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공승연 "저는 사용될 준비가 되어 있어요"

2022.02.28신기호

승연이 마음속에 적어둔 다짐은 여전하고.

니트 톱, 와이씨에이치. 버킷 햇, 보스맨. 이어링, 모스키노.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춥죠? 아직은 겨울인데 화보는 또 3월호라 옷은 얇고.
SY 이제 괜찮아졌어요. 아까는 좀 추웠는데. 으으.
GQ 올겨울은 어떻게 보낸 것 같아요?
SY 아주 따뜻하게 보내고··· 있나? 푸흐흐! 농담이고요, 정말 따뜻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불가살> 막 끝내고 바로 새 드라마 <소방관 옆 경찰서> 촬영 한창 하고 있어요. 드라마 내용이 ‘뜨거운 심장’을 가진 구급대원과 소방관들 이야기거든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네, 그래서 따뜻할 수밖에요. 막 덥죠. 어휴.
GQ 네. 음.
SY 미안해요. 어떡해.
GQ 크크크.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촬영 전에 승연 씨가 찍었던 화보들을 전부 찾아봤는데, 다 예쁜 거죠. 예쁘고~ 예쁘고. 그래서 <지큐>는 공승연의 다른 모습도 찾아보자 싶었어요.
SY 새로워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런 콘셉트는 처음이거든요. 저는 화보 촬영이 늘 어렵고 어색하고 그런 편인데, 그래서 몸도 표정도 많이 굳고요. 그런데 오늘 촬영은 쭉 편하게 한 것 같아요.
GQ 새로움 앞에서 적극적인 편인가요?
SY 네,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적극적인 편인데 걱정도 많은 스타일. 다행히 막상 시작하면 그동안 하던 걱정은 또 싹 잊어버려요. ‘뭐야, 별거 아니었네. 흠?’
GQ 배우에게는 매 작품이 새로운 도전이니까.
SY 똑같아요. 촬영 전날이나 대본 리딩 전날은 잠도 못 자고, 걱정에 걱정까지 하다가도 또 본 촬영 들어가면 금방 괜찮아져요. 잠도 잘 자고.
GQ 쿨한데 소심하고, 소심한데 쿨하고.
SY 하나만 할까요? 크크크!

브라 톱, 토즈. 재킷, 팬츠, 모두 와이씨에이치.

GQ 가장 늦은 축하지 않을까 싶은데,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수상 축하해요!
SY 감사합니다. 아이구.
GQ 축하 정말 많이 받았죠?
SY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정말 많이 축하해주셨어요. 가장 늦은 축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다음 수상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축하받고 싶어요. 히히.
GQ 가족에게 전하는 수상 소감이 재밌었어요. 화면에 잡힌 조인성 배우가 정말 크게 웃던데요?
SY 제가 독립해서 지금은 동생하고 같이 살고 있거든요. 이때다 싶어서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부모님께 전했죠. “엄마, 떨어져 있으니 너무 좋다, 앞으로 자주 떨어져 있자.”
GQ 하하하.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SY 축하만 뜸뿍 해주셨어요. 정연이는 트로피 보자마자 ‘와, 이거야?’ 하면서 만져보고. 엄마는 갑자기 트로피 장식장을 산다고. 하하하!
GQ 엄마들은 다 똑같아. 지금 장식장이 문제겠어요.
SY 아니, 그런데 정말 사셨어요. 문제는 장식장이 너무 커! 볼 때마다 저길 어떻게 다 채우나 싶어요. 아직 상이 몇 개 없거든요? 그중 다행은 동생 정연이가 자리를 많이 채워주고 있다는 거.
GQ 집이 승연 씨 덕분에 왁작왁작했겠어요.
SY 기분 정말 좋았어요. 가족들에게 항상 인정받고 싶고,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고 싶고 그랬거든요.

브라 톱, 코트, 모두 스포트막스.

GQ 특별히 인정받고 싶은 이유가 있었어요?
SY 아니요, 그냥 막연한 장녀의 부담감? 책임감 같은 거죠. 내가 잘해야 할 것 같고, 동생은 보살펴줘야 할 것 같고.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GQ 상을 받았다는 건, 그 영역에서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잖아요. 배우로서는 어때요?
SY 당연한 대답이지만 정말 그래요. 이제 더 잘해야죠. 신인여우상 타이틀을 갖게 됐으니까 ‘쟤는 다를 거야’, ‘특별할 거야’ 같은 기대도 분명 있겠고요. 그런 부분에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청룡영화상의 무게도 알게 됐고요. 아, 그런데 상이 정말 무거워요. 힝, 그냥 그렇다고요.
GQ 크크! 원래 이렇게 유쾌해요? 저는 승연 씨가 새침하고 도도할 것 같았어요.
SY 에이, 그쪽은 아닌 것 같아요. 새침하고 도도한 연기는 잘할 수 있어요.
GQ 아무래도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진아’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아요.
SY 그렇죠. ‘진아’에게 고맙죠. 처음에는 내가 ‘진아’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하기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거든요.
GQ 예를들면요?
SY 어려웠어요. 제 옷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진아’랑 제 얼굴이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생각했어요. 저보다는 좀 더 무표정이 잘 어울리는 배우나, 차분한 느낌의 배우가 더 잘 맞겠다 싶었어요.

