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큐 코리아 8월호 커버의 주인공 '전종서' | 지큐 코리아 (GQ Korea)

지큐 코리아 8월호 커버의 주인공 ‘전종서’

2022-07-22T14:05:44+00:00 |interview|

촬영을 마친 전종서가 말했다.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GQ 요즘 연천에서 머물고 있다고요?
JS 네. 재밌는 게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세트장도 연천이었고, <몸값>이라는 영화도 연천에서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발레리나>도 연천에서 찍고 있어요. 그래서 ‘종이의 집’ 배우들이 절 ‘연천댁’이라고 불러요.(웃음)
GQ 아까 카메라 앞에서는 무슨 생각을 그리 했어요? 화보 찍을 때요.
JS 저는 희한하게 카메라 앞에서 생각이 제일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밖에서 생각이 많고. 그래서 되레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단순해지고. 카메라 앞에서요. 그런지는 좀 됐어요.
GQ 그렇게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서 촬영된 결과물을 보면 ‘내 모습이다’ 싶어요?
JS 음, 그건 더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아직 제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패션 쪽에 관심이 정말 많은데, 욕심만큼 경험이 많은 건 또 아니라서. 그런데 화보 찍는 거 재밌어요 전.

GQ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이야기 좀 해볼까요. 종서 씨는 반응을 일일이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JS 네. 저는 거의요. 아니, 아예 안 본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그런데 ‘종이의 집’은 처음으로 다 찾아봤어요. 음···, 아무튼. 3~4일은 진짜 힘들었고, 일주일 정도는 하, 잠도 못 잤어요. 지금은 좀 지나니까 괜찮아졌고요.
GQ 힘들었다는 건 반응이?
JS 네. 저는 얼굴이 어떻다, 몸매가 어떻다, 이런 얘기들에 아랑곳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연기 관련한 얘기들, 여기에는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요. 귀가 뜨거울 정도로 새빨개졌어요. 속상하죠. 그런데 그 마음은 저한테요. 그런 반응들이 싫다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만들었지 내가?’ 싶은 거죠. 명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었고요. 아무튼 저에게 ‘종이의 집’은 도전이었어요. 배운 것도 많았고요.
GQ 반응에 무관심하다가, 왜 ‘종이의 집’은 찾아보게 됐을까요.
JS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원작이 너무 강렬하니까. 당연히 대중의 기대가 컸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GQ 최근에 생각이 달라졌다고요. 이전에는 ‘내 만족을 위한’ 작품 선택이 대부분 이었다면, 이제는 ‘대중적인’ 작품을 하는 쪽으로요. 그런 배경에서 했던 첫 번째 선택이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었고.
JS 네. 이전에는 내가 재밌어야 했어요. 주변에서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해도 제가 흥미로우면 했죠. 그럴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좀 바뀌었어요. ‘보는 사람이 재밌어야지’로.
GQ 거기에 종서 씨도 재밌으면 가장 좋죠.
JS 그렇죠. 그런데요, 생각을 바꾸긴 했지만 한편으론 이런 기대도 있어요. 흐흐. ‘에이, 내가 좋아하는 걸 확 해버리면 그것도 좋아하지 않을까.’
GQ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어요?
JS 주변에서 이야기가 많았어요. “드라마도 해라”, “더 활발하게 활동 좀 해라”, “SNS도 해라” 이런 말들. 그 때마다 저는 또 “싫은데?”,“나 하고싶은 거 할 건데?”, “좀 숨어 지내면 안 되나” 이런 반응이었고. 그런데 사실 이럴 거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누군가를 상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요. 하지만 제 일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어느 날 깊게 고민하면서 성찰했던 것 같아요.

