 이렇게 직접 만나니까 조금 신기한데요?
EJ 정말요? 거짓말 아니죠? 라디오 주파수는?
GQ 89.1!
EJ 맞아요! 휴우.
GQ 라디오 진행한 지는 2년 좀 넘었죠? 벌써.
EJ 맞아요. 2019년 7월 1일에 시작했으니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GQ 처음에는 매일 출근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적응 좀 됐어요?
EJ 아니요, 절대! 학교 다닐 때도 왜 이불 속에서 나오는 게 정말 어렵잖아요. 특히 지금 같은 겨울이면 더. 똑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적응 중입니다. 하하하!
GQ ‘여전히 적응 중’치고는 너무 성실하게, 잘해오고 있잖아요. 2년 반을 꾸준히.
EJ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자극이 되는 말들을 좋아하거든요? “아, 저 말은 나한테 정말 필요한 응원이다”, 혹은 “나한테 꼭 필요한 채찍이다” 하고 느껴지는 말들요. 예를 들면 ‘미라클 모닝’이라는 게 있어요.

선글라스, 젠틀몬스터. 티셔츠, 에센셜. 슬랙스, 쓰리투에이. 구두, 알엠디. 오른손 링, 폴 브리알.
왼손 링, 해수엘.

GQ 어? 오늘 ‘미라클 모닝’ 주제로 라디오 오프닝 했잖아요.
EJ 맞아요! 오 정말 청취자?
GQ 하하. 아, 말 끊어서 미안해요. 아는 내용 나오니까 반가워서. 아니, 그래서요?
EJ 제가 사실 여러 스케줄이 겹치면 너무 버거우니까, 그래서 라디오를 하러 가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던 시기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을 듣고 ‘어? 이거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거다!’ 싶은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아침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GQ 미라클 모닝이 실현되던가요?
EJ 역시 아침에 일어나는 건 늘 힘들지만, 하루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게 되니까, 그건 좋더라고요. 라디오 녹음 스케줄이 원래는 오후인데, 운동을 시작하고부터 오전 녹음으로 바꿨어요. 제 시간이 그만큼 생긴 거죠. 무엇보다 깬 지 얼마 안 됐을 때 라디오를 하면 목소리도 덜 풀려있고, 진행도 어딘가 명쾌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달라요. 목소리에 힘도 더 생기고, 청취자분들하고 소통도 더 신나게 하는 것 같고요.
GQ 스트레스를 주로 운동으로 푸는 편이에요?
EJ 맞아요. 원래는 제가 스트레스를 먹부림으로 해소하는데, 촬영도 있고 하니까 마음 놓고 먹부림은 또 못 하고.
GQ 요즘 <술도녀> 인기가 정말 많아요. 종영한 지 일 주일 정도 됐으니까, 촬영은 더 빨리 끝났겠죠?
EJ 네, 촬영은 10월 초에 끝났어요.
GQ 마지막 촬영하고 기분이 어땠어요?
EJ 아! 끝났다!
GQ 시원한 건가요, 아쉬운 건가요?
EJ 시원섭섭요. 스태프들과 종영 축하 간단히 하고, 집에 가서 맥주 한 캔하고 잤어요.시원하게!

플라워 패턴 아우터, 이자벨 마랑. 체크 패턴 후디, JW 앤더슨. 옐로 비니, 임팩트 이펙트. 블루 비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요즘 ‘술’ 관련 질문 정말 많이 받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뭐예요?
EJ 주량! 주량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아요.
GQ 대답은 늘 같았어요? 그사이 늘진 않았고요?
EJ 하하. 그래서 그런지 대답은 조금씩 달랐어요. 그리고 컨디션! 컨디션에 따라서 주량이 또 달라지더라고요.
GQ 술 좋아하는 편이에요?
EJ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술도녀> 작품 제의가 들어왔을 때 엄청 좋았죠. ‘술’이 주제로 들어가니까. 대본 보고 “이거다, 이거!” 했어요. 그래서 웹툰도 드라마 대본을 받고 나서 바로 보게 됐고요. 너무 재밌어서 쭉 봤어요.
GQ 어땠어요?
EJ 웹툰이랑 대본이랑 결이 달라서 따로따로 재밌게 읽었어요. 웹툰은 술이랑 안주, 음식에 집중되어 있는 스토리라면, 드라마 <술도녀>는 사람에 좀 더 집중되어 있었죠.
GQ 그럼 캐릭터 ‘강지구’도 조금 달리 봤을까요?
EJ 네, 맞아요. <술도녀>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말 잘 다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등장하는 캐릭터도 모두 사람 냄새 나는, 현실적인 인물 같은 거죠. 주변의 아는 사람 같고.
GQ 그래서 그런지 ‘강지구’를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과 겹쳐서 보는 분도 많더라고요.
EJ 캐릭터 둘 다 현실적인 인물이라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성시원’이랑 ‘강지구’ 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시원’은 부모님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정말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친구라면, ‘강지구’는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친구죠. 고민,생각,선택 모든 게 현실적인.
GQ ‘강지구’의 감정은 때때로 굉장히 무겁게 표현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보다 보니까 ‘강지구’의 무거웠던 감정이 이해가 됐고요. 그럴 수 있겠다, 싶은.
EJ 맞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번 작품은 좀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현실적인 감정을 다루는 장면이 많아서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장례식장 장면도 그렇고, ‘소희’, ‘지연’이랑 나누는 대화들도 그렇고. 크고 작은 감정 신이 많다 보니까 나중에는 오히려 감정 신이 편해졌을 정도였어요. 촬영 막바지에는 정말 친구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GQ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좀처럼 작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감정들이 잘 정리됐을까요?
EJ 저는 정리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방송을 볼 때마다 당시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고요. 아직도 ‘지구’가 나오는 신들은 보자마자 바로 눈물이 나요.

