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자꾸 마시고 싶게 만드는 빈티지 글라스 21

2022.02.25전희란

고요의 바다에서도, 우리는 건배할 거야.

위부터 | “향기에 휩싸인다”. ‘쿠프 Coupe’의 뜻처럼 넉넉하게 자신의 향을 내어주는 칵테일용 쿠프 글라스. 위스키 베이스의 다양한 칵테일 혹은 마티니를 담으면 향이 깊고 그윽하게 퍼진다. 기무라 글라스 at TWL 숍. 보통의 칵테일 글라스에 비한다면 ‘자이언트’ 라 불러도 될 법한 크기. 피나콜라다처럼 슬러시를 겸한 칵테일이 많은 멕시코 칵테일 잔을 오마주한 글라스다. 1970년대 빈티지 제품. 로스트앤파운드.

위부터 | 18세기 글라스웨어와 20세기 스칸디나비안 현대 미술의 장식적 요소의 결합. 건축물의 기둥처럼 탄탄한 안정감을 지닌 샴페인 플루트, 데이비드 밀러 at 인 포멀웨어. 따르는 즉시 표면에 수증기가 맺히고, 청량감은 그 안에 자동 저장된다. 공복을 즐겁게 하는 모든 식전주에 알맞다. 기무라 글라스 at TWL 숍. 소용돌이 치는 물의 파동을 유리에 가두었다. 부드럽게 감기는 사이즈로 어떤 음료든 담아 마시고 싶은 컬렉트 글라스. 앤 트래디션 at 이노메싸. 길쭉한 실루엣이 꼿꼿한 루틴 플루트 잔. 섬세한 기포를 오래 가두고 싶을 땐. 파올라 씨 at 챕터원.

위부터 | 특유의 마블링 패턴이 척봐도 멋스러운 텀블러 글라스. 파란 유리 파편을 쪼개어 함께 믹스해 만들었다. 잔으로도, 오브제로도 좋은 물건. 로스트앤파운드. 반복적으로 뻗어 내린 라인 컷이 강인하게 멋스러운 하모니 텀블러. 감싸 쥘 때의 독특한 질감이 손바닥에 차갑게 각인된다. 바카라. 바라만 보아도 그저 시간이 흐르는 생루이 토미 글라스, 에르메스.

위부터 | 가야시대 제기에서 영감받은 정갈하고 부드러운 형태에 작가만의 독특한 옻칠 기법을 더한 잔. ‘낙동강’이란 이름의 이 오브제에는 무엇이 담기든 힘차고 고요할 것 같다. 강정은 작가 at 본즈. 거품이 일 듯 풍성한 볼륨감을 지닌 버블 시리즈 컵. 맥주, 하이볼 등 차갑고 탄산감을 지닌 음료에 어울린다. 버블컵 블루, 그 아래 미쉐린 타이어 같은 형태의 버블컵 앰버 WYU at 챕터원. 튤립이 온 몸의 힘을 끌어올려 꽃피우는 순간을 연상시키는 모양. 맥주의 산화는 막고, 거품은 오래 유지하는 탁월한 형태다. 기무라 글라스 at TWL 숍. 홀로는 도드라지지 않음에도, 테이블 위에 놓으면 제법 그럴싸한 오브제가 되는 잔. 에일, 하우스 와인처럼 멋 부릴 필요 없는 술을 담아 훌훌 마시기 좋다. 홀메가드 at 이노메싸.

위부터 | 60cc. 고도수의 술을 한 잔 채워 털어 넣기 딱 좋은 사이즈. 입술 위로 부드럽게 훓고 지나가는 잔의 모서리 설계마저 사려 깊다. 기무라 글라스 at TWL 숍. 제주 바다를 형상화한 소주 잔과 잔 속에 한 폭의 묵화를 담은 소주 잔은 수행하는 기분으로 고요하게 취하고 싶을 때 권한다. 강정은 작가 at 본즈. 물빛을 닮은 1950년 대 프랑스 빈티지 글라스는 본래는 마티니 잔이지만, 일반 마티니 잔보다 작은 몸체를 지녔다. 즉, 소주 같은 증류주에도 멋진 파트너가 될 거란 얘기. 로스트앤파운드.

위부터 | 샴페인 표면에서 피뜩피뜩 피어나는 맑고 여린 기포로 세수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땐, 호방하게 입구가 넉넉한 잔을 고른다. 루틴 샴페인 잔, 파올라 씨 at 챕터원. 찬란한 햇살 혹은 조명이 유일한 안주일 땐,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한 잔에 샴페인을 따르고 눈동자에 건배하듯 치어스. 엘리제궁에서도 사용한 아코어 1841 샴페인 플루트, 바카라. 위태로울만치 얇고 가녀린 잔은 어쩐지 더 포근하게 감싸 쥐고 싶다. 힘찬 기포를 지닌 술보다는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정아한 샴페인을 살포시 담아, 건배. 기무라 글라스 at TWL 숍.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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