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키드밀리부터 시계 컬렉터까지 알려주는 나만의 애착 시계 6

2022.08.05김성지

시계 애호가들이 고른,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시계.

KAPITAL

키드밀리 힙합 뮤지션
WATCH 캐피탈의 아이덴티티인 스마일 로고를 그대로 이식한 레인 스마일 다이버 워치다. 긴 역사를 자랑하고 데님에 능통한 캐피탈은 외국 래퍼들도 즐기는 브랜드. 에이셉 라키도 즐겨 입고 같은 시계를 찼다. 이렇게 말하면 그를 따라 한 거 같은데,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SATISFACTION 캐주얼한 룩에 찰떡같이 어울려 자주 착용하다가 요즘은 거리를 두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빨간색과 노란색 같은 원색을 피하게 되더라. 그래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나? 바라보면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매력적인 시계다.
PURCHASING PROCESS 일본 투어 당시 오코노미야키 가게 앞에서 일본 친구한테 받았다.
EPISODE 2018년과 2019년, 이 기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름다웠던 일이 많았다. 그중 일본 투어가 많이 떠오른다. 함께 고생하고 놀았던 일본의 친구들이 그립고, 그중 한 친구가 선물한 시계라 착용하면 그 시절의 좋았던 기분이 몽글 피어난다. 현재 일본을 못 가는 상황이라 더 그렇기도 하고.
WATCH’S CHARM
직접 보거나, 착용해봐야 알 수 있는 것? 물론 옷도 보는 것과 입는 것의 차이가 크지만 시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제이콥앤코 투르비옹 시계를 실제로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막연하게 크기만 할 줄 알았는데, 시계 다이얼 안의 아트 피스들이 정말 정교했다. 예술 작품으로 봐도 무색할 정도로.

 

JAEGER – LECOULTRE

오윤승 예거 르쿨트르 트레이닝팀
WATCH 입사 후 처음 구매한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그랑 테이유다. 90년이 넘는 긴 역사, 두 개의 다이얼, 어떤 컬러의 스트랩과도 어우러지는 클래식한 디자인. 주저없이 메종의 아이콘으로 결정했다. 올해 입사 8년 차인데 시계를 착용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SATISFACTION 아무래도 케이스가 돌아가는 시계는 흔치 않기에 특별하다. 시계 뒷면의 인그레이빙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주면 처음 만나는 이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PURCHASING PROCESS 2015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입사도 하고, 첫째 아이도 태어났다. 특별한 해에 구매하는 시계인 만큼 멋진 인그레이빙을 새겨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선물로 주고 싶었다.
EPISODE 어떤 인그레이빙을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끝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넣었지. 아내와 처음 만날 날, 결혼기념일, 첫째 아이의 생일, 둘째 아이의 생일. 중앙에 위치한 하트에는 좋아하는 축구팀인 FC 바르셀로나의 팀 컬러 빨간색과 파란색을 래커 처리했다. 많은 사람이 태극기로 착각해 애국자라고 말한다.(웃음)
WATCH’S CHARM 좋은 기억으로 구매한 시계는 착용할 때마다 그 시계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떠올라 기분이 좋다. 행복할 때나 힘들 때나 오래 함께한 친구 같다. 아이들이 커서도 이 시계들과 함께하길 기대한다.

 

HAMILTON

심현엽 시계 컬렉터 겸 노스타임 대표
WATCH 미군에 공식적으로 지급되었던 해밀턴 파일럿 워치다. 모델명은 GG-W-11. 야전 시계답게 야광 다이얼과 24시간 트랙, 핵 기능을 갖췄고 17석 수동 무브먼트가 탑재됐다.
SATISFACTION 시인성, 내구성, 정확도, 파워, 방수 모든 것이 완벽하다. 군용 지급품으로서 밀스펙(군용스펙)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니 당연할 수밖에.
PURCHASING PROCESS 아버지가 중학생 때 선물로 주셨다. 박스에 지급 연도인 1987년이 표기돼 잊을 수가 없다. 참! 컬렉터 시장에서 제품의 가치는 박스의 유무에 따라 나뉘며, 특히 해밀턴 군용 시계는 시계와 박스, 두 가지가 함께일 때 더 빛을 발한다.
EPISODE 최초로 가져본 기계식 손목시계인데, 아버지께서 시계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으셔서, 처음엔 배터리가 빠진 고장 난 제품으로 착각했다. 후에 크라운으로 태엽을 돌려 파워를 충전하고, 그 힘으로 움직인다는 놀라운 메커니즘을 알게 되었다. 아마 이 시계가 현재 직업을 결정하게 된 시발점인 것 같다.
WATCH’S CHARM 시계는 손목 위에 올려놓은 우주 같다. 사람 손으로 만든 제품 중 작지만 가장 정교하며, 시간을 컨트롤하지 않나? 또한 시계는 남자의 유일한 장신구이며, 취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물건이다. “시계는 그 소유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에릭 쿠의 말처럼.

