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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꼭 가봐야 할 그로서리 스토어 4

2022.01.03김은희

그로서리 스토어 주인장들이 고른 새해 첫 식사 재료.

양평 강산면 양송이버섯 4개 1천5백원, 운두령 감자 2개 1천5백원, 횡성 토마토 2개 1천원, 제주 구좌읍 당근 1개 7백원, 담양군 셀러리 3대 2천원, 모두 흠마켓.

흠마켓 HMM MARKET
“못생긴 게 흠인가요?” 질문하는 흠마켓. 흠이 있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일명 못난이 농산물을 다룬다. 그러므로 흠마켓에 못난이 농산물이란 없다. “다채롭고 특별한 채소”가 있을 뿐.
menu 무수분 채소찜. 새해 첫날은 늘 추웠던 기억이 있어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요리가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무수분 채소찜은 만들기 아주 간단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냉장고에 남은 채소를 처리하기에도 좋다. 채소는 흠마켓이 제안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엇으로든 가능하다. 평소 채소를 고를 때는 모양과 관계없이 단단하고 윤기 나며 꼭지가 싱싱한 것이 좋은데, 조금의 흠은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당근도 수분이 빠지면 모양이 쭈글쭈글해져 먹기에 주저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맛은 더 달다. 마트에 가서 새 채소를 고르기 전에 냉장고에 남은 흠난 재료부터 요리해보길 바란다.
recipe ① 횡성 토마토, 제주 구좌읍 당근, 운두령 감자, 양평 강산면 양송이버섯, 담양군 셀러리를 준비한다. ② 준비한 채소를 한입 크기로 자른다. ③ 달군 냄비에 오일이나 버터를 두르고 자른 채소를 넣는다.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려준 뒤 뚜껑을 닫는다. ④ 불을 약불로 줄이고 20분 정도 찌면 완성. 손시현(흠마켓 운영자)

매생이 1봉 5천원, 알굴 1백 그램 2천원(사진 속 매생이와 알굴은 정량의 일부), 모두 생선씨.

생선씨 FISHMONGER
제철 해산물을 기본으로 초밥, 그라브락스 같은 완제품과 매운탕, 알탕 등 즉석 밀키트, 해산물에 어울리는 와인과 치즈까지 선보이는 자칭 “동네 생선 가게” 해산물 식료품점.
menu 매생이 굴 떡국. 새해 새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로 추천한다. 제철 매생이, 물, 떡만 넣으면 된다. 굴은 취향껏 넣는다. 다만, 매생이 떡국에서 김이 나지 않는다고 급히 한술 뜨다가는 크게 덴다. 끓인 매생이는 보기와 달리 무척 뜨겁다. 살살 불어 먹는다. 차분한 마음과 행동으로 새해를 맞는다.
recipe ① 2~3인 기준 매생이 한 줌, 알굴 1백 그램, 떡국 떡 1백50그램, 물 9백 밀리리터, 육수용 멸치 조금, 국 간장 15밀리리터, 소금 한 꼬집, 파 조금, 참기름 조금. 까나리액젓은 취향 따라. 떡국 떡을 불리는 동안 멸치 육수를 낸다. ② 매생이는 잘 씻어 물기를 빼둔다. 매생이는 잘 정돈된 머리카락처럼 딱 봐도 윤기가 돌며 색이 곱고 예쁜 게 좋다. ③ 육수가 완성되면 떡을 넣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국간장은 구수한 맛을 주기 위해 넣고 짠맛의 간은 소금으로 잡는다. 매생이 굴 떡국은 심심해야 맛있다.) ④ 떡이 익으면 매생이를 넣고 잘 풀어준다. 취향에 따라 굴, 참기름과 파, 까나리액젓을 더한다. 최시준(생선씨 · 방울과꼬막 대표)

수제 주빠 1만8천4백원, 각기 다른 식감과 개성의 4가지 버섯을 절인 이탈리아 가정식 수제 버섯절임 1만4천8백원, 트레디셔널 미니 파네토네 1만8천5백원, 모두 알리멘따리 꼰떼.

