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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전문가 7인이 꼽은 레전드 골프 경기 BEST 6

2022.03.30김은희

내 인생 최고의 골프 경기는?

사진은 1999년에 우승을 거둔 네 경기 중 또 하나의 대회 LPGA 페이지넷 챔피언십 당시 모습.

1998년 US 오픈이 레전드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이 아는 경기인 만큼 예외로 두고, 1999년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을 꼽고 싶다. LPGA 사상 최초로 6명이 함께 연장전까지 간 경기다. “당신의 레전드 골프 경기”란 질문에, 나로서는 이때가 바로 맴돌았다. 이유는 1999년 7월 6일 <중앙일보> 기사로 대신한다. “박세리가 지난 4일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바니아 메도우스 골프 코스(파 71)에서 끝난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 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 캐리 웹(호주) 등 5명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대회 2연패와 함께 올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연장 첫 홀 박세리의 4미터 버디 퍼팅이 홀 컵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러나 박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진 뒤에야 혼자 버디를 잡은 사실을 안 박은 그린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극적인 우승을 기뻐했다.” 박세리(골프 감독)

2009년 8월 17일,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양용은 선수는 그의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그와 함께 우승을 다투던 타이거 우즈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지키던 일요일에 역전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17번 홀까지 한 타 차 선두를 유지하던 우즈에 맞선 양용은 선수는 기적 같은 샷으로 우즈를 압박했다. 18번 홀, 깃대까지 206야드 남은 상황에서 유틸리티 우드를 꺼내든 그는 아슬아슬하게 나무를 넘겨 홀 컵 3미터 지점에 공을 붙였다. 우즈는 이에 화답하지 못하고 계속 실수를 범했고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양용은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주었다. 지금까지도 PGA 챔피언십 명장면 베스트 5에 꼽히는 이 경기 후 양용은 선수의 활약은 급감했다. 평생 나눠 써야 할 에너지와 집중력을 그날 모두 쏟아부어버린 걸까? 제주에서 태어난 바람의 아들이 올해 초 데뷔한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다시 한번 멋진 우승을 일구기를 기대해본다. 오상준(골프 코스 설계가, 미국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

2018년 1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우크릭 골프 코스에서 열린 ‘캐피탈 원스 더 매치: 타이거 우즈 VS 필 미켈슨’. 두 전설의 대결만으로도 시작 전부터 큰 이슈가 되어 중계가 새벽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라이브로 챙겨 봤다. 이때 처음 시작된 더 매치는 1 대 1 혹은 2 대 2 매치 플레이 형태의 이벤트 경기인데, 쟁쟁한 라이벌끼리의 대결인 데다 무엇보다 선수와 캐디 모두 마이크를 착용해 그들끼리의 대화나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트래시 토크(이벤트성 경기라 일부러 더 했겠지만)가 생생히 들려 아주 흥미롭다. 선수들의 샷 이후 반응을 눈만이 아닌 귀로도 들을 수 있는 점이 매우 재밌었고, 선수와 캐디의 대화를 통해 매 홀 공략법이나 코스 매니징을 엿볼 수 있었다. ‘프로는 프로다’라는 배움도! 박버금(소셜그린클럽 대표)

인간 투혼의 정수를 보여준 골프의 묵시록 같은 대회라고 본다. 타이거 우즈는 2007년부터 성적이 좋았지만 무릎이 아팠다. 2008년 마스터스에서는 2위를 했다. 샷은 매우 좋았으나 그린에서 부진했다. 무릎이 아파 강력한 진통제인 바이코딘을 복용했는데, 그게 감각을 떨어뜨렸다고 봤다. 우즈는 무릎 수술을 해야 했다. 간단한 수술로 여겼는데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다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우즈는 수술을 미루고 US 오픈에 나갔다. 의사들은 “인대가 하나도 없으니까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통증을 견디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우즈는 통증과 부상을 구분했다. 그냥 아픈 것은 어떤 것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즈는 절뚝거리면서도 경기를 했다. 가장 코스가 어려운 US 오픈에서, 당시까지 가장 전장이 긴 메이저 코스에서 결국 연장전을 벌여 승리했다. 2008년 US 오픈은 우즈의 열네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우즈는 US 오픈에서는 2위와 15타 차, 마스터스에선 12타 차, 디 오픈에선 8타 차, PGA 챔피언십에선 5타 차로 대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즈는 “오늘 우승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중앙일보> 골프 전문 기자)

