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만 나이로 통일되면 ‘족보 브레이커’ 사라질까?

2022.04.12주현욱

인수위원회가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계산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나이가 최대 2살 가량 어려질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 나이 기준 통일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으로, 한국식 나이와 해외에서 통용되는 나이 기준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자,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자는 것이다.

왜 필요해?
현재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은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세금·의료·복지의 기준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고, 청소년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연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란 태어날 때부터 1살로 시작해 이듬해부터 매년 1월 1일이 되면 전 국민이 다 함께 나이를 먹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신생아 또는 생후 이틀 차에 불과하며, 나이로는 0살로 취급한다. 때문에 한국식 계산법이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준과 달라 크게는 2살까지 혼선이 빚어질 때가 있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는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 국민들이 사회복지서비스 등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또는 해석할 때 나이 계산에 대한 혼선·분쟁이 지속돼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해 왔다”라고 밝혔다.

체감할 수 있는 소소한 변화는?
만 나이 기준으로 바뀐다면 일상에서 체감하게 될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부 사람들의 나이가 최대 2살까지 줄어든다는 것. 특히 30대, 40대, 50대 등 ‘나이 든다’로 말하는 세대의 초입에 걸려있는 사람들은 세대를 바꿔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외국 친구들과 나이 이야기를 할 때, 굳이 태어난 년도를 물어보면서까지 ‘코리안 에이지’와의 차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또 그동안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나이는 주로 ‘만 나이’로 표기되어 왔는데 이 점을 고려하며 기사를 읽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코로나 백신 관련 접종 나이 제한 등에서 늘상 있어오던 문의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연 나이’로 계산되어 오던 병역법이나 술과 담배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청소년보호법은 신중하게 개정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어서, 변화를 체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의외로 득을 보는 사람은?
‘족보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빠른년생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전망이다. “너 빠른이야?”라는 소소한 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나이에 따른 서열 구분이 확실한 한국사회에 만 나이가 도입된다면, 한국식 나이 셈법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2002년생 이후부터 적용되는 조기입학제의 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지만, 나이 셈법 개선으로 1~2월 생을 빠른년생으로 분류하는 인식 역시 빠르게 흐려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빠른년생이 사회에서의 관계 맺기에 고충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빠른년생 중 38%가 본인의 생일로 인해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빠른년생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39%가 빠른년생과의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자주 또는 종종 겪었다고 응답했다.

사회적 비용이 정말 줄어들까?
인수위는 향후 만 나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해 법령 정비 작업뿐만 아니라 캠페인도 병행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만 나이 사용이 일상생활에서 정착되면,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법령이 적용되거나 행정·의료서비스가 제공될 때 국민들의 혼란이 최소화되고, 국제관계에서도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각종 계약에서 나이 해석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사라져 법적 분쟁이나 불필요한 비용이 크게 감소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내년까지 국회를 통화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