티셔츠, 알렉산더 맥퀸. 재킷, 토즈. 부츠, 포츠 1961. 쇼츠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변했군요.
SY 네, 홍성은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러 가서요. 감독님께 저는 못할 것 같다, 이 커다란 역할을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러 갔는데, 되려 좋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모르게 감독님 말씀에 쏙 홀려서 돌아왔죠. “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대답까지 드리고.
GQ 홍성은 감독께서 어떤 조언들을 해주시던가요?
SY 그때 ‘진아’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전부 노트에 적어갔어요. 가서 감독님께 이건 왜 이럴까요?, 진아는 지금 왜 날카로운가요?, 이 친구는 진아에게 왜 이러나요? 등등 몽땅요. 그런데 그 모든 궁금증을 싹 해소시켜주시는 거 있죠. 바로 꾸벅 인사드렸어요. 감독님 감사합니다. 믿고 가겠습니다.
GQ ‘진아’랑 승연 씨의 얼굴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고민에는 어떻게 대답해주셨어요?
SY 오히려 승연 배우가 다른 얼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요. 그런데 영화를 본 관객들도 같은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공승연이 이런 연기가 되는구나”, “이런 얼굴도 있었네?” 같은 댓글이 많았어요. 댓글들을 보면서 또 한번 느꼈죠. 우리 감독님 만세!
GQ 그런데 승연 씨는 ‘노력파’죠?
SY 제가 타고나거나 특출난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노력, 성실함 이런 건 쭉 가져가야 하죠. 사실 그런 것들을 제일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한 건 자부할 수 있어요.
GQ 최근 종영한 드라마 <불가살>에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죠?
SY ‘단솔’을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역할을 해봤어요. ‘단솔’에게 자식이라는 존재는 과연 얼마나 커다랗고 소중할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감히 ‘모성애’라는 산처럼 크고 우뚝한 감정을 두고서 짐작만 할 뿐이었죠.
GQ 그럼에도 ‘단솔’을 잘 이끌어냈어요. 걱정이 무색하게.
SY 감독님과 주변 배우들하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 됐고요. 근데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제 능력 밖의 무언가를 끌어와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니트 톱, 드레스, 모두 스포트막스. 모자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새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는 또 어떤 노력들을 들이고 있나요?
SY 소방서의 최초 대응자인 구급대원 역할을 맡았어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인물이에요.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무작정 달려들고 뛰어다니는 모습보다는, 침착하게 고민하고 노련하게 행동하려고 집중하고 있어요.
GQ 맞아요. 실제 대원들은 침착하죠.
SY 네, 훈련도 받고, 자문위원들께 많이 여쭤보기도 하고요. 응급 서적 같은 것도 사서 읽어보고 있어요.
GQ 응급 서적요?
SY 네, 응급 서적, 구급 서적, 실제 소방관이 쓴 에세이 같은 것들도요. 연기지만 제대로 알고 해야 할 것 같아서. 혹여나 왜곡되고 곡해되면 안 되잖아요. 국민을 위해서 늘 고생해주시는 분들인데요.
GQ 멋져요. 또 특별히 들이는 노력이 있어요?
SY 음, 아! 클라이밍을 배우고 있어요.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새내기예요. 그래서 아직은 내가 저길 왜 올라가야 하나, 싶어요. 다른 회원들은 오르다 실패하면 엄청 속상해하시더라고요? 통 모르겠어요. 아직 그 마음은. 히히.
GQ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열심히 하는 승연 씨니까. 지금의 결과가 당연하구나, 싶어요.
SY 에이, 당연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최선을 다해보는 거죠. 다들 저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할 텐데요. 좋게 보아주시는 대중들에게 감사할 뿐이죠.
GQ 그렇게 열심히, 성실하게 꼭 10년을 연기해보니 어떻던가요?
SY 정말 모르겠다, 싶어요. 그런데 한 가지 선명해지는 생각은 있어요. 왜 유아인 선배가 수상 소감으로 했던 이야기 있잖아요? “언제든 사용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저를 많이 사용해달라”던. 딱 그 마음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제 저는 사용될 준비가 되어 있고, 사용될 각오도 된 것 같아요.
GQ 비로소. 기꺼이.
SY 네, 이제야 선명해졌으니, 어쩌면 흐릿하던 예전부터 각오는 돼 있었을 수도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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