GQ 그런데 저는 종서 씨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 잠깐 했어요.
JS 네,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막상 안 바뀔 거예요.
GQ 바뀌면 종서 씨가 힘들겠죠.
JS 맞아요. 제가 힘들겠죠 아마? 더 크게는 제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나, 연기를 좋아하는 근본적인 감정들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테고요. 제가 연기를 하며 느끼는 순수한 재미가 사라질 수도 있겠죠.
GQ 아, 안돼.
JS (웃음)그런데 결국 저란 사람은 제가 하고싶은 거 하고, 하기싫은 건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바뀔까? 본성이잖아요. 아마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GQ <발레리나>에서도 액션 신이 많죠?
JS 네. 아직 액션 신을 찍진 않았어요. 아직 끓기 전, 뜨거워지는 과정에 있어요. 그런데 <발레리나>가 액션 영화로 소개되진 않았음 좋겠어요. 액션을 하는 이유, 그렇게까지 싸워야 하는 이유가 더 보여야 하는 영화거든요.
GQ 종서 씨가 맡은 캐릭터들 대부분이 강하고 또렷했다고 말하면 동의하나요?
JS 네, 대중적으론?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내가 선택한 캐릭터들이 대체로 센 캐릭터다?’ 저는 이해가 안 됐어요.
GQ 종서 씨의 선택이, 아니면 캐릭터가 세다는 게?
JS 캐릭터요. 저는 센 걸 싫어해요. 센 사람, 센 성격, 센 스타일 전부요. 이런걸 무서워해요. 싫어하고요. 그런데 누가 “대체로 그런 캐릭터였잖아?”라고 물으면 “음?” 이렇게 되는 거죠.
GQ 아, 종서 씨는 그 캐릭터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JS 네. 그러니까 이게 어떤 보편성에 있어서 제가 보편적이지 않은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GQ 예를 들면?
JS 무언가를 보고 열에 아홉은 “무섭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닌데, 저건 슬픈 건데” 이렇게 반응할 때가 있거든요. 영화를 예로 들면 <콜>에서 맡았던 ‘영숙’ 은 소시오패스잖아요. 그렇죠. 강렬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상상했어요. 살인마 보다는 유머러스한? <버닝>도 비슷해요. 당시 제 주변에 생기는 모든 일이 전부 미스터리였을 때 찍은 영화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겠던 시기요. <연애 빠진 로맨스>도 그래요. 손석구 배우님과 로맨스 영화를 찍긴 했지만(웃음) 저는 처음부터 이 영화가 전형적인 로맨스가 아니어서 좋았거든요.
GQ 종서 씨만의 시선이 있는 거니까, 이건 인간 전종서로서도, 배우 전종서로서도 좋다고 생각해요.
JS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이 아홉 명의 말들을 도무지 모르겠는데, 또 요즘 바뀐 생각으로는 이 아홉 명이 좋다고 하는 걸 해야하는 거죠.
GQ 결론이 어느 정도 났어요?
JS 아뇨. 제자리걸음요.(웃음) 그런데 또 이때까지 제가 선택한 캐릭터들을 보면, 아홉 명을 설득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 다른 하나의 시선으로.
GQ 종서 씨의 연기를 좋아한다면, 바로 그 지점이겠죠.
JS 어려워요. 만약 그렇다면 직감을 믿는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선택은 ‘재밌다!’라고 느껴서 했던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없었거든요.

GQ 최근에는 ‘이거 해보고 싶다!’ 같은 거, 있었어요?
JS 저 로맨스가 정말 하고 싶어요.
GQ 그러니까 종서 씨의 다른 시선으로요?
JS 아니요. 이건 전형적인 로맨스요. 진짜 로맨스. 최근에 어떤 한국 드라마를 막 울면서 봤어요. 이 내용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겠고, 다음 화가 어떻게 전개될 지도 다 알겠는데 너무 슬픈 거죠. 여운이 오래 남아서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다’ 그랬어요.
GQ 종서 씨는 스스로의 커리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JS 아뇨. 지금 해보면, 아직 뭔가를 시작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배우라는 일을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거든요. 이 일이 너무 좋고, 이 일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요. 이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몇 안 되는 작품들을 했는데 돌아보면 ‘에게?’ 이렇게 되는 거죠. ‘에게?’ 그렇다고 불만족스럽냐, 그건 전혀 아니고요. 아직 제 안에 더 많은 것이 채워져야할 것 같아요. 다른 작품, 다른 모습처럼. 아직 제 안에는 저를 소진시킬 게 엄청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GQ 오늘 만난 종서 씨는 투명한데 어렵고, 솔직한데 모르겠고.(웃음)
JS 맞아요.(웃음) 저 단순해요. “아,재미 없어” 이러다가도 옆에서 누가 “재밌는데?” 하면 슬금슬금 관심이 생겨요. 금방금방 바뀌고. 그러니까 어디에 오래 묶여있지 않는 스타일 같아요. 그게 생각이든, 감정이든. 근데 또 뒤끝은 세요.(웃음) 저도 저를 알 수 없어요. 이랬다, 저랬다.
GQ 종서 씨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뭐예요?
JS 사람 이었는데요, 지금은 감정인 것 같아요. 어디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감정은 인간이 가진 전부다.” 그러니까 많이 느끼고, 경험하고 하라고. 저도 그러려고요.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려고요. 이 사람하고도 연결돼보고, 또 까여도 보고. 아마 상처도 주겠죠? 나도 모르게.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런거 참 징그러워요.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데 다시 거기로 돌아가게 되고. 그게 한편으로는 징그러워요. 관계라고 하나요.
GQ 다들 그렇잖아요. 뻔한데, 다 알 것 같은데, 다들 가 보잖아요. 종서 씨가 봤던 드라마처럼.
JS 맞아요. 그렇죠? 다들 그래.
GQ 지금 종서 씨를 포트레이트로 남기면 어떤 표정이 찍힐까요?
JS 멍한? 텅 빈 얼굴이 나올 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이는 얼굴.
GQ 가끔은 정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안될 때가 있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JS 그럴 땐 그냥 자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