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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 "YOUR FOREVER INTERVIEW"

2022.07.19전희란

올라퍼 엘리아슨이 직접 인터뷰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Olafur Eliasson at Marshall House, Reykjavik. Photo: Ari Magg, 2018. © Olafur Eliasson

GQ 방금 전까지 뭘 하고 있었죠?
OE 수영을 했어요. 협업하는 건축가 세바스찬 베만과 함께, 이 도시 베를린의 환상적인 야외 수영장에서.
GQ 모니터 너머로 수영장의 기분 좋은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군요. 여전히 잘 실천하고 있나 봅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OE 아버지는 요리사였고, 제 누이 역시 셰프예요. 저는 늘 좋은 음식에 둘러싸여 있었죠. 알려진 것처럼 제 스튜디오에서 주방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음식은 우리를 끈끈하게 잇는 사회적인 ‘Glue’죠.
GQ 역시나. 이번 PKM 갤러리 전시에도 마지막 공간에 책 <The Kitchen>이 놓여 있더군요. 그나저나 이번 전시에서 얼굴을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듣기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장거리 비행을 삼가고 있다고요?
OE 맞아요.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저와 제 팀은 실제로 여행을 줄이고 있죠. 한편으로 코로나19가 좋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끝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New beginnings at the end of now, 2022. Watercolour and pencil on paper, Image: 173.7 x 142 cm, Framed: 180.7 x 149 x 6.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GQ 좋은 변화요?
OE 락다운은 원격 회의 기술의 실험 속도를 가속화했죠. 덕분에 우리는 일본 MOT에 전시회를 열 수 있었어요. 종종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항공편 대신 선박이나 기차로 작품을 보내는 대체 운송, 산적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항상 가늠하고 또 재가늠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일이 필요해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GQ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무엇으로 감각하죠?
OE 봉쇄 초반에 많은 사람이 예술과 문화로 몸을 돌렸는데, 그 변화를 관람하는 건 고무적이었어요. 세상을 까맣게 칠하는 일은 쉽지만, 거기엔 늘 희망이 상존해야죠. 2020년 독일 EU 이사회 의장직을 계기로 개발된 최근 프로젝트, <Earth Speaker>에서 유럽과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세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우려의 메시지를 기록할 기회가 있었어요. 스마트폰 AR 앱을 사용해 자신이 선택한 주변 물체에 얼굴을 얹고, 이 얼굴은 마치 물체가 말하는 것처럼 각자의 메시지를 재생했어요. 지구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듣고, 보는 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고무적이었어요. 아이들이 미래를 반추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죠.

