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산 아보카도 가격이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 시작은 슈퍼볼, 그리고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의 협박 전화 한 통이었다.
아보카도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올해 초보다 무려 81%나 뛰었다.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자주 가던 백반집 가격이 오른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글쎄, 종종 데이트를 하거나 브런치를 즐긴다면 제법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보카도 가격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즈음부터다. 미국에서 가장 핫한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을 앞두고 아보카도 수급 균형이 깨진 것. 슈퍼볼은 매년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켜보는 미국의 축제다. 슈퍼볼을 볼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과카몰리. 으깬 아보카도에 토마토, 양파, 고수 등을 섞어 만든다. 나초와 빵에 곁들여 먹으면 집 나간 금쪽이도 돌아오는 마력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슈퍼볼 당일에 소비되는 아보카도 양은 무려 4800만kg에 달한다. 미국의 아보카도 전체 소비량의 4% 정도가 이날 팔린다.
가뜩이나 부족한 아보카도 대란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름 아닌 멕시코 마약 카르텔 때문이다. 아보카도는 다른 작물보다 수익성이 좋다. 그래서 영악한 멕시코의 마약 조직원들이 뛰어들었다. 마약상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거나 아보카도를 차지하기 위해 농장주를 협박, 납치,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이미 멕시코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던 중 지난달, 멕시코 마약상으로 추정되는 이가 현지에 파견된 미 농무부 산하 직원에게 협박 전화를 건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미 농무부는 안전을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멕시코산 아보카도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 여기에 흉작으로 아보카도 가격은 더 오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아보카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역시 타격을 입는 건 당연지사. 아보카도를 식재료로 쓰는 식당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아보카도 샌드위치, 샐러드, 덮밥, 비빔밥 등 아보카도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쓰인다. 아무 맛 안 나는 듯한 오묘한 맛과 식감. 아무리 생각해도 아보카도는 대체할 만한 식재료가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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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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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