2008년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즈에서 열린 US 오픈에서 타이거 우즈가 무릎 부상으로 절뚝거리면서 18홀 연장전과 서든 데스까지 치르고 로코 미디에이트를 꺾고 우승한 그 장면. 골프를 좀 아는 분은 모두 꼽을 명승부다. 우즈의 한 걸음 표정 하나는 드라마요, 신화의 한 장면이었다. 그런 면에서 2009년 영국 턴베리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톰 왓슨이 스튜어트 싱크와 챔피온 조에서 우승 직전에 멈췄던 그 순간도 꼽고 싶다.(당시 쉰아홉 살로 노장에 속했던 톰 왓슨이 서른여섯 살 스튜어트 싱크와 우승 경쟁을 벌이다 연장전을 거쳐 준우승했다.) 승리 같은 승리, 승리 같은 패배, 패배 같은 승리. 골프의 본질을 보여주는 영원에 가까운 장면들이다. 류석무(<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공동 저자)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생애 다섯 번째 우승한 경기. 2005년 마스터스에서 4승을 했으니 14년 만의 우승, 메이저로서는 2008년에 US 오픈 우승에 이은 열다섯 번째 승리였다. 그 이전의 타이거 우즈를 보면 부상도 있었고, 그가 메이저에서 다시 우승할 수 없을 거라는 이런저런 전망이 많았다. 마흔셋,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이 든 축이었으니까. 당시 마스터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모든 중계를 챙겨 봤는데, 마지막에 이탈리아 선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와 경쟁하며 탁 ‘제치고’ 우승한 그 순간이,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에서 역경과 의심 속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2019 마스터스가 타이거 우즈의 위대한 우승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화영(<헤럴드 스포츠> 편집장)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있다. “2위는 첫 번째 패배자다”라는 타이거 우즈의 말도 있다. 승자독식, 위너가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스포츠지만 2위가 만든 역사가 있다. 바로 2009년 138회 디 오픈 챔피언십.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스튜어트 싱크보다 2위였던 톰 왓슨을 기억하는 경기다. 당시 톰 왓슨의 나이는 쉰아홉. 쉰아홉 살의 골퍼가 파이널 라운드의 챔피언 조에서 우승을 향해 한 샷 한 샷을 하는 장면보다 감격적인 모습을 나는 지금도 상상할 수 없다. 메이저 최고령 우승은 물론, 절대 깨질 수 없는 하나의 신화가 탄생할 뻔했다. 많은 이가 톰 왓슨을 응원했고, 파이널 라운드 18번 홀에서 그린 주변의 어프로치 퍼팅으로 버디만 기록했어도 우승할 수 있었던 경기다. 수많은 갤러리가 온화한 미소와 품격이 배어 있는 톰 왓슨을 향해 높은 경의를 표했다. 이 경기 덕에 디 오픈은 노장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 참가 기회를 확대했고, 톰 왓슨은 2015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스윌큰 브리지에서 디 오픈과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개인적으로 톰 왓슨이 마지막 홀에서 그린을 향해 걸어오며 갤러리들의 응원에 모자를 벗어 화답하는 모습은 사진처럼 정지된 기억으로 선명하다. 톰 왓슨의 이 말이 극본이 되고 드라마로 쓰여졌다. “나의 스윙은 늙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성숙해진다.” 강찬욱(카피라이터, <나쁜 골프> 저자)

    피처 에디터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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