알리멘따리 꼰떼 ALIMENTARI CONTE
“내가 살던 곳 느낌 그대로 재현하고 싶을 뿐이었다”는 박만영 대표가 10여 년간 이탈리아 토스카나 시에나에서 거주하며 먹고 마시고 경험한 식문화를 수제 요리를 비롯해 이탈리아산 재료로 전한다. 이탈리아어로 알리멘따리 Alimentari는 식료품점, 꼰떼 Con Te는 당신과 함께라는 의미다.
menu 토스카나 스프 주빠 Zuppa. 이탈리아에선 대부분 매해 12월 31일에는 친구들과 광장에 모여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밤새 술잔을 기울인다. 푹 자고 일어난 새해 점심이 되어서야 할아버지, 할머니같이 가족의 큰어른 댁으로 가서 함께 식사를 한다. 이때 속을 풀어주는 것이 뜨끈한 주빠. 대대로 길들인 커다란 테라코타 솥에 양파, 토마토, 아욱, 파프리카, 호랑이콩 등 갖가지 채소, 허브로 만든 살시챠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육류를 곁들여 곰탕 끓이듯 푹 끓여낸다. 주빠와 함께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홀리데이 대표 빵이자 팬에 노릇하게 구워 슈거 파우더를 눈처럼 뿌려낸 파네토네와 진한 에스프레소로 마무리하면 이탈리아 토스카나식 소소한 새해 만찬을 즐긴 셈이다.
recipe ① 렌틸콩, 그린콩 등 여러 콩류와 잡곡류를 물에 불린다. ② 양파, 토마토, 아욱 등 채소 무엇이든 오일을 두른 팬에 몽땅 넣는다. ③ 불린 콩과 잡곡도 넣고 약불에 푹 끓이면 끝. 주로 돌로 집을 지어 겨울에 한기가 심한 시에나에서는 솥을 난로 삼아 주빠를 종일 끓인다. 주빠에 소금기 없는 깜빠뉴처럼 무미한 빵을 그릴에 구워내 곁들이면 더없이 좋다. 박만영(알리멘따리 꼰떼 대표)

트리뷰트 투 프리다 2019 7만5천원, 만치니 듀럼세몰리나 스파게티니 1만1천9백원, 베르뜨 올리브 오일 정어리 1만2천9백원, 알미토 체리페퍼 위드 스파이시 크림치즈 7천9백원, 그릴드 머쉬룸 위드 크림치즈 8천9백원,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3천9백원, 산 미구엘 세르베샤 네그라 4천5백원, 디제이앤에이 머쉬룸 칠리 앤 갈릭 4천9백원, 모두 테이스트앤드테이스트.

테이스트앤드테이스트 TASTE AND TASTE
바 오프닝을 운영하는 회사 테이스트앤드테이스트가 전개하는 동명의 식료품점. “일상적인 동네에서 멋과 맛을 지닌 식료품을 소개”한다는 자기소개가 무색하지 않게 식료품점의 기본인 양과 질에 충실하다. 특히 이미 아트와 와인 컬렉션으로 저명한 바 오프닝의 운영 주체답게 성실한 주류 컬렉션이 눈에 띈다.
menu 한 해를 우아하면서도 힘차게 시작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고른 내추럴 와인 ‘트리뷰트 투 프리다 2019’와 맛의 균형이 훌륭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해서 신선한 맥주 ‘산 미구엘 세르베샤 네그라’와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트리뷰트 투 프리다 2019는 과실의 산뜻한 향과 맛이 풍기면서도 바디감이 묵직해 정열적이면서 파워풀한 매력을 동시에 지녔고, 다크 라거인 산 미구엘 세르바샤 네그라와 체코 라거인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는 일반적인 개성 강한 라거에 비해 수수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맛이 있다.
모두, 소중한 사람들과의 새해 파티를 상상하며 골랐다. 흥이 고조되었다가 자연스레 갈무리되며 기분 좋은 새해 시작으로 이어지는 여정. 이 여정은 해가 질 무렵, 그 이후에 즐기면 더 좋겠다. 적당한 취기는 늦은 시간일수록 농밀하게 다가오니까.
recipe ① 올리브 오일에 푹 절은 정어리 캔인 베르뜨를 삶은 파스타 면에 통채로 넣고 팬에 몇 번 휘두르기만 하면 올리브 오일 정어리 파스타가 금세 완성된다. 정어리 맛이 강하지 않을까 싶지만 올리브 오일 덕분에 생각보다 무척 담백해서 풍미가 강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② 알미토 ‘체리페퍼 위드 스파이시 크림치즈’와 ‘그릴드 머쉬룸 위드 크림치즈’는 언제나 실패 없는 와인 플레이팅 핑거 푸드. ③ 버섯을 통째로 말린 듯한 비주얼에 바삭하고 살짝 매콤한 스낵 ‘머쉬룸 크리스프 칠리 앤 갈릭’은 맥주와 찰떡궁합이다. 김회준(테이스트앤드테이스트 점장)

    피처 에디터
    김은희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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