 

PATEK – PHILIPPE

황재환 베스티스 컴퍼니 대표
WATCH 1960년대에 탄생한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3426 모델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패션업에 종사하는 내 옷차림에 더할 나위 없이 맞아떨어진다.
SATISFACTION 작고 얇은 가죽 시계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계가 눈앞에 나타난 거다. 단박에 이거구나 싶어 구매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작은 다이얼이 특히나 마음에 쏙 든다.
PURCHASING PROCESS 대를 이어 시계 매매업을 하고 있는 지인의 매장에서 샀다.
EPISODE 사실 이 시계는 결혼 12주년 기념으로 아내가 선물해준 거다. 처음 위시 리스트에 올랐던 건 다른 시계들이었는데, 여러 이유로 대부분 살 수 없었다. 신뢰할 수 있는 시계 전문가인 지인이 이 모델을 추천했다. 진흙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를 본 것처럼 일사천리로 내 손목에 채워졌다.
WATCH’S CHARM 용도, 기능, 패션, 기술, 귀금속, 과시 등이 녹아 있는 복합적인 오브제이므로 남이 좋아하는 시계 말고 내가 좋아하는 시계를 사야 한다. 나 역시 스트랩과 오버홀 지출에 관대해졌고, 상황에 맞는 시계를 갖춰가는 중이다. 가만 보니 구두의 매력과 일맥상통하네.

 

CARTIER

종킴 공간 디자이너
WATCH 까르띠에의 비주류 모델인 똑뛰다. 똑뛰는 프랑스어로 ‘거북이’라는 뜻인데, 특유의 토노 케이스가 거북이의 등껍질에서 영감 받았다고 한다.
SATISFACTION 만족하지 않을 수 없는 시계다. 일단은 희귀성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똑뛰를 찬 남자는 본 적이 없다. 탱크와 산토스에 밀려 다소 아쉬우면서도 나만 아는 시계라는 기분이 느껴져 좋다.
PURCHASING PROCESS 직접 구매한 건 아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주셨다. 그래서 내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버지께 듣기로는 제네바 시계 박람회 중 사셨다고 한다.
EPISODE 언젠가 파리 방돔광장에 스트랩을 바꾸러 간 적이 있다. 똑뛰를 보자마자 직원이 제네바에서 산 걸 한 번에 알아봤다. 시계 모으는 걸 즐기는 편이라, 다른 시계도 많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이 시계가 함께했다. 훗날 아들이 태어나더라도 미안하지만 물려줄 생각은 없다.
WATCH’S CHARM 나만 아는 비밀같다. 구동 방식에 따라 다른 사람들은 못 보는 부분이 존재하는 시계가 있지 않나? 그게 참 매력적인 것 같다. 이것이 차, 오디오, 신발보다 시계를 모으는 이유다.

 

U–BOAT

정성호 로레알 사업 부문장
WATCH 이탈리아 태생의 브랜드 유보트의 클래시코 크로노그래프 모델로 직경 50밀리미터라는 압도적인 위용이 쏙 맘에 든다. 큼직한 크기로 인해 용두와 푸시 버튼이 손을 찌를 가능성이 있어 왼쪽에 배치했다.
SATISFACTION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다른 디테일도 우수하며, 어마어마한 존재감 덕에 이목을 끌기 좋은 시계다. 요즘 시계들 중 이만큼 볼드한 스타일은 흔치 않다.
PURCHASING PROCESS 유니스앤컴퍼니라는 회사를 운영하던 2000년대, 유보트의 국내 판권을 독점 계약했다. 그 여정을 함께한 시계다.
EPISODE 유보트의 판권을 계약하기 위해 디렉터인 이탈로 폰타나와 미팅 약속을 잡고 이탈리아로 갔다. 그런데 웬걸, 나를 반기는 건 그가 아닌 수상한 차람의 영국 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자신이 유보트뿐 아니라 고야드, 웅가로 등 수많은 브랜드를 운영한다 말했다. 내가 못 미더운 눈치를 보이자 한국의 관계자 이름까지 언급했다. 정말 사기꾼 같았는데, 훗날 확인해본 결과 그의 말이 모두 맞았다. 또 하나는 빅뱅과 관련 있다. 당시 나는 유보트를 임팩트 있게 론칭하고 싶었고, 신인 아이돌 빅뱅의 데뷔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 결과 데뷔도 하기 전인 연습생들 모두에게 과감하게 시계를 증정했고, 그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큰 성공을 거뒀다. 한때 “유보트는 빅뱅의 시계”라는 말도 떠돌았으니.
WATCH’S CHARM 시계만큼 한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룩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훌륭한 아이템은 없다. 그날의 무드와 TPO에 맞는 시계를 착용하는 재미, 모르는 사람에게는 백번 설명해도 알 수 없다.

패션 에디터
김성지
포토그래퍼
김래영

SNS 공유하기