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 보면 큰 힘이 될 동계 올림픽 속 감동적 장면들.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 팀
편파 판정과 부상으로 온 국민을 분노하고 또 걱정하게 했던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 그러나 대한민국의 세 선수들은 강하고 단단했다. 손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박장혁 선수는 다음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나라를 대표해서 왔는데 이렇게 포기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것 자체가 올림픽 정신에 많이 어긋나는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또한 편파 판정으로 아쉽게 준결승 경기에서 탈락한 이준서 선수와 황대헌 선수도 각각 “내일은 좀 더 깔끔하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는 말과 “결과가 어떻든 계속해서 준비했던 것들로 이 벽을 계속 두드릴 생각이고 계속 두드리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믿고 있어요”라고 답을 남겼다. 특히 “앞으로 (경기가) 더 많이 남았는데 밥도 잘 먹고 더 잘 자야지 또 앞으로 있는 일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잖아요”라는 황대헌 선수의 한 마디는 화제가 되었다.
미국 에린 잭슨 & 브리트니 보
올림픽 역사상 흑인 여성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딴 에린 잭슨. 그녀가 현재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우승 뿐만은 아니다. 그녀의 출전 계기는 무척 특별한데, 바로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탈락한 에린 잭슨에게 당시 우승을 거머쥔 브리트니 보가 ‘올림픽 티켓’을 양보했기에 가능했던 것. 결국 지난 13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에린 잭슨이 우승을 거뒀고, 이에 보는 잭슨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잭슨이 거둔 성과는 ‘자신과 다른 면이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고, 때로는 우러러봐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며 그녀의 우승이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강조했다. 잭슨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보가 나를 안아주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한국 전 국가대표 이상화 & 일본 국가대표 고다이라 나오
평창 올림픽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우정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돋보였다. 선수 대 선수로 만났던 지난 경기와 달리 이번에는 두 사람이 해설위원과 선수로 만나게 되었는데, 이상화 해설위원은 고다이라의 경기를 앞두고 “한 번 챔피언은 영원한 챔피언”이라며 “용감한 모습과 도전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세지를 남겼다. 이에 고다이라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상화를 찾으며 “상화.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요. 저는 오늘 안 좋았어요”라고 한국어로 소감을 전했다. 고다이라의 진심 어린 인터뷰와 그녀의 경기를 보며 눈물 흘린 이상화의 모습은 한일 양국에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KBS 해설위원 박재민
기억에 남는 한 마디는 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S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맹활약 중인 박재민은 매 경기마다 남다른 해설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건 바로 스노보드 알파인 여자 평행대회전 중계 장면. 은퇴 후 다시 복귀한 슬로베니아의 글로리아 코트니크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자 박재민은 “대한민국의 많은 어머니가 아이를 출산하면서 경력단절,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며 “이제 시작하셔도 된다. 늦지 않았다”는 응원의 말을 남겼다. 또한 “(코트니크는) 아이를 낳고 은퇴했다 돌아와서 자신의 최고 커리어를 10대도 아닌 20대도 아닌, 2022년에 만들어냈다. 이 선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진심 어린 말을 전해 경력 단절 여성을 비롯해 꿈을 향해 도전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힘을 안겨주었다.
- 에디터
- 글 / 박선희(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