제목은 느리게 움직이는 욕망이다 Titles are desires in slow motion, 2022. Watercolour and pencil on paper, Image: 173.7 x 142 cm, Framed: 180.7 x 149 x 6.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GQ 여행하지 않는 삶이 다른 여행을 가능케 한 것처럼 들리네요.
OE 다른 곳으로 여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좋았던 건, 몇 년 만에 드디어 한 장소에 오래 머물었다는 점이에요. 저를 조금은 천천히 가도록 해주었죠. 그동안 제 친구이자 인지 과학자 안드레아스 롭프스토프는 ‘Weused.to’라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어요. 어딘가 갈 수 없고, 누군가 만날 수 없었지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필요한 시기에 딱 알맞은 프로젝트였죠. 그것이 아시아로부터 유럽, 북미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르는 세계적인 경험이라는 인식도 하도록 했어요.
GQ 세계적인 경험이 작은 주머니 속에 담겨 있었다니, 흥미롭네요.
OE 동시에 ‘Acute Art’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접근할 수 있는 AR 테크놀로지 기반 작품 ‘Wunderkammer’를 만들었어요. 독일어로 ‘호기심 캐비닛’이라는 뜻이죠. 공공 박물관이 세워지기 이전, 사적이며 유럽에서 가장 귀족적이었던 컬렉션을 일컬어요. 저는 소위 이상한 것들, 과학적인 표본들, 예술 작품들 사이에서 거의 구별 없이 모든 종류의 이질적인 물체를 수집했어요. 이 작품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호기심 캐비닛을 만들고 싶었죠. 제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가 깃든 것을 선택했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사람들의 일상 환경에 직접 도입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여기엔 태양, 돌, 나침반, 무지개, 바다오리처럼 몇 년 동안 저를 흥미롭게 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죠. 평범한 일상과 특별한 요소를 혼합하는 일종의 실험. 오랫동안 기획한 이 일이 고립과 원격의 시대인 지금에야말로 정말 타당한 것 같아요.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 Orbital close encounter, 2022. Partially silvered glass spheres, stainless steel, paint (black, white), 113 x 174 x 2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GQ 이번 전시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 Inside the new blind spots> 이야기를 해볼까요.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서 만난 드로잉 시리즈에서 잠시 눈부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물수제비 같기도, 먼 우주 같기도, 완전히 환영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죠. 작품의 출발이 궁금해요.
OE 2009년 시작한 수채화의 단층과 투명성의 영향을 조사했던 일련의 작품 가운데 일부예요. 수채화에서 하이라이트는 페이지에 빈칸을 남김으로써 만들어지죠. 몹시 단순한 그 사실에 매료되었죠. 색을 위해 캔버스에 안료를 첨가하고, 전체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페인팅의 과정을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방식이에요. 여기엔 매우 제한된 팔레트만이 존재해요. 얇게 채색되며, 겹치는 원과 타원 구성의 층과 틈을 통해서만 새로운 색상이 나타나는 식이죠.
GQ 경계선에 자꾸 눈이 간 게 그 까닭이었군요.
OE 이 작업들은 겹치는 유리창 작업을 시작하도록 이끌었어요. 좀 더 최근 ‘Flare’ 작업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그중 하나인 ‘Seeing Sensitivity Flare’도 이번 전시에 선보이고 있죠.
GQ 당신의 작업을 감상할 때 저는 먼저 작품을 본 뒤, 작품 제목을 읽고 다시 한번 감상합니다. 같은 작품도 어쩐지 다르게 보이는 기분이거든요. 이번 신작에도 흥미로운 제목이 많더군요. 가령 ‘제목은 느리게 움직이는 욕망이다’,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 같은. 작품은 언제 이름을 갖게 되나요?
OE 보통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야 제목을 생각해내요. 매우 직관적인 과정이죠. 제목은 종종 제가 당시에 지닌 더 큰 관심사-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읽은 것들-과 관련이 있어요. 삽화라기보다 연상적인 방식으로 작품과 관련을 맺죠. 이성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기 위한 작업이에요.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 Your polyamorous sphere, 2022. Coloured glass (yellow, blue), colour-effect filter glass (green), stainless steel, paint (black), LED light, aluminium, 120 cm diamet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GQ 제목과 작품이 서로 대화하는 것 같은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었나 봅니다. ‘밖으로 향하는 궤도의 실제 Orbital centrifugal presence’,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 Orbital close encounter’ 작품의 역동적인 웨이브 앞에서는 엉뚱하게도 문득 당신이 댄서였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OE 춤, 특히 스트리트 댄스와 브레이크 댄스는 예술을 만들 때마다 계속 생각해요. 춤은 적용하는 공간에서 몸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만들어주죠.
GQ 요즘도 춤을 추나요?
OE 10대 때처럼 춤을 추지는 않지만 늘 몸을 통해 작품에 접근해요. 또 작업으로 하여금 관객을 움직이게 하고 싶은 열망이 있죠. 방, 거리에서 움직일 때 우리의 몸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사물을 비롯해 주변의 다른 요소와 함께 공간을 구축해요. 저는 이 점이 한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GQ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의 올라퍼 엘리아슨 편에서 당신은 작업 중인 작품 앞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거 내가 가지면 안될까?” 스스로의 작품을 탐내다니, 굉장히 솔직한 아티스트라고 느꼈죠.
OE 작품의 출발은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막연한 느낌이나 개념으로부터 시작해요. 보고 싶거나 만들고 싶은 것을 말로 표현하기 전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그 감정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죠. 그다음 그것을 스케치하고, 제 팀과 함께 모델
을 구축해요. 그러나 결국 작품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완성돼요. 관객으로서 이를 공동 제작함으로써 예술 작품이 비로소 의미를 얻는 거죠.
GQ 늘 “인간의 눈과 뇌는 속기 쉽다”고 했죠. ‘The Colour Spectrum Series’ 작품 앞에서 역설적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속고 있는 거라도 괜찮아.
OE 당신이 경험하는 것을 함께 만드는 건 우리의 눈이고, 환상을 인지하고 있을 때 당신은 작품을 접하는 수단으로서 당신 눈에 반사되고 있어요. 흥미롭죠. 즉, 당신은 ‘보고 있는 당신 자신’을 보는 거예요. 어쩌면 광범위한 도약일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가 보는 것을 만들고, 공유된 현실을 함께 만드는 것에 대한 책임을 깨닫기 위해, 일종의 자유 혹은 해방을 느낍니다.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 Seeing sensitivity flare, 2022. Silvered coloured glass (rainbow spectrum), laminated coloured glass (yellow, purple), composite board, aluminium, 188 x 246 x 3.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GQ 이번 전시가 끝나면 또 어디서 당신의 작업을 만나게 될까요?
OE 올가을 피렌체 팔라초 스트로치와 토리노의 카스텔로 디 리볼리에서 열릴 두 개의 대형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전시되는 장소에 반응하는 전시로 탐구를 이어가고 있어요. 가령 고대 창문을 재사용해 임시 투영 작품을 만들거나, 연못을 갤러리로 재전향해 관람객이 연못과 갤러리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실험들요. 제게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아이디어 혹은 접근법이에요.
GQ 우리의 인터뷰라는 작업이 지금 끝이 나네요. 작품 제목을 짓는 마음으로 이 인터뷰에 제목 하나 붙여줄 수 있겠습니까?
OE Your Forever Interview.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PKM 갤러리에서 7월 30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5천 원.

피처 에디터
전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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