체크 패턴 롱 코트, MM6 at 엘리든. 로퍼, 닥터마틴. 이어링, 링, 모두 해수엘.

GQ 시즌 2 제작 이야기를 들었어요.
EJ 맞아요. 시즌 2도 언젠가는 한다고 하니까. 지금 감정들은 마음 한 구석에 잘 뒀다가 그때 다시 꺼내 보면 좋겠어요.
GQ 시즌 2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다뤄졌으면 좋겠다, 싶은 바람 같은 거 있어요?
EJ ‘지구’랑, ‘지연’이랑, ‘소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좀 사람답게 지냈으면 좋겠고요. 아니,이 세 명은 너무 치열하고, 또 늘 사건의 연속이니까. 그래서 이들 사는 이야기들이 지금보다 행복하게 그려졌으면 좋겠어요.
GQ 벌써 은지 씨가 연기한 ‘성시원’과 ‘강지구’사이에는 9년이라는 시간이 있어요. 많이 달라졌나요?
EJ 9년요? 맞아요, 정말 그렇게 됐네요. 생각해보면 달라진 것보다 만났던 캐릭터들과 쭉 같이 커온 것 같아요.‘성시원’을 연기할 때는 정말 학생 그 자체였거든요. 열아홉 살에서 막 스무 살이 됐을 때니까. 그리고 ‘강지구’를 연기할 땐 또 그만큼 경험치가 생긴 나이가 돼 있었고요. 그래서 ‘지구’를 이해하기가 좀 더 쉬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행운 같아요.
GQ 시간을 계속 이야기해서 미안한데, 올해가 에이핑크 데뷔 10주년이죠?
EJ 맞아요. 그래서 연말에 가질 팬미팅 준비하고 있어요.
GQ 오랜만에 팬들과 만나는 자리일 텐데, 어떨 것 같아요?
EJ 정말 가늠이 안 돼요.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라서 기분이 묘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 ‘덤더럼’ 부르다가 울 것 같아요. 정말 그날은 메이크업 큰 일 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벌써부터 울컥해요.
GQ 무대에 올라가면 팬에게 가장 먼저 뭐라고 얘기 할것같아요?
EJ “우와! 판다다!”, “진짜 판다다!”
GQ 연말 팬미팅 준비하면서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눌까요?
EJ “팬들 보고싶다”, “이거 우리 팬들 진짜 좋아하겠다” 같이 팬들 이야기 정말 많이 해요. “우리 컴백하면 어떤 게 좋을까?” 이런 고민도 나누고요. 공연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하다는 말도 정말 많이 하고요. 저도, 멤버들도 팬미팅만 기다리고 있거든요. 정말 연차가 쌓일수록 팬들과 돈독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요즘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체크 패턴 후디, JW 앤더슨. 코듀로이 팬츠, 데비어퍼.

GQ 에이핑크 팬미팅이 끝나면 아마도 2021년이 정말 몇 시간 안 남았을 거예요.
EJ 그렇겠죠? 벌써부터 마음이 이상해지네요.
GQ 2021년의 정은지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EJ 제가 매년 새해가 되면 비는 소원이 있어요. “한 해 끝에 후회 남지 않게 열심히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그런데 정말 그런 한 해를 보낸 것 같아서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퇴근 하고 집에 가면, 거울을 보면서 이 말을 참 많이 했어요. “고생 많았어.”, “잘했어 은지야.” 오글 거리지만, 그래도 같은 말 해주고 싶어요. 열심히 했으니까.
GQ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에 은지 씨는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 것 같아요?
EJ “젠장!” 이러고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나갔어, 20대가 지나갔어!” 이렇게. 하하하! 농담입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맥주 한 캔하고 있을 것 같아요. 몇 시간 전에 팬들을 만났고, 또 보냈잖아요? 아마도 그 벅찬 시간들을 잘 정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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